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한치 앞을 모를 정도로 심각하게 전개되고 있는 와중에 중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사상최대라는 발표가 있었다.
G2 무역전쟁 무색…中, 8월 대미 무역흑자 300억달러 돌파
http://www.ajunews.com/view/20180908155003705
그러니 저런 기사제목이 붙는다.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기선을 제압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은 착각이라는 얘기가 나올만 하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서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고, 애플도 태도를 바꾸었다고도 한다.
그러나 저런 숫자나 기사를 보고 승패를 판단하기에는 매우 이르다.
나는 관세가 본격적으로 부과되기 전에 미국의 수입이 증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본다.
물건값이 오를 것이 예상되면 언제 어디서나 사재기가 나타난다.
해당상품의 매출이 이벤트 시작 전에 오르고 이후에 감소한다.
한국에서 담배값을 올릴 때마다 발생하는 일이지만, 더 큰 규모로 일어났던 예를 살펴보자.
13년 10월 일본의 아베총리는 14년 4월부터 소비세를 5%에서 8%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무슨 일이 발생했을까?
세금이 오르기 전에 소비가 증가하고 세금이 오른 후에 소비가 감소했다.
차이점이라면 당시에 일본의 세금 인상은 의심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고, 미국의 관세부과는 여러모로 불투명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확인해보자.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이다.
세금이 상승하면서 물가가 수직으로 상승했다.
물가상승률(yoy)이다.
역시 수직으로 상승했다.
추가된 세금은 3%였지만 이미 물가는 상승하고 있었고 고점의 물가는 전년비로 4%에 육박한다.
물가yoy에 소매판매yoy를 겹친 것이다.
14년 물가가 수직상승하기 전에 판매는 물가와 동행하면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었고, 이것은 아베노믹스의 효과와 소비세증가의 선반영이 겹쳤을 것이다.
그렇게 꾸준히 증가하다가 세금부과직전 판매가 일시적으로 급증했다.
거의 수직상승에 가깝다.
세금 부과가 시작된 후 판매는 수직으로 감소해서 1년동안 평균 0% 전후로 낮게 유지된다.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세금을 어떤 순서로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부과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저 트럼프 마음에 달려있는 것처럼 보인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미국업자들의 첫번째 대응은 가격이 오르기 전에 구매를 앞당기는 것이다.
미국의 관세부과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수입은 증가할 것이다.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중국의 대미수출은 증가한다.
관세가 부과된 이후에도 수출이 증가할 것인가?
만약 위안화가치가 관세율보다 더 떨어진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니 막상 미국이 관세를 올리는 상황이 발생해도 무역전쟁의 결과는 시간을 두고 환율까지 고려해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
위에서 언급한 예들은 한국에서 18년 1월부터 최저임금이 16.4% 상승한다고 17년 7월 결정되었을 때 고용지표에 어떤 영향이 나타날지 예상하는 것과 비슷한 일이다.
최저임금 만원 공약을 내건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부터, 혹은 공약을 발표했을 때부터 영향을 주었다고 보는 편이 적절할 것이다.
일정 시점에서 고강도의 외부 충격이 주어질 때 나타나는 변화는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나타나는 변화보다 인과관계를 판단하기 쉽다.
3가지 전부 그런 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은 과거지사이고, 한국은 진행형이고, 중국-미국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기왕에 발표된 것은 중국 자료 8월까지.
위는 미국 자료 7월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