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과 달러의 실제 역사이다.
2000년 이후 20년 이상 대칭적으로, 거울상으로, 반비례해서, 역행해서 움직였다.
그러나 2021년 중반 이후 1년 동안 달러와 오일의 가치가 함께 상승하는 시기가 나타났다.
최근 다시 반비례하고 있으니 상황을 이해하기는 쉬워졌다.
왜 작년부터 1년 동안 달러와 기름이 동행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하기 전에 확인할 것은 90년대 이전에는 달러와 오일의 관계가 2000년대 이후처럼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중동의 석유를 서구의 몇 개 기업이 좌지우지하거나, 중동국가들이 유전을 국유화해서 opec를 통해 오일 가격 담합을 하거나, 미국이 이라크를 초토화해서 중동 유전에 대한 물리적인 힘의 우위를 차지하거나 하는 것과 오일-달러 반비례 관계를 관련지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당연히 "페트로달러"가 기름이 지배하는 세상의 기축통화라서 기름가격이 자동적으로 달러에 반비례한다는 식으로 엮는 것은 근거가 없다.
단순한 설명은 전세계에 기름 수요가 증가할 때 미국 달러에 대한 수요가 감소한다는 것이다. 어느 지역이나 국가의 성장이 빠르게 진행되면 에너지 석유화학 수요가 증가하고 달러 대비 지역 통화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다.
그러면 기름값이 하락하고 달러가 상승하는 시기에 경기 침체와 더불어 안전자산 달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자연스럽다. 달러보다 선호되는 안전자산이 금이거나 엔화라면 그것이 달러보다 강세인 것도 자연스럽다 (금융위기 전후에).
그런 점에서 최근의 기름-달러 동행은 일단 부자연스럽다.
그래서 이유를 생각해보기 전에 눈에 거스르지 않는 그림을 그려본다.
판데믹 직후부터 최근까지의 기름값을 살짝 바꾸어서 기름과 달러의 대체 역사를 만들었다.
한 눈에 20여년 간의 대칭성이 잘 유지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인공적으로 만든 그림이지만, 현실보다 자연스럽다.
아래는 이 가상 현실을 보며 떠 오른 생각이다.
1) 지금은 2008년, 2014-15년, 2020년의 유가 급락기와 비슷하다.
2) 3번의 유가 급락기는 두 번의 침체/위기상황과 한 번의 제조업침체/디플레이션과 겹친다.
3) 미국의 원자재 인플레이션은 이미 피크를 지났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에서 가스, 석탄, 전력 가격의 수십배 상승으로 인한 생산자물가 소비자물가에 대한 악영향은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국면이다. 한전의 30조 적자에 대한 해결책도 안 보이기는 마찬가지.
5) 가스/석탄 가격과 기름 가격의 괴리가 5배 이상 크게 유지되는 것에는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설명을 뛰어넘는 특별한 이유가 필요하다.
6) 2020년 4월에 -43달러를 기록했던 기름 선물 가격의 후유증, 코로나 전성기의 외부활동 억제 대비 방구석 전기사용 증가, 미국 물가에 미치는 가솔린 가격의 중요성, 미미한 전세계 디젤(석유 아무거나)발전 비중... 더 떠오르는 것도 없다.
7)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번에도 아무 상관이 없다. 가스와 석유의 괴리는 시기적으로 전쟁에 한참 앞서고 기름값은 전쟁 직후 일시적 변동 이후 다시 전쟁 이전으로 회귀했다.
8) 기름이 엔진 연료로 뿐 아니라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원료로서의 역할까지 피크 아웃한 것은 아닌지도 의심스럽다.
9) 유가에 대한 뇌피셜을 요약하면 2021년부터 유럽에서 극심해진 가스/석탄/전기 부족에 대한 대안으로 석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기 보다는(풍선효과는 없었다) 쓸모가 적어진 석유에 대한 비용마저도 가격이 수십배 상승한 가스/석탄/전기에 쓰게 된 것일 수도 있다.
10) 미국 물가의 변동은 더 심할 수 있다. core에는 영향이 적지만 headline은 빨리 내려올 수도 있다.
11) 당분간 침체는 기름 가격으로, 인플레이션은 임금(고용)으로 추적하는 것이 적당할 수 있다. 원래 인플레이션은 기름 가격으로, 침체는 임금(고용)으로 파악하는 것이었지만 어쩔 수 없다.
가상 현실에 대한 위의 언급은 그저 상상에 불과한 것이고 중요한 것은 현재와 단기 미래에 대한 전망이 원래의 그림보다 이해하기 쉽다는 것이다.
요약
기름값을 조작하니 미래가 보이는 착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