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대부분 공급측면에서 설명을 하고 있다.
그러나 가까이 14년을 돌아봐도 미국셰일과 사우디의 치킨게임으로 인한 공급과잉이었다고 초반에 이해했지만, 나중에는 수요의 감소로 인한 전세계 디플레이션이 더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수요와 공급의 선후관계, 인과관계는 불명확했으나, 디플레이션 우려가 감소한 것은 16년 기름값이 20불 초반까지 내려가고 나서 회복되기 시작한 이후였다.
교훈이라면 시장의 공급과 수요를 딱딱 구분해서 현재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고 믿으면 배신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속적인 가격상승이 예상되는 시장에서 가수요, 투기수요가 나타나는 것과 반대로, 지속적인 가격하락이 예상되는 시장에서는 정상적인 수요도 위축되고 재고수준도 가능한 낮게 유지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게 된다.
90년대 말 이후 기름값과 달러는 대칭적으로 움직였다.
일시적으로 예외적인 시기가 나타나고 최근에도 그런 상황이 보였으나, 아직 둘 간의 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
달러가 강세인 시기에 선진국, 신흥국을 불문하고 대부분의 통화는 약세를 보인다.
많은 신흥국통화가 몇년동안 약세를 보인것과 비교하면 원화는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
경상수지흑자, 외환보유액, 순대외채권 등을 고려하면 납득할만한 일이다.
환율의 펀더멘탈을 구성할 것으로 보이는 위의 요소들 외에 외환시장, 금융시장의 수급과 관련이 더 높아보이는 신용스프레드, 하이일드스프레드가 원화와 신흥국, 자원부국 등의 위험통화와 관련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다.
미국 회사채의 신용스프레드(baa-aaa)와 원화 환율(usdkrw).
높은 관련성을 보인다.
하이일드 스프레드와 원화 환율.
최근 2년 이상 하이일드스프레드가 지속적으로 낮아지면서 관련성이 낮아졌다.
16년 기름값이 바닥을 친 이후 미국경기만 독주하면서 미국에만 돈이 넘쳐나는 상황이었을 수도.
16년 초의 높은 스프레드가 주로 미국의 셰일과 관련된 회사들의 부실때문이었다고 하니, 최근의 스프레드 급등도 유가급락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비교를 해보면 미국에서도 일부 업종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이는 하이일드스프레드보다 신용 스프레드(baa-aaa 혹은 baa-미국채10년)가 원화환율을 설명하기에 더 좋다.
원화 환율과 신용 스프레드에 vix를 추가했다.
원화와 vix만 보면 관련성이 높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vix <-> (baa-aaa) <-> usdkrw
2000년대 이래 vix와 신용스프레드의 관련성은 매우 높고, 신용스프레드와 원화의 관련성도 매우 높다.
최근의 시장은 2월 급등했던 vix를 시작으로 전 세계로 위험이 확산되어가고 있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다만 시장이 반영하고 있는 위험의 수준은 12년 중반, 16년 초보다도 낮다.
금융위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도 낮은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는 시기에 기업 대출이 증가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https://runmoneyrun.blogspot.com/2017/11/us-nonfinancial-corporate-debt-20171116.html
가계부채, 금융업 부채가 감소하고 정부부채가 증가한 것이 금융위기 이후 발생한 일이다.
기업부채는 gdp대비 과거 고점을 넘기는 했지만 문제를 발생시킬 수준으로 보기 어렵고, 위의 그림처럼 과거 싸이클에 비해 증가율이 낮게 유지되고 있다.
기업 부채, 신용스프레드, 하이일드스프레드가 금융시장의 위험을 반영하기는 하겠으나, 선행해서 위험을 알려줄지는 의심스럽다.
baa-aaa 신용스프레드는 대공황 이전 미국의 1920년대 대호황기까지 커버하고, 금융시장의 위험을 잘 반영하기 때문에 하이일드 스프레드가 가지기 어려운 장점이 있다.
물가가 80년대의 고점 이후 장기적으로 낮아졌지만, 경기싸이클과의 관련성이 낮아진 것은 아니다.
60년대 이후 경기과열, 물가상승, 단기금리상승, 금리차 역전은 싸이클 후반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신용스프레드의 급등은 다른 지표들보다 후행하지만, 바닥이 점차적으로 올라가는 것은 싸이클 후반에 합당한 소견이다.
최근 6-7년간 신용스프레드와 핵심물가가 동행하고 있다.
유가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미국 물가가 2% 수준을 유지하고 신용스프레드가 바닥수준으로 복귀하지 않으면 펀더멘탈이 어느 때보다 튼튼하다는 원화도 전세계 금융시장의 혼란과 더불어 약세를 보일 수 있다.
현재로서는 실타래의 끝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