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연금 몇년, 군인 연금 몇년, ** 연금 몇 년, 도합 13년 정도 가입된 적이 있었다.
또 국민연금에 1년여간 가입했었다. 지금은 소득이 없어서 국민연금을 안 내고 있으니, 나중에 받을 돈이 껌값이라 까딱 잘못 하다가는 노후에 거지 되기 십상이다.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최근의 연금 소란을 보면서 한 마디 해도 덜 비난을 받지 않을까 한 자락 까는 것이다.
기사 하나를 봤는데, 두 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지적하는 이유는 공무원연금 개혁이 마녀사냥처럼 진행되는 꼬라지가 안타까와서이다.
그렇다고 바뀔 가능성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9급 공무원, "형네 회사에 사람 안 뽑아요?"
[직딩블루스] 말단 공무원이 지인에게 보내는 편지
http://news.mt.co.kr/view/mtview.php?no=2014101716004210813&type=1&outlink=2&EVEC
"공적연금 가입자들은 '덜 내는' 게 아니라 '더 많이, 더 오래' 내고 그만큼 더 받는 구조인데 국민연금 평균수령액 84만원과 공무원연금 평균수령액 217만원만 단순 비교하니 답답합니다."
"국민연금도 공적연금도 모두의 '노후'가 걸린 문제인데 앞뒤 맥락 다 무시하고 국민들 악감정만 돋구니 무슨 대화가 되겠어요. 대타협은 하기도 전에 공무원은 싸그리 다 도둑놈으로 매도됐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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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연금 가입자들이 더 많이 오래 내니 더 많이 받아도 된다고 하는 것은 많은 국민들을 빡치게 만들 수 있다. 많은 국민들은 정년이 보장된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연금을 오래 많이 내고 싶어한다. 그러니 많이 내서 많이 받을 권리가 있다는 얘기를 듣는 국민은 이중삼중으로 상실감을 느끼게 된다.
공무원이 받는 월급의 시작은 세금이다. 거기에 연금에 정부가 추가로 50%를 지원한다. 거기에 남보다 더 오래 근무할 수 있다. 거기에 세금을 내는 사람의 처지가 공무원보다 많이 못한 경우에는 공무원 연금이 아무리 박봉이라고 해도, 공무원이 아무리 오버스펙이 많다고 해도 사정을 살펴줄 마음이 생기기는 쉽지 않다.
저런 소리를 들으면 내가 더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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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일부 정치인들은 공무원연금 개혁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공무원들을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하면서 국민들의 분노와 증오를 키우고 이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과거에 대한민국에서 진행된 여러가지 개혁, 특히 민주화, 국민복지증진 등의 그럴듯한 명분을 입은 개혁은 대개 비슷한 형태로 진행되었다. 예를 들자면 많겠지만,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 ** 개혁 같은 검색어로 찾아보면 많을 것이다. 그것이 실제로 그들의 목적달성에 기여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고, 과정이 비인간적이고 야비하게 진행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는 것이다. 한국의 개혁은 마녀를 선별하는 작업에서 시작한다. 역사적인 맥락같은 것은 대개 고려의 대상이 아니고 당파성은 매우 중요한 기준이다. 내 편이면 개소리해서 매장당해도 숭고한 희생이 된다.
나는 한국에서 저강도의 문화혁명이 적어도 20년째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
식상한 신자유주의/양극화 드립과는 전혀 다른 얘기일 수도 있지만 결국은 비슷한 맥락이다.
한국의 압축적인 성장은 자체로 매우 특별한 것이고, 그런 상황을 겪은 몇 나라들은 나름대로의 특징을 보인다. 한국은 빠른 성장에도 저개발국의 특징이 고스란히 남아있다는 점에서 일본, 싱가폴, 홍콩과도 조금 다르다. 그게 당연히 배경, 국민성과 관련이 있을 것이고, 내가 한국은 절대 일본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을 버리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니 한국은 더 발전할 것이고, 더 혼란스러울 것이다. 혼란이 발전을 보장한다는 것은 아니고 발전하려면 혼란해지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원래대로 돌아가서 공무원들은 그 모든 개혁에서 정치인들의 주구 노릇을 했다.
영혼없는 공무원은 고위직에만 해당되었던 것도 아니다.
자업자득, 업보, 윤회이니 왜 나만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공무언 연금 개혁이 공무원에 대한 토사구팽이라고 본다면, 눈에 띄는 고소득 전문직이나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직종에 대해 진행된 20여년간의 사회적, 집단적 다구리가 끝나가는 과정일 수도 있다.
다 털어서 더 이상 털 곳이 없으니 털던 도구를 터는 작업이 시작된 것이라면, 사회적 안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 터는 것은 싱거우니 뽀개서 불쏘시개로 써보자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면 문화혁명 시즌 2가 시작될 수도 있을 것이다.
고생은 내가 더 하는데 너만 잘 먹고 잘 산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힘이 생기면 뭐가 되었든 험한 일을 겪는 것을 피할 수는 없다. 사랑의 힘도 그렇다지만 증오의 힘도 크고 오래간다.
그들의 목표가 되는 순간 *레기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그러니 오버스펙에도 불구하고 시시한 일(sky 학력에 등본 떼주기 등)에 만족하고 살았던 공무원들은 거친 곳으로 돌아가서 자아 실현이든 사회 발전이든 좀 더 힘들고 도전적인 일을 찾는 것도 괜찮은 일이다.
떠난 공무원들 덕분에 남은 공무원들은 조금 편해질 수도 있다.
공복이라지만 국민한테 서비스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텐데, 동업자들에게 서비스하는 것은 말을 안해도 동지애로 통하니 좀더 정신적인 보상이 큰 일이다.
털리는 마당에 물질적인 보상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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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연금 개혁은 나한테 떨어질 고물이 없어서 관심이 적다.
그러나 많은 공무원들이 이번 기회에 명퇴든 뭐든 사표를 쓰고 나가거나, 국민과 정말 크게 한판 붙어서 설득을 하거나, 아니면 정부를 엎어버리거나 뭐가 되었든 한국이 달라질만큼 싸워보기를 바란다.
성과가 나온다면 80년대 말의 전교조 결성 이후로 공무원 집단이 한국사회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것 중에 하나가 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