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만에 삼성이 애널리스트 데이를 한다고 해서 기대가 컸다.
그러나 발표내용이나 주가를 보면서 실망도 크다.
계륵이라고 하기에 한국시장에서도 크고 포트 내의 비중도 높고...
무엇이 문제인가?
성장을 위한 연구개발, 인수합병을 위해 수십조의 현금을 쓰고, 주주에게는 이익의 6-7% 정도만 돌려주겠다는 삼성의 비전에 여간해서 공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이다.
매출을 2020년까지 두배로 늘린다는 계획이 현실적인가?
예전에 윤종용 회장이 2005년에 한 약속을 앞당겨 실현했다고 한다.
지나고 보면 휴대폰 밖에 성장한 것이 없는데, 삼성 갤럭시의 성공이 당시에 삼성이 예측한 일인가?
그럴리가 없다.
노키아, 블랙베리의 몰락을 예견했을리도 없고, 애플의 아이폰 신화는 당시에도 지금도 예측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럼 그냥 얻어걸린 성장인가?
그렇게 보기도 어렵다.
많은 다른 it기업들이 현상유지도 못하고 망할 때, 휴대폰 시장의 영원한 2위에서 2위같은 1위로 뛰어오른 것은 운으로 치부할 수 없다.
다른 나라도 아니고 한국 내에서 삼성폰 매출의 반을 따라가던 lg가 지금 사경을 헤메이는 것과 심하게 대비된다. 더구나 lg는 여러가지 면에서 삼성과 비슷한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삼성이 현재 장악하고 있는 분야에서 추가적인 성장을 이끌기는 어렵다.
기껏해야 시장 수준, GDP수준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휴대폰, 메모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가전. 대부분 비슷하다.
휴대폰의 성장이 둔화될 것은 이제 누구나 볼 수 있는 것이다.
메모리는 예전보다 변동성이 작은 싸이클을 보일 수 있지만, 치킨게임이 끝났다고 해도 시장이 안정적인 상태로 유지될지 판단하기 어렵다. 만약 빅 싸이클이 내년에 오게 되면 잠시는 좋겠지만, 그 이후에는 다시 한번 빙하기가 올 것이다. 그게 D램때문일지, NAND때문일지는 내년 말이면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디스플레이. 좋은 시절은 다시 오기 어렵다.
일본의 전철을 밟게 되기 쉽고 얼마나 지연시킬 수 있을지는 oled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가전도 지금 거의 정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tv가 예전의 영화를 되찾아 줄지, 그러기 위해서 oled가 필요한지, smart가 필요한지, 아니면 다 소용없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아무리 돈을 쳐들여도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기존 시장 점유율을 넓히는 것에 치중한다고 보면 대부분의 시장이 성장속도가 느리고, 삼성의 점유율이 사상 최대인 현재 상태에서 더 성장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상식을 가진 주주라면 당연히 주주의 돈이 투자되어서 높은 ROE를 보여주기를 바란다. 그게 어려우면 배당이든, 자사주 매입이든 자본을 낮추고 ROE를 높여야 한다.
어제 발표한 사장들 중에 가장 조리없게 발표하고, 실수도 많은 사람이 시스템반도체의 우남성이었다.
신종균 같은 이가 fonblet같은 용어를 고집해서 전세계에서 비웃음을 사는 것이 과도한 자신감의 표출이었다면, 실적도, 전망도, 업계 내의 지위도 약한 부문의 대표가 그런 것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혹시나 삼성전자가 2-3년 내에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성장을 한다면 이 부문과 관련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가 된다. 그냥 상상일 뿐이다.
의료장비나 바이오 등 아직 이렇다할 실적이 없는 부문에 대해서는 기대도, 우려도 없다.
다만 수십조의 돈을 반도체, 디스플레이에 대한 설비투자에만 들이박는 것보다는 차라리 비싸더라도 시너지를 기대할 만한 부문의 기업을 인수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지멘스나, GE는 덩치가 삼성과 비교할 만큼 크지만, 필립스는 지금 시총이 40조가 되지 않는다. 삼성이 가진 현금만으로 사고도 남는다. 메디슨, 뉴롤로지카 같은 기업으로 수십년 걸려도 불확실한 일을 단번에 해치울 수 있다. 떡 줄 놈이 생각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삼성은 어제 큰 돈을 들여서 이벤트를 한 이후 여러가지로 비아냥을 받고 있다.
마치 갤럭시 s4 출시 행사 이후의 반응과 비슷하다.
기왕에 외부의 기대를 저버리기는 했지만, 가진 현금이라도 제발 잘 쓰기를 바란다.
주주로서 하는 말이다.
행사에 쓴 비용도 아깝다. ㅈㅈ.
이러니 시장에서 환영을 못 받는다는 것을 정말 모르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