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1/12
국민연금으로 삼성을 견제할 수 있나.
http://sisun.tistory.com/699
새사연에서 나온 글이다.
국민연금이 삼성전자의 지분을 6% 소유하고 있고, 삼성생명에 이어 2대주주라고 한다.
연기금이 재벌기업들의 주주가 된 후, 주주로서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연기금이 '주주로서 감시기능을 발휘하는 것은 어떤 주주라도 반길 일이지 경계할 일은 아니'라는 점에는 100% 찬성한다.
그러나 글의 핵심처럼 보이는 마지막 구절은 사족을 넘어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런데 하나의 문제는 이런 것이다. 소액주주운동이 비판받았던 것처럼 국민연금도 주요 주주로서 수익이나 주가·배당과 같이 주주이익 차원에 국한된 이슈를 넘어설 수 있는가. 삼성의 무노조 경영이라든지 일감 몰아주기 관행이라든지, 납품기업에 대한 과도한 가격 인하 등에 대해 주주의 이익보다 국민의 이익이라는 차원에서 경영참여를 할 수 있는가. 국민연금이 국민의 돈이고 국민은 투자수익 몇 푼보다 재벌개혁으로 얻을 이익이 더 크다면 당연히 그렇게 행동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은 정부가 이런 수준의 주주권 행사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소액주주운동이 비판을 받았다고 한다.
분명히 기억에 나는 것은 소버린이 SK지분을 14.9% 소유한 후 최태원의 퇴진을 요구했던 것이다.
보통 소액주주와 장하성이 먹튀 외국자본의 하수인으로 이익실현을 도왔다고 한다.
그러나 소버린은 최태원 일가에 의해 가치가 훼손되고 있던 sk의 지배구조개선을 이끌어 내서 기업가치의 상승을 가져왔고 관련 주주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왔다.
반면 무지한 국민과 타락한 정부의 도움으로 살아남은 최태원 일가는 sk의 자금을 빼돌려서 무당의 조언으로 선물로 도박을 하던 과거의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이 사람들은 소액주주운동이 비판을 받아야 하는지 먹튀논쟁으로 소액주주운동을 방해한 자들이 비판을 받아야 하는지 아직도 판단을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주주의 이익보다 국민의 이익이라는 차원에서 경영참여를 해야 한다고 한다.
국민연금이 국익을 판단해서 주주총회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주의 이익을 판단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대주주가 횡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배당이 유리한지, 투자가 유리한지 판단하는 일은 어렵다.
투자를 하더라도 언제 어디에 해야할 지 판단하는 것은 더 어렵다.
그런데 그것을 넘어서서 국민의 이익을 판단해야 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불가능한 일이다.
재벌기업이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국익에 반하는 것이라고 철썩같이 믿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도 재벌이 수출을 통해 벌어들이는 이익은 국익에 기여한다고 믿는다.
그런 분열적인 생각을 하는 정치인들이 시키는 데로 대기업에 대한 주주권을 행사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
무노조경영, 일감몰아주기, 납품기업에 대한 가격인하 등을 대표적인 예로 든다.
주주가 노조가 기업에 득이 될까 해가 될까를 판단하는 것은 노동자가 판단하는 것과 같을 이유가 없다.
노조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어떤 노조냐가 문제가 된다.
재벌기업들의 귀족노조는 재벌일가만큼 부도덕하고 기업의 이익을 파먹는다.
주주의 적이라는 말이다.
일감몰아주기는 보통 대주주의 지분이 높은 기업으로 이익을 빼돌리는 방법이다.
이것은 원칙적으로 막는 것이 주주에게 득이 된다.
그러나 그런 것을 빌미로 중소기업에게 무조건 사업기회를 넘기라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정부, 정치가 상생을 위해 공정한 룰을 만들고 심판을 역할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정치적 개입으로 대기업들의 사업기회를 원칙적으로 박탈하는 것은 수출이 중요하지 않은 나라에서나 가능한 것이다.
달러중독에 걸린 나라에서는 어불성설이다.
납품기업에 대한 가격인하도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공정한 거래 관행을 손보는 것은 정부, 정치의 몫이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시장의 규칙을 준수하면서 경쟁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MB정부 들어 물가를 잡기 위해 시장에 직접적인 규제를 많이 가했지만 성공한 것이 없다.
전기, 석유, 가스, 버스, 식료품 등등..
그들이 예상치 못한, 그러나 시장은 예상하고도 남은 부작용들만 많이 발생되었을 뿐이다.
사회주의적인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프로레타리아 독재의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시장만능주의, 신자유주의를 비판한다고 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그렇다.
규제와 통제.
이것은 현 정부에서 시장과 맞서기 위해 수도 없이 벌어졌던 일이다.
그런데 적어도 100년 가까이 진행된 실험에서 배운 것이 하나도 없는 좌파들도 똑같은 방식으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정부는 심판의 역할을 해야지 선수의 역할을 해서는 안된다.
이것을 현 정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좌파들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정권이 바뀌는 것을 바라기는 하지만 큰 기대는 없다. 또한 MB정권에서도 경제성장이 가능했던 것처럼 다음 정권이 누가 되어도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대한민국은 지도자가 중요한 나라가 아니다. 힘이 없어 보여도 국민이 가장 강한 나라다.)
정부가 국민연금에게 주주의 이익을 위해 최대한의 자유를 허락하는 것은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국민연금을 이용하기 시작하면 2050년경에 고갈될 연금의 미래는 더욱 어두워진다.
MB정부에서 4대강 사업에 국민연금을 이용하려고 했고, 부족한 세수를 위해 국민연금에 주식매매수수료를 부과했다.
국민들이 국민연금에 조금이라도 노후를 기댈 생각이 있다면, 잘 판단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오로지 투자한 기업의 주주로서 주주의 이익만을 위해 판단하고 행동하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