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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8일 수요일
Crystal ball selection by Bayes' theorem
가정해보자.
수정구슬을 가진 점쟁이가 내일 환율이 내려간다고 한다.
수정구슬이 진짜일 확률 0.01
수정구슬이 맞힐 확률 0.9
가짜구슬이 맞힐 확률 0.5
한번 맞히고 나면 사후 확률은 1%에서 1.79%로 증가한다.
수정구슬이 진짜일 확률이 여전히 매우 낮다.
얼마나 맞혀야 믿을 수 있는지 확인해봤다.
13번을 맞히면 저 점쟁이가 가진 구슬이 진짜일 확률이 95%가 넘는다.
왜 삼세번이 아닐까?
그냥 찍어도 반은 맞힐수 있으니 그렇다.
가짜가 맞힐 확률 0.5는 변하지 않는다.
수정 구슬이 미래를 맞힐 확률이 100%로 올라가면 11번을 연달아 맞혀야 진짜 수정구슬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90%면 13번.
80%면 17번.
70%면 23번.
60%면 42번.
50%면 진짜나 가짜나 마찬가지이다. 무한대.
요점은?
경제, 금융 관련한 전문가들의 예측 능력은 실제 상황에서 검증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경기, 경제 예측에서 의미있는 기간은 짧아도 2-3년 길면 20-30년 이상이다.
13번의 검증을 통과하기에는 80년 인생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일본이 망할까? 이것을 평생 몇번 확인해볼수 있을까? 잘해야 2-3번.
미국이 망할까? 2-3번.
미국이 망하는 것을 일본이 망하는 것과 묶어서 비교할 수 있다면? 그러면 5-6번.
만약 한국을 선진국과 비교할 수 있다면?
만약 한국을 브릭스와 묶어서 비교할 수 있다면?
만약 한국을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할 수 있다면?
그러면 수십번, 수백번도 비교할 수 있다.
대신 그러한 비교가 의미가 있는지는 다시 그들만의 리그에 속하게 된다.
그러니 점쟁이가 가진 구슬이 진짜인지 아닌지 여전히 알기 어렵다.
게다가 그들의 예측에는 항상 가정법이 따라붙는다.
부동산 폭락으로 가계부채가 한국의 재앙이 될 것은 명약관화하지만, 정부가 금리를 내리고 부양책을 쓰고 법을 개정하고 미국경기가 회복하고 중국이 경착륙을 피하고 어쩌고 하면 안 될 수도 있고, 10년 20년 미뤄질 수도 있고, 그러다 통일되면 달라질 것이고... 이렇게 부적을 붙이고, 염불을 외우고, 복화술을 쓰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고 대부분 그렇게 한다.
경제, 금융 점쟁이들이 항상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것은 그들의 문제라기보다는 그냥 그들이 가진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초단기예측은 랜덤하니 의미가 없고, 단기 예측은 관성에 의해 밀려가니 의미가 없고, 중장기예측은 검증에 필요한 횟수를 채울수 없으니 의미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점쟁이가 점괘를 내놓는다면 그 점괘는 반드시 '사전에'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기준'과 함께 내놓아야 한다.
그렇게 내놓은 점쟁이들은 imf처럼 항상 틀리지만, 그래도 그렇게 명확하게 틀릴 준비를 하는 자들이 ecri처럼 자신이 틀렸다는 한마디를 못해서 몇년째 조롱을 받는 자들보다는 백배 낫다.
내가 미래에 대해 이러니 저러니 얘기해도 이것을 검증하는 것은 전적으로 내 기준에 의한다. 그런데 나는 나의 예측에 따라 투자를 하기때문에 장기적인 검증 자체는 객관적으로 가능하다. 물론 시행횟수가 부족하다는 것은 피할 길이 없다.
가끔 국가의 녹을 받는 경제 전문가들의 연봉을 예측 성과에 연동시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성장치 전망이 0.3% 이상 틀리면 연봉을 반으로 줄인다는 식으로 말이다.확률이 달라지지 않겠지만, 그들이 좀더 알아듣기 쉽고 검증가능하게 예측하도록 만들수는 있을 것이다. 또한 정부나 사회가 압력을 가해도, 월급을 지키기 위해 자신들의 원칙을 고수하기 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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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적으로 진짜 수정구슬의 확률은 0.0001%보다 낮다고 보지만, 10%로 올려도 13번에서 8번으로 감소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