Pages

2013년 11월 4일 월요일

오직 수출뿐




단위: 천불



정체되었던 수출이 앞자리를 바꾸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일단은 다행스럽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스럽기도 하다.

환율을 걱정하는 것은 아니다.
수출, 무역수지, 외환보유고, 이것들이 아니었으면 한국도 상반기에 망한다는 얘기가 나왔을 것이다.
환율은 걱정거리가 아니라, 기업들이 상시적으로 대응해야 될 문제일 뿐이다.
그러나 키코로 도박을 할 문제도, 내버려두면 그냥 사라질 문제도 아니다.


내수, 소비가 증가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면 내 주머니에서 나간 돈이 남의 주머니로 들어갈테니 참기 어렵다.

정부지출이 증가하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럴려면 세금을 더 내야할테니 그것도 참기 어렵다.

여기 저기서 투자 증가를 기대하고 있는데, 그것은 한국에 투자해서 돈을 벌 수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한국에서 정부를 위해 투자를 집행할 능력이 있는 기업은 하나밖에 없어 보인다.

수출로 외화벌이를 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그것조차도 사갈시하는 사람들이 늘어간다.

몇개를 빼고는 현상유지도 어려워 보이는 기존의 대기업들에서는 일자리가 늘기 어려우니, 창조적으로 창업을 하라는데, 통닭을 창조적으로 튀기는 것으로는 망해가는 자영업자만 늘어나는 셈이라 답이 되기 어렵다.

내수기업도 아니고, 대기업의 하청업체도 아니면 한국에서 무엇으로 창업을 할 수 있을까?
과거에는 거의 불가능했지만, 지금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노키아가 거의 망해버린 핀란드에서 많은 모바일 업체들이 빈 자리를 메꾸고 있다. 그러나 모바일, 소셜, 게임의 붐에 편승할 기회도 얼마 남지 않았을 지 모른다.

한국에서는 10조원 규모로 전세계 다섯손가락 안에 든다는 게임시장도 여권이 나서서 망가뜨릴려고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게임을 하지 않지만, 게임말고는 한국에서 돈내고 소비하는 컨텐츠가 별로 없는 현실을 고려하면 매우 중요한 '산업'이다. 자국민이 제 돈내고 즐기지 않는데, 남들이 비싼 돈 내고 즐겨주기를 바란다면, 그것이 정상적인 문화산업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다른 영역으로 확장되지 않으면, 한국의 서비스업은 그냥 마트나 편의점 알바말고는 별로 건질 것이 없어질 것이다. 2차산업은 장기적으로 중국, 아세안의 나라에 자리를 넘겨주는 수밖에 없다.

정부가 나서지 않아도 돈이 벌리는 쪽으로 똑똑한 사람들과 똑똑한 돈이 몰리게 된다. 지난 10여년 동안 금융 쪽은 정부, 기업 합작으로 거의 말아 드신 듯하고 삼성, 현대차는 그 약발이 얼마나 남았는지 판단하기 어렵고, 그나마 네이버, 엔씨, 넥슨, 카카오톡 같은 업체들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서 유지하고 있었다. 만약 이런 업체들이 해외로 진출하지 못하고, 한국에서도 사업 기반이 훼손되면, 비슷한 업체들이 생겨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불씨가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그야말로 불처럼 일어날만한 일도 보이지가 않는다.
답답하지만, 마냥 기다려도 답이 보이지도 않는다. 그래도 한동안은 이런 저런 이유로 작년이나 올해보다는 좋아지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버리기도 어렵다.

수출입국, 산업보국. 대한민국 만세.

왕정복고시대에는 복고풍 표어가 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