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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12일 월요일

한국의 재벌, 미국의 재벌


"When you get to my age, you'll measure your success in life by how many of the people you want to have love you actually do love you. That's the ultimate test of how you've lived your life."
"당신이 내 나이가 되면 당신이 사랑받고 싶은 사람들 중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당신을 사랑하는지로 성공을 측정할 것이다. 그것이 당신이 인생을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한 궁극적인 테스트이다."


버핏이 2006년에 빌 게이츠 재단에 재산을 기부하면서 한 말이라고 한다.
세계에서 부자 순위 1,2위를 다투지만 재산의 규모로 인생을 평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주말에 위급한 상황을 넘겼다고 한다.
향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오늘 삼성전자의 주가는 3%가 넘게 상승하고 있다.

과거 재벌 그룹 회장들이 갖은 비리로 실형을 받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고 할 때마다 주가가 상승했던 것은 그들이 기업의 경영자로 긍정적인 기여를 하기보다는 기생충처럼 기업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시장의 판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건희의 인생은 성공한 것인가?
시장이 무엇에 반응하는지 애매하기는 하다.
그러나 시장과 세상이 이건희를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만약 미국이 버핏을 사랑한다면, 그의 유고 시에는 미래의 미국이 사랑했던 잡스의 죽음에 대해 반응한 것처럼 반응할 것이다.

양 극단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이는 버핏과 이건희를 비교하려는 시도는 과거부터 없던 것이 아니다.

한국에서 재벌 비호에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한경 최고의 논설 위원, 정규재가 버핏에 대해 쓴 글을 보자.

[다산칼럼] 버핏, 결국 상속세를 피해가다

[정규재 칼럼] 워런 버핏, 또 다른 진실


요점은 '버핏은 위대한 투자자, 자선가로 보이지만 미국의 재벌에 불과하다. 기부도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한 술수에 불과하다. 이런 완벽한 위선자를 한국에서 떠받들고 있으니 한심하다. 반면 한국의 재벌들은 국가경제에 기여했고, 미국보다 세금도 많이 내는데 낮게 평가를 받고 있으니 속상하다'는 것이다.

이런 글을 쓰고 있어서 그런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정규재는 윤창현과 함께 현재 삼성물산의 사외이사를 하고 있다 (아래 표 참조).

반대로 선대인처럼 기회만 되면 무조건 삼성을 비난하는 (아래 글 참조) 사람은 버핏을 변명하기에 바쁘다.

워렌 버핏은 상속세 탈루, 한국은 상속세율 높다고?



이건희의 상속 관련 문제, 기부 관련 문제는 비난을 피해가기 어렵다.
그러나 버핏의 후계 구도와 관련된 불투명한 행보도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그렇다고 버핏의 기부를 폄하할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다.

그런데 한국에서 삼성을 비난하는 사람은 버핏을 칭송하고, 삼성을 칭송하는 사람은 버핏을 비난한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나는 이것이 한국에 대한 평가가 외국에서 더 후하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본다.
그렇다고 그것이 미국이나 유럽 혹은 선진국 등에 대한 동경이나 사대주의, 식민사관 등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만 버핏과 버크셔헤더웨이는 미국에서도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또한 한국에서도 삼성이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버핏은 투자자인가? 경영자인가?
버핏의 뛰어난 성과가 어디에서 오는가? 일반화될 수 있는가?
버핏의 다각화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한국 기준으로 버크셔 헤더웨이는 재벌인가? 아닌가?
버핏의 큰 아들이 차지할 회장의 자리는 한국의 회장 자리와 같은가? 다른가?
미국, 유럽의 가족 경영기업과 전문경영인에 의해 운영되는 공개 기업의 성과 중 어느 쪽이 좋은가?
장기 성과를 얼마나 길게 보아야 하는가?
지금 성과를 판단할 수는 있는 것인가?

미국 사람들도, 전문 투자자들도, 경제학자도, 경영학자도 답을 쉽게 내놓지 못한다.
미국사회와 투자와 경제에 정통한 사람들도 합의를 보기 어려운데 모든 일을 색안경을 쓰고 보는 한국의 극좌, 극우들이 정상적으로 보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건희는 오너인가? 경영자인가?
이건희의 20년 간의 성과에 대해 한국사람들을 제외하고 평가를 하게 하면 어떠한 결과가 나올까?
삼성 혹은 이건희 라는 특수한 요소를 제외하면 한국이 국제적으로 어떤 위치에 있을까?
삼성이 한국에서 모든 인적, 물적 자원의 블랙홀 역할을 했다는 점을 고려해도 삼성의 성과가 뛰어나고, 그것이 20년간 한국이 이루어낸 경제적 성과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전성기의 일본에는 군웅할거하는 많은 은행들, it업체들, 자동차업체들, 기타업체들이 포진하고 있었다.
한국의 전성기에는 오직 삼성전자, 현대차뿐이다.
경쟁하던 많은 재벌들과 격차가 아주 크게 벌어져 있다.
삼성, 이건희의 운빨만으로 한국의 다른 재벌들, 다른 국가의 대기업과의 격차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나는 삼성과 버크셔, 이건희와 버핏을 비교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냥 싸잡아서 똑같다고 하거나, 반대로 전혀 다르다고 하는 것은 그냥 무시해도 좋다.
본격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블로그나 신문칼럼같은 데서 할 일이 아니라 학자들이 할 일이겠으나,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저들과는 다르다.


이건희와 버핏이 다른 점은 주주를 개떡으로 보는가 아닌가에 달려있다.


미국에서는 주주자본주의가 미국을 병들게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인 성과, 이를 반영하는 주가, 스톡옵션에 따른 높은 보상, 장기적인 투자 실종, 먹튀 등. 전문 경영진에 의존하는 주식회사의 폐해가 주주자본주의 때문이고, 이를 뒷받침하는 신자유주의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 미국에서 버핏의 버크셔헤더웨이는 병든 미국의 반대편에 존재하는 극단적인 예이다.
반면에 한국에서 삼성은 주주자본주의의 싹을 틔우지도 못하게 밟고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이다.



아래는 신장섭 교수의 칼럼이다.

[신장섭의 세상탐사] 워런 버핏의 재벌식 경영


버핏의 버크셔 헤더웨이가 다양한 분야에 문어발식으로 확장해서 규모를 키우면서 재벌과 비슷한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과 큰 아들에게 회장직을 넘겨서 회사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려고 하는 것을 언급하고 한국의 재벌과 비교하고 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경영을 하는데 버핏은 ‘오마하의 현인(賢人)’이라고 존경하고 한국 재벌 기업인들은 전근대적 사업가로 몰아붙이는 경향이 많다"고 하면서 기업 경영방식에 관한 사대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버핏과 버크셔에 대한 평가가 부당한가?
한국의 재벌과 버핏을 비교하는 것이 부적절한가?
혹은 이 글이 부적절하게 둘을 비교하고 있는가?
이 글이 한국의 재벌을 비호하고 있는가?
그런 목적으로 버핏을 이용하고 있는가?

한 마디로 요약하면 물타기를 위한 글인가?

재벌 그룹이나 재벌 일가가 한국 경제에 기여했는지에 대한 판단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그것과 별도로 저런 문제들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저 사람이 이득을 취하기 위해 곡학아세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한국이 아니라 급격히 성장한 아시아의 다른 나라를 골라서 재벌기업에 대한 기본적인 조사를 한 후 비교해 보라.

글의 내용이 개인적으로 내가 버크셔에 대해 알고 있던 것과 크게 다른 바가 없다.
또한 내가 버크셔에 대해 의심하던 것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내가 삼성전자와 버크셔, 구글, 페이스북 같은 미국의 대기업을 비교하던 것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모나 선모의 글에 비하면 매우 정상적인 글로 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