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의혹에도 불구하고 며칠 소식이 없던 신경숙이 표절을 인정하고 사과를 했다.
또 메르스 환자가 대량 발생한 삼성병원의 과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삼성의 후계자 이재용이 사과를 했다.
신경숙의 사과는 사과라기보다는 변명에 가깝고, 이재용의 사과는 군더더기없이 잘못을 인정하고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태도를 보여서 사과의 모범사례에 가깝다.
그런데도 나는 신경숙의 사과보다 이재용의 사과가 더 쓰다.
이재용의 사과는 독이 든 사과이다.
신경숙은 문제가 된 작품을 회수하기로 했다. 적어도 인세에 대한 부분만큼은 자신이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는 점은 의심스럽지 않다.
이재용은 삼성그룹을 대표해서 책임을 지기로 했다.
책임지는 자세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남의 돈으로 남의 책임을 지는 시늉을 하는 꼴은 보고 싶지 않다.
더구나 지금은 삼성그룹의 승계와 관련된 부당한 합병으로 해외펀드와 소송이 진행되고 있고, 소액주주들이 권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을 때이다.
메르스 확산에 대한 삼성병원의 책임과 정부의 책임 중 어떤 것이 더 근본적인 문제였는지를 가리는 일은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정부의 책임이 크다면 삼성이 아니라 정부가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물론 여왕이 사과를 하거나 책임을 질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이재용측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삼성물산이 가진 삼성전자 포함 계열사 지분을 헐값에 흡수하는 것으로 소액주주의 권리를 훼손하고 있다.
만약 이재용이 지겠다는 책임이 삼성의 관련기업에까지 덤터기를 씌우는 것이면 또 남에게 책임을 넘기는 것이고, 남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남의 돈, 남의 시간이 아니라 내 돈, 내 시간으로 책임을 지는 것이 진짜 책임을 지는 것이다.
지금은 삼성병원이 정부뿐 아니라 관련 전문가 누구와도 머리를 맞대고 엄정하게 시비를 가려야 할 때이다.
이재용이 삼성을 대표해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고 대중들 앞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삼성의 공식 후계자임을 천명하는 승계쇼를 진행할 때가 아니다.
신경숙의 사과는 매우 비루하지만 자신의 과오를 자신이 책임진다는 것이니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재용의 사과는 사과의 전범으로 보이지만 받아들일 수 없다.
메르스 확산에 대한 삼성병원의 어떠한 과오도 이재용의 것이 아니고, 그가 책임진다는 것도 그의 비용이 아니라 남의 비용인지 알 수 없다.
만약 국민이 이 사과를 받아들이면, 삼성물산의 합병성공과 관계없이 이후 관련 기업의 어떤 이합집산과도 관계없이 삼성왕국의 왕위 승계는 완료된 것이다.
[전문]이재용 대국민 사과 “제 아버님께서도 1년 넘게 병원에…불안-고통 조금이나마 이해한다”
http://news.donga.com/3/all/20150623/72062043/1
“문학이란 땅에서 넘어졌으니까 그 땅을 짚고 일어나겠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oid=032&sid1=103&aid=0002609085&mid=shm&mode=LSD&nh=20150623100231
[한수진의 SBS 전망대] "신경숙 해명 보니 되레 피해자 코스프레" 출처 : SBS 뉴스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3038701&plink=ORI&cooper=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