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쇼티지
11 년 전 면화값이 수십년 평균값의 3배로 폭등한 적이 있다.
https://tradingeconomics.com/commodity/cotton
중국 사람들의 섬유 수요가 급증하면서 폴리에스터와 면화 가격이 상승했다.
면화를 생산하는 농부들은 면화가격이 영원히 오를 것으로 기대하기 시작했다.
그러면 당장 내다 파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늦게 돈이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파는 것이 유리하다.
가능하면 빚을 내서 옆집의 목화밭을 밭떼기하고 재고를 쌓아두는 것이 유리하다.
이것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이고, 그렇게 했다.
실제로 면화가 방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사진이 wsj 기사에 등장했다.
지금은 유료화된 이 기사를 그대로 담은 한국의 기사를 보자.
https://www.hankyung.com/news/article/201101310301i
면화 유통업자인 조던 리아 이스턴트레이딩컴퍼니 회장은 “중국의 사재기와 농가 비축 때문에 공급이 부족한 것인지,아니면 진짜 공급 물량이 부족한 것인지가 불확실하다는 게 가장 답답한 점” 이라며 “시장의 공포도 함께 커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중국 목화 농가 2500만 가구가 전세계 면화 공급량의 9%를 재고로 쌓아놓고 있을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당시 여러 뉴스를 보면 중국만 그런 것이 아니라 면화를 생산하는 전세계 농가가 비슷하게 재고를 쌓고 있었을 것이다.
국가 단위의 사재기로 볼 수 있지만, 농민을 위해서 그랬다고 주장했고 면화값이 하향 안정된 후 쓸모도 없고, 시장에 부담이 되는 정책이라서 나중에는 유명무실해졌다고 한다. (최근 상황은 ?)
11년 당시 고공행진하던 면화값이 폭락하기 전에 내다 판 농가는 부자가 되었을 것이고, 폭락하는 면화 시장을 보면서 정신 승리를 한 농가는 망했을 것이다.
가격이 급등하는 시장에서는 항상 발생하는 일이다.
최근 다시 면화값이 상승해서 평균값의 2배 정도이지만 이전의 고점을 넘지는 못했다.
매점매석을 일부 생산자, 유통업자, 소비업체의 악행으로 단죄하는 것은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쇼티지가 일단 발생하면 가격이 몇 배로 급등하고 시장에서는 공급이 사라진다.
사라진 공급은 공습을 당하거나 불에 타거나 바다에 가라앉는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면 가격이 떨어지는 시기에 다시 나타나서 가격하락을 부추긴다.
정부가 상승을 막을 수 없던 것처럼, 과열이 지나고 원래 가격 수준으로 돌아가거나, 더 하락하는 것도 막기 어렵다.
2. 리드 타임
생산과 소비,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고 있던 시장에 일시적으로 공급이 차단되면 생기는 일을 가정해보자.
하루에 평균 10개 생산하고 10개 소비하는 시장이 있다.
오늘 주문하면 내일 공급되면 리드타임 1일이다.
생산자가 병이 나서 10일을 쉬었다.
10일 동안 밀린 수요가 100개이다.
다시 일을 시작해서 10개씩 만들면 새로 주문을 하는 경우 밀린 주문 100개가 생산되고 나서 공급을 받을 수 있다.
리드타임 11일이다.
주민들이 공급 지연시간에 대해 비난을 하고 시장이 찾아와서 사정을 하니 야근을 해서 하루에 20개씩 만든다.
그러면 밀린 주문이 하루에 10개씩 감소한다.
야근 1일 90개. 2일 80개... 10일 0개.
이렇게 10일 동안 야근을 하면 누적된 주문을 해소하고 정상적인 상황으로 돌아간다.
리드타임 11일에서 리드타임 1일로 감소하는데 10일이 걸린다.
리드타임이 감소하면 다시 정상적으로 하루 10개씩 생산하면 된다.
해소를 못하면 영원히 11일이 유지된다.
이것이 생산자에게 유리하면 그럴 수 있다.
실제로 길었던 리드타임을 해소하고 나서 일정하게 리드타임을 낮게 유지하는 교과서적 상황이 과거에 구청에서 발생했다.
송파구 48시간이면 ‘OK' 여권발급 혁명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0705211813081
구청에서 발급하는 여권의 발급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송파구청의 여러가지 어려움에도 누적 신쳥물량을 구청이 총 단결해서 떨어버리고 1-2일 안에 여권을 발급하는 성과를 냈었다.
여권은 다른 구청 주민도 신청하면 되니 일부 구청에서 빨리 발급되는 지역으로 보내는 상황이 발생했고, 이것도 구청들의 동참으로 해소되었다.
서울 여권발급 빨라진다…18개 구청에 ‘4일내 발급’ 동참 촉구
https://www.khan.co.kr/local/Seoul-Gyeonggi/article/200705281820191
실제로 수요가 감소하지 않는 상황에서 제한된 자원으로 리드 타임을 낮추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수요에 대한 판단을 정확하게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시적인 연장근무, 계약직을 동원하지 않고 정규직을 늘리거나, 비싼 기계를 늘리면 필연적으로 공급과잉이 발생한다.
3. 반도체
뉴스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쇼티지는 2년이 지나고도 해결될 기미가 없는 듯하다.
https://abcnews.go.com/US/wireStory/chip-shortage-driving-auto-prices-cutting-sales-86092108
2021년에는 쇼티지가 이렇게 오래 지속되기보다 21년말, 22년 초 정도에는 해소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쇼티지 해소에 대한 전망보다는 24년까지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늘어난 것처럼 보인다.
8인치 팹의 증가는 기대하기 어렵다. 12인치 팹을 싸구려 차량용 반도체에 쓰면 이익을 내기 어렵다. 판데믹 후 공급대란을 겪으면서 jit 시대는 가고, 안전 재고의 필요량이 늘었다. 기름값 폭등 시대 수요가 폭증하는 전기차에는 반도체칩이 몇 배로 많이 쓰인다.
이런 스토리의 핵심은 내 눈에는 칩 가격이 여전히 낮다는 것이다. 충분히 높거나, 높아질 것으로 보이면 공급이 어떻게든 증가한다. 장기 계약이 필요하다면, 떼돈을 벌고 있는 자동체 업체들이 충분히 할 수 있으리라 본다.
그런데 왜 이렇게 오래 쇼티지가 유지되나?
만약 차량용 반도체 쇼티지가 실제로 공급과 수요과 균형인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판데믹 공급대란 기간 중의 미충족된 수요가 여전히 문제라면?
다만 대형 반도체 업체들에 성과에 대해서는 오래 관찰을 했고, 반도체 수급의 변화가 매우 급격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과 다른 시장과 비교해서 전혀 특별하지 않다는 점은 이해하고 있다.
전문 지식이 아니라 상식을 가진 일반 투자자라면 위에서 언급한 쇼티지 발생 시 보이는 재고의 저장(hoarding)과 공급의 정상화에도 불구하고 지속되는 리드 타임의 다이나믹을 고려해야 한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수십 년 전문가도 실제 상황을 파악하는 것은 사후에나 가능하다.
그래서 향후 어떤 일이 생길까?
미충족 수요를 해결하지 않으면 단기적으로 공급부족을 해소할 수 없다.
투자를 통해 공급이 증가하면 장기적으로 공급과잉을 피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증가할 공급(투자)의 일부를 당겨서 집행할 수 있다.
일부의 수요는 높은 가격으로 사라지거나 가격 인하시기까지 이연된다.
공급망에 잠겨있는 재고는 가격하락이 시작되거나, 하락 신호가 나오면 저절로 쏟아진다.
요약
반도체 쇼티지 해소 이후에 벌어질 상황이 눈에 가물가물하다.
사족
공급 부족이 생산 감소가 아니라 운송 지연때문이라면 위의 예와는 다른 경과를 거친다.
반도체에는 크게 해당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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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20220703
https://www.kbb.com/car-news/is-the-end-of-the-chip-shortage-in-sight/
칩 쇼티지 해소로 자동차 생산이 증가하면 역사적으로 낮은 재고는 증가하지만 높은 가격, 높은 대출 금리로 판매 증가속도가 못 따라갈수도.
- 차업체들도 낮은 재고, 적은 판매대수에도 불구하고 높은 차 가격과 높은 마진이 유리하다고 볼 수도.
업계의 상당수는 24년까지 쇼티지 지속할 것으로 전망.
- 그렇게 믿어야 증설, 증산에 투자하는 것은 당연지사.
https://www.fierceelectronics.com/electronics/4-sectors-hardest-hit-by-global-chip-shortage
자동차, 가전, led, 전력의 4개 섹터가 가장 타격을 받았다고.
- 이 중 가전은 이미 해소. led 디스플레이도 해소 진행 중. 자동차는 vw사장이 해소 중이라고 언급. 전력반도체는 글쎄.
https://www.thelec.kr/news/articleView.html?idxno=17399
ddi, cis, pmic 주문 취소. 8인치 팹 가동률 하락 전망.
12인치 공정 가동률은 일정할 듯.
정말 덥네요. 정말요
답글삭제에어컨에 너무 민감해서 없이 살기는 합니다만, 선풍기만으로는 도저히 해결이 안되네요~~
더운지역에도 에어컨이 정도 이상 보급된다면 또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그거야 그분들의 사정이기는 하지만, 그분들의 쾌적으로 수천킬로 떨어져 있는 저는 무엇을 잃을까요?
동일을 조금 가지고 있었기에 글 읽으면서 뜨금했었습니다. 잘나기에, 더 잘나가겠것니 욕심부리다 결국 이자정도에 정리 했던지라.........조금 여렵습니다
혹자는 이런이유등으로 인플레이션이 조만간 잡힐거라고 합니다. 그 분들의 주장도 전혀 근거 없지는 않아서, 대부분의 원자재값은 이미 껵었고 에너지 부분정도만 남은것도 사실이구요.
가수요, 투기수요, 재고 등이 정리 되면서 자연스레 인플레이션이 잠잠해질거라고 이야기하시죠
또 다른 분들은 여기까지는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방향은 비슷한데, 다른 부분은 수치가 떨어지기는 하겟지만, 여전히 높은 상태를 유지할 것이고 더구나 어느정도 내려간다한들, 조그만 충격이나 자극만 주어도 다시 튀어 오를 거라고 하시죠. 돈, 부채, 선거, 등의 문제로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은 당분간은 불가능하다고 하시죠, 거리에 피까지는 아니더라도 눈물이 넘쳐 흘러야 그때서야 가능할거라구요.
저야 어느 분들의 이야기가 현실화 될지 짐작도 어렵지만......
개인적으로 경험을 바탕으로 추정해 본다면, 둘 다 현실화 될 것 같아요.
살아보니까, 틀림없이 양립할 수 없는 경우의 수가 현실에서는 같이 일어나드라구요. 너에게 일어나고 나에게 일어나는 차이, 여기서 일어나고 저기서 일어나는 차이, 어제 일어나고 내일 일어나는 차이만 있을뿐 그러더라구요. 물론 대세적인 숫자의 흐름은 있겟지만요
그래서인지 모르겠으나 그 분들 본인의 이야기와 상관없이 공통적으로 한동안은 자산시장에서 자산의 상승은 한계가 있을 거라고 하시더군요.
괜한 "이야기"같은 이야기가 되버렸네요
항상 감사드립니다.
금속, 곡물 등 일부 원자재의 가격은 피크 대비 상당한 하락을 보이고 있는데, 상당히 초반부터 상승을 시작했던 목재의 가격과 비교해 보면 지난 1년 반동안 원자재 내에서도 순환매가 있었고, 전체 물가 지수는 ppi든 cpi든 우상향해 습니다. 70년대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고 하고, 어떤 이는 가격 상승의 양극화가 70년대 후반으로 갈수록 심화되었다는데 이것이 스태크플레이션의 특징이었다고도 합니다. 침체가 와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격 중에 나의 소득 혹은 임금이 있다면 다행이지만 실제로는 이것도 양극화의 대상이기는 마찬가지일 것으로 봅니다. 70년대 한국에서는 국가사업으로 진행된 강남개발로 인해 서울 강남 포함 부동산이 매우 성과가 높았던 자산이었고 평균적으로 부동산이 가계의 자산가치를 지켜주었다고 합니다. 문재인 정권 초기부터 혹은 판데믹 초기부터 스태그플레이션이 온 것으로 미래에 평가하게 된다면 역사가 반복된 것으로 기록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삭제이미 풀려버린 돈은 어딘가로 흐를 수 밖에 없고, 고이는 곳이 어디냐의 문제만 있을 뿐 고일 수밖에 없다. 돈의 가치가 낮아져서 그 흐름이 영향력 약해 질때까지, 혹은 세상 전체가 커져서 그 흐름을 소화 해 낼 수 있을때까지는 이 상태를 멈추기는 어렵다
답글삭제이 정도쯤이 될까요.......
실질 금리가 양전환 하는 경우도 있을 듯싶습니다
답글삭제결국 연준에 달린 문제 같습니다. 기준금리 기준으로 물가8%에 기준금리 3%로는 어려울 것이고 물가가 내려와도 기준금리는 5% 이상 가야 양전하겠지요. 장기금리기준으로는 시장의 판단이 tips(~실질금리 프록시)라면 벌써 플러스라고 볼 수도 있네요. 여기에는 연준의 시장 조작이 기여한 것으로 보이지만, 총체적으로 혼란한 시장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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