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에 살던 집은 4층짜리 연립주택같은 아파트였다.
동네는 괜찮은데 층간소음에 유독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한 십년 전에 옆통로 대각선에 살던 집에서 종종 싸우던 소리가 났었다.
나는 밖에서 싸움이 나도 바로 경찰에 신고를 하는 편이지만, 와이프는 그러지 않는다.
더구나 옆집에서 싸우는 일로는 어디에도 연락하기 쉽지 않다.
어느 날 큰 싸움이 난 후 경찰이 다녀갔고, 부인이 남편 손에 죽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후에는 특별한 소음을 듣지는 않았던 것 같다.
2.
그러다가.
아래층에 오래 살던 집이 이사간 후, 새로 이사온 사람들이 tv를 매우 크게 늦게까지 켜놓아서 집안 일부가 항상 웅웅하는 소리가 울리는 상황이었다.
한 번 와이프가 말을 했지만, 아랫집 여자에게 막말을 듣고 더 이상 어쩌지 못하고 있었다.
이후에는 아랫집과 상대하는 것을 피했지만, 이미 소음보다는 심리적인 스트레스로 와이프는 신경안정제까지 먹어야 했다.
그럼 여기서는 화장실에서 담배냄새가 새어나오지 않냐고 다시 물었더니, 바로 얼굴을 바꾸고 내집에서 내맘대로 살지도 못하냐고 얼마나 심한지 확인하러 올라온다고 했다.
잠시 후 올라와서 집안에 들어와 확인하는 시늉을 잠깐 하더니, 자기가 신문기자이고 이렇게 저렇게 잘 나가는데, 별것도 아닌 것들이 유세를 떤다고 몇 분 소란을 피우고 내려갔다.
이사갈 생각을 하고 있던 어느날, 동네를 여기저기 건들던 도둑이 어느날 아랫집을 상당히 털었다는 소문이 들렸다.
문제의 덩치가 거지같은 동네에 괜히 이사왔다고 하면서 급매로 집을 팔고는 이사를 가버렸다고 한다.
집에 도둑이 들어서 칼로 협박을 할 때는 무서웠고 당장 이사가야 하나 걱정했지만, 결국 도둑의 덕을 본 셈이다. 고맙다고 해야 하는지...
3.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는 이전보다 더 오래되었지만, 층간소음은 이전보다 덜한 듯하다.
오래되었어도 바닥이 더 두껍다나...
두층 아래에 이사오는 집에서 오늘부터 공사를 시작한다는 공고를 붙였다.
애들 시험기간과 겹쳐서 일찍 집에 온 애들까지 온 가족이 머리를 때리는 소음, 진동으로 고생을 하고 있다. 서라운드 입체 음향?
올해만 벌써 2번 정도 그런 일이 있었는데, 요즘 이사를 하는 집들은 전보다 수리를 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오래된 아파트들이 늘어나면서, 내부수리하는 집도 늘어나고 위아래 2-3개층까지는 참기 어려운 수준의 소음이 생긴다.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소음이니 지속되는 생활소음보다 심리적으로는 편하지만, 새 아파트가 아니면 어디든 자주 겪어야 할 일이 된 듯하다.
이미 새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데, 다음에 이사가게 되면 나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다.
4.
쿠----------웅.
외ㅐㅐㅐㅐㅐㅐㅐㅐㅐㅐ앵.
드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륵.
눈을 감아도 수리현장이 눈앞에 펼쳐져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