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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26일 수요일

아무 것도 안 하기 20200226



31번 확진자가 신천지 교도라는 사실이 공개되고 난 이후 모든 관심이 신천지로 쏠렸고, 코로나감염과 관련한 비난이 모두 신천지로 몰리고 있다.
코로나 확산 이전부터 신천지 교도들의 포교행태가 비난을 받았지만, 신천지 교도들도 원칙적으로 우한발 코로나감염의 피해자라는 점에서 성지순례단, 교회, 병원 등 여타 지역사회 감염자들과 다를 바 없다.
또 중국이나 우한을 다녀온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들이 피해자라는 점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방침을 고의적으로 어긴 것이 아니라면, 도덕적 비난도 법률적 책임도 그들에게 지울 수 없다.
불법적인 행위가 있다면 그것은 신천지 교도냐 아니냐를 떠나서 개인별로, 행위별로 판단할 문제이다.

최근 지자체들이 적극적으로 신천지의 활동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도덕적,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지자체장들일수록 앞장서서 과시하듯이 과격한 통제를 하고 있지만, 보여주기식 통제는 대개 실질적 효과가 없다.
신천지뿐 아니라, 장시간 집단적으로 밀접한 접촉을 피할 수 없는 다른 종교집단이 많다.
신천지가 폐쇄대상이라면 잠재적인 감염경로를 차단하다는 필요성에서는 개신교, 천주교, 불교 등을 포함한 모든 종교 시설도 똑같이 봉쇄해야 마땅한 일이다.

종교단체와 더불어 학교, 유치원, 학원, 병원, 요양원, 군대 등 많은 집단활동을 일제히 통제하지 않으면 일부 집단에 대한 마녀사냥은 쓸모없는 짓이다.
그저 헛짓거리라면 다행이지만, 이렇게 일부 집단에 대한 통제와 탄압이 편법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왕에 미운털이 박힌 집단이라는 이유로 정당화되면 다른 집단에 대한 공권력의 침해가 일상화되는 것도 막기 어렵다.

3권분립의 대상인 정부, 국회, 법원 외에 언론은 또 다른 권력이고 정부 내에서도 검찰, 경찰, 관세, 세무, 정보기관 등은 특별한 권력을 지니고 있다.
이들의 권력 남용을 막고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박근혜 정부를 탄핵한 바탕 위에 등장한 문재인 정부에 주어진 사명이었다.
윤총장에 대한 토사구팽의 과정을 보면 검찰에 대한 정권의 이중잣대가 명확히 드러나는데, 이것은 이전 정권보다 권력에 대한 집착이 덜하지 않다는 것이 증거로 보인다.
국민이 돌림병에 대한 두려움을 신천지에 대한 혐오로 드러내면 정권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기 쉽다.

향후 2-3주간은 코로나의 확산을 막는데 결정적인 시기이다.
특히 이번주, 다음주는 변곡점 근처라는 점에서 정말 중요하다.
중앙정부, 지방정부가 마녀사냥에 앞장설 것이 아니라 방역(돌림병을 막는다)의 기본부터 다시 확인하고, 의료체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지원해야 하고, 봉쇄와 차단의 원칙이 유지되도록 인적, 물적 지원을 타격이 큰 지역사회에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경제활력을 유지하겠다거나, 신천지를 발본색원하겠다거나 하는 터무니없는 목표가 아니라, 3월 2째주까지 온 국민이 일상 활동을 최대한 억제하고 버틸 수 있도록 경제적, 행정적 지원을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필요한 일로 보인다.

나같은 백수는 안 나가고, 안 만나면 그만이다.
마스크도 필요없고, 덜 먹고 덜 소비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람을 만나는 일이 필수적이고, 필연적으로 돌림병을 주고 받게 된다.

이 블로그 이름이 run money run이다.
돈이 잘 돌아서 나한테도 콩고물이 떨어졌으면 하는 바램이 담긴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돈이 잘 돌면 안 되는 시기이다.
돈이 돌면 돌림병도 같이 도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최소 3월 2째 주까지 온 국민이 아무 것도 안 하는 것이다.
정부가 할 일은 그것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돈이 안 돌도록 하는 것, 내가 관찰한 바로는 이 정권의 특기이다.


역병으로 두렵고 불안한 국민들이 희생양을 찾는 것은 지랄맞지만, 자연스러운 일이다.
국민들의 그러한 정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자들이 권력을 잡고 있으면 중차대한 시기에 골대를 수십미터 벗어나는 똥볼을 차기 쉽다.
기회가 왔을 때 놓치면 다시 기회가 안 올 수도 있다.
수천명으로 막을 수 있는 확진자를 수만, 수십만명으로 늘리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제발
제발
제발






댓글 8개:

  1. 저도 동감입니다.
    제발 제발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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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구/경북에 확진자가 집중되어서 과감한 조치가 없다면 한국전체가 후베이처럼 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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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동의합니다.. 최악의 상황입니다. 참담한 심경이네요..
    하지만 신천지에 대한 혐오조장을 정부는 멈추지 않을 것 같습니다. 책임소재를 돌리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니까요.
    세월호 사태 때 쌩뚱맞게 해경 해체하고 유병언 일가로 포커스 몰아간 거랑 동일한 수법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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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금은 대구 확진자 증가에 대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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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마녀사냥이라고요? 동의하기 어렵네요 신천지가 원인 제공을 했고 방역에 협조하지 않는 상황인데 그리 보시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은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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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부와 지자체의 신천지 사냥은 마녀사냥의 전형입니다.

      박원순님, 마녀사냥 전문가
      https://runmoneyrun.blogspot.com/2015/06/blog-post_5.html

      윗 글의 링크에 걸린 마녀사냥 전문가의 글은 실제로 잘 쓴 글이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호일님은 신천지가 대규모 확산의 진원지가 되었으니 뿌리를 뽑겠다는 정부의 기조에 찬성하시는 듯합니다.

      어떤 집단의 많은 수가 감염된 것은 피해가 크다는 것이고, 신천지 신도들도 다른 사람들처럼 자신들도 모르는 상태에서 감염된 것입니다. 언론에 보도된 정부 방침에 협조하지 않은 사람은 신천지 교도말고도 충분히 많습니다.
      신천지든 아니든 감염자들은 정부방침대로 행동하다가 감염된 것입니다. 감염의 책임을 따지면 신천지가 아니라 정부에 있을 뿐 아니라, 정부에서는 아직 신천지의 최초 감염자도 밝히지 못했습니다.

      방역에 협조하는 것은 법에 허용된 만큼만 하면 되는 것인데, 지금 정부와 지방정부가 요구하는 것은 헌법적 권리를 침해하는 것입니다. 양심이나 종교의 자유에서 첫번째로 중요한 것은 자신의 사상과 종교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고 전체 명단 제출을 강요하는 것은 강제적인 커밍아웃과 같습니다.

      천주교, 개신교에서도 집단감염이 발생했지만 그들이 원인제공자가 아닌 것처럼 신천지도 아닙니다.
      천주교는 이제서야 전체 교구에서 미사를 중지하기로 했지만, 개신교, 불교에서는 그런 것도 없습니다.
      천주교, 개신교, 불교의 모든 건물에 대해서도 똑같이 폐쇄해야 방역의 원칙이 똑같이 적용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그렇다는 보도는 없습니다.

      종교의 자유가 지켜질 가치가 있는 것이라면 현 정부는 일부 국민을 등에 업고 해서는 안될 짓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신천지 사냥이 아니라 대구의 의료서비스 붕괴 방지와 다른 지역으로의 확산을 차단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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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대구에 대한 철저한 방역 조치 필요합니다. 정보공개에 협조하지 않는 신천지조직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검사와 방역도 그 만큼 중요하다고 봅니다... 신천지 환자가 피해자이기도 하지먼 그들만의 비밀스러운 사교집단같은 행동양식이 전파의 주요 원인이란 점은 간과될 수 없는 포인트입니다...다른 종교활동과 같은 차원에서 논의될수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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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내가 아는 교회 신자들 행동은 신천지 모임과 다를게 없어요. 주 중에도 한 두번 이상 교회 가고, 목사가 신도데리고 집집마다 심방다니고, 환자 있으면 병원에 열명씩 몰려가서 큰 소리로 찬성가 부르고 기도하고. 명성교회 부목사 행적이 특별한 게 아닙니다. 신흥종교, 신흥교단, 개척교회 중에 신천지만큼 안 하는데가 있는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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