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7일 수요일

엔캐리트레이드 청산? 글쎄 20240807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으로 인해 엔화강세가 촉발되었고, 일본 주식 시장의 투매와 한국, 대만 등 아시아 시장의 투매로 이어졌다는 소설에서의 문제는 1) 엔캐리 트레이드가 존재했나? 2) 그것이 청산되었나? 에 대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 헤지펀드들의 엔화매도 잔고가 어쩌구 하는 것은 그저 전문적으로 환율에 대한 투기적 거래를 하는 주체의 계좌 상황일 뿐이고, 전체 규모도 알 수 없고, 이게 엔캐리 트레이드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다.


돈 많은 주체가 패면 대상이 뭐든 단기적으로 빠질 수 밖에 없고 그런 것은 일본 당국의 달러매도 개입시에 몇 %의 엔화강세가 순식간에 나타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것을 엔캐리청산이라고 부르지 않는데, 이것은 애초에 엔캐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 미국 헷지펀드는 엔매도를 해서 당겨온 달러를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금리가 높은 곳에 투자해서 수익을 추구한 것인가?

그럴리가 없다. 왜? 손해였으니까.


2020년에 버핏은 일본에서 수조를 차입해서 캐리하지 않고 일본의 5개 상사 주식에 그대로 투자했다.

물론 다른 누군가는 엔화를 빌려서 미국주식에 투자했을 수도 있다. 이것이 엔캐리트레이드인가?

그럼 엔화를 빌려서 헤지 안 하고 몇년짜리 투자를 진행했을까? 

헤지하면 이자절감보다 비용이 큰데 왜 일본에서 빌려서 미국에 투자하나?

정신이 나간게 아니면 최근 몇년간 엔매도 거래는 엔캐리 트레이드라기 보다 그냥 엔화 약세에 베팅한 것이다.


엔 캐리 여건이 없었음에도 엔캐리 청산에 대한 얘기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기사, 보고서가 넘쳐나는 와중에 다른 의견이 있는 보고서 두 개가 나왔다.


훌륭하다.




엔캐리 트레이드의 주체나 규모는 보고서 쓰는 사람이 정하기 나름이지만 그것에 대한 언급도 보통은 없는데 비해 nh의 보고서는 언급하고 있다.

일부에서 엔화를 빌려서 미국에서 주식투자를 했다고.

이것이 회자되고 있는 바로 그 "엔캐리 트레이드"인지는 모르겠다.






신한의 보고서는 대놓고 엔화 공매도 포지션의 청산이라고 한다.

엔캐리는 커녕 외국인의 일본 주식매수가 유입되었다고 한다.
아예 오해의 여지도 없다.



급격한 엔화 강세가 나오면 일본당국의 개입이나 엔캐리트레이드청산이라는 선입견이 가득한 해석이 쏟아져 나온다.

이번에는 일본당국의 개입이었을리는 없고, 당연히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등 긴축정책이 가져올 변화가 트리거였을 것이다.

일본은행의 긴축은 예상하지 못할 것도 아니고, 미지근하고 수긍할만 것이었다고 본다.
그런데 왜 이런 시장의 반응이 나타났을까?
위 보고서의 견해를 참고해서 생각해보자.



일본 경제는 30년의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고 있다.

물가, 임금인상의 스파이럴이 유지될 가능성이 있고, 여기에는 12년에 시작된 아베노믹스의  영향이 크다고 본다.

제로금리, 채권시장을 통한 양적완화뿐 아니라 주식시장, 리츠(부동산) 시장에 대한 직접 매수 개입으로 자산가격의 상승까지 유발하는 급진적인 정책을 23년까지 10년 이상 지속했다.


18년 이후 미국에서 양적 긴축 기조로 돌았던 것과 비교하면 일본의 긴축은 23년에 시작되었고 약 5년의 시차가 있다.
물론 20년의 판데믹이 아니었다면 일본도 더 빨리 긴축을 시작했을 가능성이 있다.

23년 일본중앙은행장이 바뀌고도 긴축은 아주 느리게 물가, 임금을 확인하면서 진행되었고, 미국의 22년 이후 가속된 긴축에 따른 고금리로 인해 엔화 약세 압력이 가중되면서 약 30%의 절하가 나타났다.

이것이 헤지펀드의 과도한 엔화 약세 베팅때문인지, 디플레탈출에 따른 펀더멘탈 변화의 결과인지는 보기에 따라 다를 것이다.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일본 기업 등 실수요자의 컨센은 달러당 130-145 엔정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의 ir자료 전망에 보통 올라옴)

변동성을 고려해도 160엔 이상은 단기적으로 과도하다는 판단을 다수가 했을 것이고 미연준의 기준금리인하 가능성과 일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겹쳐진 시기는 베팅에 적절한 타이밍이었을 것이다.

일단 엔화 약세 추세가 끝났다고 본다면 엔화약세로 인해 급증한 수출로 벌어들인 막대한 달러를 보유하고 있던 수출기업들의 경우 신속하게 달러를 매도할 이유가 생긴다. 

동시에 외환시장의 투기적 거래자들에게 마진콜이 가능성이 생겼을 것이다.

투매가 투매를 부르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았다.


이대로 두어서 외환, 주식, 채권 시장이 안정된다면 다행이지만, 자산 시장의 붕괴로 인해 일본의 30년 디플레 탈출이 무위로 끝나고 부동산 시장도 냉각되고, 임금, 물가의 상승이 멈춘다면 일본은행에 대한 비난은 수십년을 지속할 수 있다.

10여년에 걸친 노력이 헛수고가 되는 것이고, 아마 소멸하고 있는 일본에게 남은 마지막 기회일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 당국은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무제한으로 개입할 것이다.

외환, 채권, 주식, 리츠 (부동산) 모두가 대상이다.



그래서?

지금 확인하고 있는 것은 다수가 원하는 환율 수준이다.

장기적으로 엔화 약세의 방향이 바뀌기 위해서는 일본 전체가 디플레의 망령에서 완전히 벗어냐야한다. 

세대 교체가 필요할 수도 있는 일이, 겨우 두해 진행된 인플레이션으로 달성되었을 가능성은 없다.





요약

엔 캐리 트레이드도 없고, 청산도 없다.

엔화 공매도의 청산이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