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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17일 일요일

눈이 부시게 20190317




만 50살은 젊다면 젊은 나이다.
그러나 온 몸에 안 아픈 곳이 없다.
30대 후반부터 목이 아프고, 그 덕에 어깨가 아프고 팔과 손이 저리고, 다리와 발이 저리다.

이와 별개로 20대부터 운동만 하려면 무릎이 아프고, 어깨가 아프고, 고관절이 아프고, 발목이 아프고, 손목이 아프다.
그래서 수영, 검도, 배드민턴, 테니스 등을 야심차게 시작한 이후 석달 이상 해 본 적이 없다.
한번 시작하면 열심히 하지만 실제로 심하게 아프고, 무릎, 발목, 손목은 붓기도 하니 중단하지 않을 방법이 없고 그러다 같은 운동이나 다른 운동을 시작하기를 여러번 반복했다.
그나마 수영은 크게 아픈 일은 없었지만, 썩 재미있지는 않았다.

노안이 남보다 빨리와서 10년이 넘어가는데 다행히 더 진행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피곤한 날에는 무슨 수를 써도 촛점이 잘 맞지 않아서 그냥 쉬어야 한다.
폰트 사이즈 12 이하로 된 책은 이제 읽을 생각도 들지 않는다.

2년전이던 17년 초에 몸무게가 78kg을 찍어서 완전히 비만해졌던 적이 있다.
6개월 동안 집안에서 플랭크, 크런치, 스쿼트, 푸쉬업, 아령 등 아는 것을 총동원해서 나름 열심히 운동을 했었다.
당시 기준으로 하루에 크런치 200개 3번, 푸쉬업 40개 3번 정도까지는 할 수 있었다.
평생 한번도 없었던 '왕자'가 배에 생겼다고 가족한테 자랑하다가, '삼자'에 가깝다고 핀잔이나 듣고 그랬다.
(증거사진을 올리려고 찾던 중 마눌님의 불호령에 포기했다.)

나름 몸 상태가 평생 중 가장 좋다고 생각하던 중에 갑자기 문제가 생겼다.
일반외과, 신경외과 등 몇군데 다른 병원을 다니면서 시간을 보내다 두달만에 비뇨기과에 가서 오래 경과한 것으로 보이는 만성 전립선염 진단을 받고 삶의 질이 심하게 떨어지는 경험을 1년 정도 했다.
당시에 먹는 약마다 문제가 생겨서(하루날d는 오히려 증상악화, 베타미가는 심계항진, 부정맥 등) 나중에는 약을 끊고 한동안은 물리치료만 받기도 했다.
결국 자가운동과 자가마사지를 위해 이것저것 시도하는 중에 지금은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좋아졌다.
아직도 가끔씩은 걱정되기도 한다.

18년 몸상태가 나아진 후, 다시 운동을 시작하고 두달이 되지 않아서 갑자기 아침에 요통이 심해서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고, 입원해서 치료 받은 이후 한 동안은 운동을 멀리했다.

최근 가벼운 운동을 다시 시작한 셈이고, 결과적으로 70kg 전후로 유지하고 있다.
이것이 노력의 결과인지 저절로 빠진 것인지는 판단하기 어렵지만, 2년전 운동과 다이어트를 병행한 이후 빠졌던 몸무게 근처에서 유지되고 있으니 공짜로 얻은 결과같지는 않다.

고지혈증이 확인된 것은 6-7년 넘어가는데 최근 건강검진에서 오랫만에 정상수치가 나왔다.
약을 꾸준히 먹다가 용량을 줄이고 6개월만의 쾌거이다.
가끔씩 집안에서 운동을 하고, 먹는 양을 조절하려고 노력한 것이 그나마 효과가 있던 모양이다.
겸사겸사 최근에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것은 다시 약을 안 먹고 고지혈증을 조절할 수 있을까 해서이다.

'눈이 부시게'는 최근에 보고 있는 드라마이다.
타임 슬립이 나오는 드라마는 식상하지만, 25살 젊은 여성에서 갑자기 70대 할머니로 변한 주인공이 자신의 몸상태, 신체적 능력을 확인하는 과정에 공감이 갔다.

최근 몇년전부터 파킨슨병을 앓고 계시는 아버지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그 사이 양쪽 무릎관절을 치환했고, 탈장수술도 두번 받으셨다.
 10여년 전에는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으셨고, 30년 전에는 목디스크로 병원을 전전하셨고, 40년전에는 갑상선기능항진증으로 치료를 받으셨다.
어머니는 30년전 40대에 뇌경색으로 마비가 왔었고, 50대에 장혈관폐색으로 입원했었고, 고혈압, 고지혈증 약을 드시고 있고, 본태성 진전(수전증)을 겪고 계시다.

30년후 내가 무슨 노력을 해도 유전적, 가족적 병력을 그대로 겪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과거 50년의 내 병력과 형제들의 병력이 그럴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내 몸 나이는 30에서 60으로 훌쩍 뛰어버린 것 같다.
특히 최근에는 불편함이 증가하고 있다.
그래서 더 드라마 '눈이 부시게'에 공감갔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이 나에게 있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리워할 과거가 딱히 떠오르지도 않는다.
계속 삶의 방향이 바뀌고, 성공적인 경험이 없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20살에는 30살까지 사는 것이 구차하게 느껴졌고, 살아있을 것 같지도 않았는데 벌써 50을 채웠다.
남아있는 시간을 산 것 같은 느낌도 아니고, 후회도 없다.
또 크게 지루했던 것 같지 않은데 이것에는 마눌님과 애들의 도움이 있었다고 본다.

30년 전에 10년쯤 남은 것 같았는데, 30년이 지난 지금 30여년의 삶이 남아있다.
앞으로 20년 정도는 정신이 멀쩡한 채로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을 쏟고 있을 것이다.
이것은 예상인가, 기대인가?



사는 것이 괴롭고 무의미하던 시절에 비하면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나날이다.



이런 기분에 어울리는 쿠팡 짤은 뭐가 있을까?

놓지마 정신줄.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