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에 경기 둔화가 올 가능성은 상당수가 인정하는 듯하다.
반면 본격적인 침체가 올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난무하는 중이다.
실업률과 금리차. 이 두가지는 60년대 이후 싸이클의 길잡이 역할을 했다.
물가까지 함께 보면 높은 확률로 향후 1-2년 내의 경기 방향을 짐작할 수 있다.
대공황 이후 60년대 이전까지는 단기금리의 상승없이, 장단기 금리차 역전 없이 침체가 발생했고, 물가상승률은 경기싸이클 후반 침체 이전에 이미 급하게 내려오는 것이 반복되었다.
경기 싸이클 초기 고용증가, 임금상승이 나타나면 소비증가, 물가상승이 이어지고 선순환을 통해 경기 확장이 진행된다. 경기 중반 이후 공급과잉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이것이 물가상승을 둔화시키면서 마진이 감소하고 투자가 감소하고 고용이 감소하고 소비가 감소하고 경기가 둔화되고 실업률이 증가하면서 악순환, 곧 침체로 이어진다.
70년대 이후 스태그플레이션 시기에는 공급과잉이 아니라 에너지, 원자재의 공급부족/통제가 물가를 밀어올리면서 소비가 둔화되고 경기가 둔화되는 것이 침체로 이어지는 주된 경로였고, 경기침체는 물가하락이 아니라 물가상승이 이끌었다.
그것이 위의 그림의 물가 싸이클의 차이에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교훈 3. 물가 상승이 아니라 물가 하락이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2년간 미국의 물가 상승은 공급대란보다 무제한적인 양적완화로 인한 수요 폭증이 더 크게 기여했다. 단기 공급만의 이슈였다면 판데믹 이후 저절로 해소될 것이고 연준이 일시적 물가상승이라는 태도를 바꿀 이유가 없었다.
수요폭증은 기준금리인상, 양적긴축의 약발이 먹히는 분야라는 점은 명백한데, 물가가 통제되기까지 얼마나 어느 정도의 강도가 필요한지는 현재 상황에 대한 인식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만약 40년대처럼 진행될 수 있다고 본다면 물가상승이 일시적이지 않다고 해도 단기금리를 낮게 유지할 수도 있다. 그렇게 하고도 물가는 싸이클을 거치면서 저절로, 자동적으로 경기 후반 속도조절이 나타났다.
최근 연준이 강력하게 물가를 통제할 것임을 공개적으로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지만, 주식시장은 더 이상 폭락하지 않고, 장기금리도 하락하지 않는다.
왜 이럴까?
높은 인플레이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향후의 경기 둔화가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는 기대가 있을 것이다.
반대로, 연준의 발표처럼 많이 여러번 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이차 대전 전후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물가는 정상화되고 경기하강 압력이 사라진다는 기대도 여전히 있을 것이다. 이런 기대에는 지난 30년간 디플레이션 압력을 유지했던, 인구구조, 빅테크, 국제분업 등의 요소가 건재하다는 믿음도 기여할 수 있다.
높은 인플레이션이 우려요인이기는 하지만, 장기간 소비위축이 크지 않으면 높은 명목 gdp의 성장을 통해 미국의 높은 정부부채비율을 낮추면서 미국의 경제가 환골탈태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것이 이차 대전 이후 많은 경제권에서 실제로 나타난 일이다.
교훈 4. 물가 상승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미래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장기금리가 내려가는 것보다는 올라가는 것이 전체 그림이 추해지지 않을 가능성을 높인다. 그래야 기정사실이 된 물가상승뿐 아니라 경기확장을 금리에 반영할 여지가 남고, 장단기 금리차도 좁아지지 않을 수 있다.
지금은 다들 잊고 있지만, 금융위기 이후부터 판데믹 이전까지의 10년 동안 전세계는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마어마한 노력을 했다. 인플레이션은 디플레이션보다 이해하기 쉽고, 그래서 중앙은행이 다루기도 쉽고, 벗어나기 위한 사회적, 정치적 비용도 적다.
요약
반복되는 일이 항상 똑같이 반복된다는 보장은 없다.
물가 상승은 해가 뜨는 것과 다르고, 체온이 오르는 것과도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