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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23일 월요일

6년 전의 잣대



2007년 하반기에 지금은 사라진 밸류스타라는 곳에 올렸던 글인데, 우연치 않게 다시 보게 되었다.

당시에는 내가 가치투자자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가치투자자가 아니라 그냥 투자자라고 생각한다.
당시에도 국내 경기는 추적했지만, 지금은 세계 경제, 경기 전망까지 더 중요시하니 투기꾼의 요소가 더 많아졌다.
당시에는 국내 주식에만 투자했지만, 지금은 해외 주식에도, 외환에도 분산하고 있으니 좀 더 안전한 투자를 하고 있다고 믿는다.
당시에는 금융위기를 상상하지도 못했는데, 지금은 겪고 어떻게든 살아남았다.
당시에는 한 3년이면 대개 성과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가능한 길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가장 좋기는 딱 한번이다.

나에게 생긴 변화에도 불구하고 글의 내용을 보면 딱히 지금의 내 생각과 크게 다른 것도 없다. 발전하기는 한 것인가...

저 시절에 금융위기는 몰라도 경기하락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것을 지금의 내가 봤다면 의심은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늦어도 08년 상반기에는 준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차후에는 가능하기를 빈다. good luck to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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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함과 겸손함

오만하면 큰 실수를 하기 쉽고 경우에 따라 회복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투자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인간관계에서 겸손한 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다들 안다.
말과 글에서도 나타나지만 태도, 눈빛, 표정에서도 나타난다.
겸손함이 지나치면 자신감이 없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오랜 관계를 유지하게 되면 겸손함이 대개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존중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된다.

왜 타인을 존중하는가?
그것은 공동체에서 자신이 존중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겸손이 필요한 것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장기적 생존을 보장할 수 있는 중요한 덕목이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트레이더는 겸손함을 매매를 쉬는 행위에서 찾는다.
자신이 따라가기 힘든 시장에서 무리하게 수익을 내려고 노력하면 손실이 누적되기 쉽다.
트레이더는 손절매가 반복되는 것으로 쉽게 자신의 오만함을 확인할 수 있다.

장기투자자에게 오만함은 무엇일까?
누구는 시장을 예측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길게 보면 기업보다 시장을 예측하는 것이 쉬울 수 있다.
누구는 주가나 이익의 변곡점을 예측하는 것이라고 한다.
예측에 실패하면 비자발적 장기투자자가 되거나 화초가 피기도 전에 뽑아버리게 된다.
누구는 분산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많은 대가들은 잘 아는 소수의 분야나 기업에만 투자하고 경이적인 수익율을 기록한다.

내 생각에 가장 큰 오만은 시장을 항상 이기려고 하는 것이다.
학교에서 성적표는 한 학기에 한 번씩 나온다.
그러나 투자에서 성적표는 자신이 원하는 순간에 받아볼 수 있다.
평가 기간을 일주일이나 한달로 볼 것인지 1년 2년 평생으로 볼 것인지는 온전히 자신의 선택이다.

상반기에는 밸류스타에 글이 올라올 때마다 기업의 주가가 상승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시절에는 가치주든 성장주든 부실주든 가리지 않고 상승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것이 가치주라서 상승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상황이 변했고 많은 기업들의 주가가 '이유없이' 심하게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밸류스타에 언급이 되는 기업이냐 아니냐에 달린 것은 아니다.

주가는 가치를 따라간다는 것이 가치투자자의 전제이다.
그러나 언제 그렇게 될지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도 그 전제의 일부이다.
따라서 기업가치가 할인되어 거래되고 그래서 밸류스타에 언급되어도 단기간에 주가가 올라가기를 바라서는 안된다.
이채원 전무의 펀드가 3년 환매제한을 둔 것도 그 정도의 기간이면 일반적으로 가격이 가치에 수렴한다는 것이다.

가치주의 시대가 갔다는 소리를 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런 현상이 미래에셋때문이라는 사람도 있다.
3년 동안 미래에셋디스커버리의 수익율이 300%정도이고 유리스몰뷰티의 수익율도 300%정도이다.
최근 단기간의 수익율은 미래에셋펀드가 월등히 앞섰는데도 그렇다.
무슨 방법으로 찾아내든 가치가 상승하는 기업을 골라서 보유하면 실패하기 힘들다.
그러나 그것은 장기간에 걸쳐서 평가했을 때 그런 것이다.

가치투자가 반드시 장기투자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왜? '이유없이' 주가가 급등해서 가치에 수렴하면 팔테니까.
그럼 장기투자는 가치투자인가? 아니다. 묻지마로 시작한 비자발적 장기투자자가 많으니까.
그러나 자발적인 장기투자자는 분산이든 집중이든 가치를 따지지 않을 수 없다.

가치투자자가 짧은 잣대로 자신의 포트폴리오나 시장을 재단하는 것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장기투자자에게 단기적인 평가손실이나 시장에 뒤처진 것은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시장의 변덕스러움을 의미하는 것이고 투자에 내재된 위험을 의미한다.
투자의 위험때문에 주가가 할인이 되고, 장기 수익율이 다른 자산보다 높다고 시겔교수가 주장한다.

시장은 길게 보면 언제나 우상향이다. 그러나 언제나 시장은 변덕스럽다.
최근 시장의 변덕이 더욱 심해져서 멀미가 나기도 하지만 이럴 때는 멀리 쳐다보거나 자는 것이 최선이다.
그래도 목적지에 도달할 것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
대개 버스는 목적지에 도착한다. 








댓글 3개:

  1. 저도 옛날글을 보면 화끈거려요.. 근데 그런거 다시보고 잘못된점이나 변한점을 써 놓는게 더 어른스러운 짓같고..

    왜 생각이 변했는지.. 생각해 보는게 더 좋은 경험 같아요.

    주변에 생각이 변한 사람은 다 변절자 취급받는 것도 ... 이해심 부족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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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옛날에 쓴 거 다시 보는 것이 이리 재미있을 줄 알았으면 좀 더 내려받아놓을 것을 그랬네요. 저 게시판에도 수백개는 올렸던 것 같은데 아예 사라졌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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