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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29일 화요일

무한경쟁시대의 종말?


며칠전 이코노미스트에 한국에 관한 특집이 실렸고, 아래는 그 기사 중의 하나이다.


http://www.economist.com/news/special-report/21588204-south-koreas-education-fever-needs-cooling-other-arms-race


대학진학율을 표시한 그림인데, 2008년에 천정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South Korea’s national obsession with ever higher levels of education appears to have reached a ceiling."

기사의 본문에서도 그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한국은 경쟁이 심한 사회라고 한다.
그 대표적인 증거가 높은 대학진학율이었다.
그런데 대학진학율이 낮아지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보기 전에 정말 그런지, 이전에는 어땠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자세히 안 찾고 e-나라지표에서 정리해놓은 자료만 받아보았다.
초, 중, 고의 진학율을 80년부터 볼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의 그림은 오로지 한가지 만을 보여주었지만, 이 그림에서는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80년대에는 대학 진학율이 조금이나마 떨어지고 있었다.
지금처럼 원하면 누구나 아무 대학에라도 갈 수 있는 시절도 아니었다.
그러니 80년대말부터 90년대 초반에는 대학만 졸업하면 골라서 취직할 수 있던 것도 무리가 아니다.

2008년의 대학 진학율은 80년의 고등학교 진학율과 같다.
2010년대의 대졸자는 1980년대의 고졸자와 똑같은 위치가 된 것이다.


불행한 한국, 위태로운 미래를 나타내는 또 하나의 지표로 쓰이는 것이 출산율이다.



그런데 이것은 2000년대 중반에 저점을 확인했다.
80년대에도 비슷하게 정체구간이 있었으니 좀 더 지켜봐야 하나, 돌아 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현 상태를 보여주는 두 지표를 겹쳐보았다.
'우연히' 이러한 불행한 추세가 같은 시기에 시작했다. 94년에 해당한다.
또 우연히도 이러한 불행한 추세가 비슷한 시기에 끝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2차대전이후 70년대까지를 전성기로 보는 모양이다.
한국에서는 90년대 초반이 가장 살기 좋았던 시절이라고 한다. 10월부터 크리스마스 캐롤이 나오던 시기라고들 흔히 얘기한다.
소득증가율이 80년대 후반부터 매우 높았고, 물가, 집값 상승율은 낮아서, 실질소득이 몇 년동안 두배로 증가했던 전무후무한 시기였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양극화가 진행되기 직전이라고도 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한국인의 자살율은 한국인이 불행하기 때문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꽤 있다.
자살이 우울증과 관련이 높으니 불행하다는 정서와 관련이 있기는 할 것이다.



자살율이 2010년, 11년 거의 증가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 자살율이 이륙을 시작한 것은 93년 이후부터이다.

출세 경쟁이 치열해지고, 미래가 불안하고, 결혼도 어렵고, 애를 낳아 키우기도 어렵고, 우울해서 자살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불행한 한국이 외환위기보다 적어도 5년은 먼저 시작했다.




한국 사회의 비참함을 상징하는 중요한 지표들이 2009년까지 방향을 바꾸기 시작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2006년, 2007년은 수도권 아파트 가격의 역사적 고점이다.

이런 현상들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면?

위의 지표들은 실제로 사회의 기초, 경제의 기초에 해당한다.
한국 전쟁 이후 수십년동안 경제적, 사회적 성공을 위해 살았던 한국인들이 이제는 과거와 다른 가치를 추구하기 시작했다면, 이러한 변화의 효과는 영원하다고 단언할 수 없어도 아주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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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무한경쟁시대의 종말 1년 후 - 대학진학률, 자살률, 합계출산율

http://runmoneyrun.blogspot.kr/2014/11/1.html





대학진학률은 11년부터 집계방식이 바뀌었다고 한다.



댓글 8개:

  1. 음... 뭔가 의미심장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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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벌써 몇 년이 지났으니 조만간 누구든지 알 수 있는 변화가 발생할텐데, 뭘지는 모르겠네요.
      그야말로 과열로 터진 엔진처럼 되는 것인지, 안정적이고 성숙한 나라가 되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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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현 시점에서 대학진학율만 놓고 판단한다면 가계경제가 정말 어렵게 가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출산율증가가 이런 가정에 반박하는듯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좀더 흘러야 알 수 있겠죠.
    90년대 너도나도 대학을 외쳤던 것은 어려운 시절을 겪으며 교육에 목말라 했던 그 부모님 세대의 영향이 아닌가 합니다. 게다가 IMF 이후에도 증가추세가 계속되었다는 것이 대학을 나와야 잘산다고 부르짓던 힘들의 연장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러나 이후세대에서 의식변화가 생기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아니, 그러길 바랍니다.
    여러가지 생각하게 만드는 자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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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금은 자료가 부족하지만, 찾아보면 힌트를 줄만한 것들이 더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90년대 초, 2000년대 후반에 변곡점을 형성한 지표들이 더 확인되면 도움이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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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94년이면 제가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때군요. 그래서 제 인생이 이렇게 무언가 쫓기듯...불안했던걸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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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ㅎㅎ. 그래도 외환위기 이후에 시작한 세대와 비교하면 더 행복했을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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