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약세가 위기의 전조 일지에 대해서는 가능성은 있으나,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통화 약세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명확하지만, 과거 두 번의 위기에서 한국은 생존했을 뿐 아니라 성장의 기회로 반전시키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한국과 여러 면에서 비교되는 대만의 환율은 최근 1년 이상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그것은 최근 대만 경제의 빠른 성장과 대만경제가 높은 의존성을 갖고 있는 중국의 위안화 안정에 기인한 바 있다고 본다.
한국 원화 약세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엔화 약세이고, 위의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달러당 135엔을 넘어서 150엔이 단기 목표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엔화의 약세가 전세계의 인플레이션을 끌어들여서 일본 경제의 30년 디플레이션을 해결할 열쇠인지, 일본이 소멸하는 과정에 거치는 비가역적인 가치하락인지 판단할 능력이 나에게 없지만, 세계 시장에서 가격 경쟁을 하는 원자재 성격의 수출 상품에서 엔화 약세는 일본 기업에게 유리할 수 있다.
지금 한국과 일본이 수출시장에서 경합하는 상품이 얼마나 될까?
한국에서 중요한 수출 상품은 많은 경우 일본, 중국과 밸류 체인을 형성해서 국제분업을 하고 있고, 경쟁이 치열한 부분은 상당수가 일본, 한국을 거쳐 중국으로 넘어갔다.
메모리는 한국이, 파운드리는 대만이, 팹리스는 대만, 중국이, 장비, 소재는 일본이, 최종 소비재는 중국, 한국이 우위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고 다른 산업에서도 경쟁만 하기보다 많은 부분에서 협력의 관계에 있다.
엔화 약세에 에너지 수입 증가에 따른 무역수지 적자의 만성화가 기여했던 것처럼 한국도 비슷하게 무역수지 적자가 누적되고 있고, 통화 약세가 나타나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의 ycc는 목표로 하는 장기금리를 유지하기 위해 무제한으로 채권을 사들이는 것이고, 수십년 만의 전지구적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양적완화를 지속하는 일견 무모한 정책이 될 수 있다.
저금리를 유지하려는 시도가 성공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국내, 국외 채권 매도 세력의 공격이 성공해서 금리상승이 나타나면 일본국채의 이자부담을 세금으로 메꾸는 것도 부담이고, 중앙은행이 보유한 채권가치 하락도 부담이 될 수 있다. 금리상승으로 인해 일본 중앙은행이 보유한 일본 주식 etf의 가치가 하락하는 것도 추가적인 부담이 될 것이다.
일본은 12년부터 진행된 아베노믹스를 통해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했고, 일시적인 성과를 보이기도 했지만, 최근 전세계의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물가상승률이 낮은 상태이다.
만약 물가 상승이 경제의 활력을 되살리는 기적이 발생한다면 천문학적인 부채나 이자의 부담은 성장이 지속되면서 수십년에 걸쳐 감소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미국, 영국 등에서 2차대전 후의 정부부채/gdp가 수십년동안 감소하는 과정과 비슷할 것이다.
일본 당국이 엔화 약세를 원하는 것인지, 방치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단기적으로는 진행될 가능성이 높고, 한국은 달러강세를 통해 간접적으로, 수출 경쟁과 서비스의 교환을 통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
과거 엔화 약세는 3년 이상까지도 지속되었기 때문에 16개월째 진행 중인 최근의 약세가 얼마나 진행될지 짐작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다만 95년의 역플라자합의, 12년의 아베노믹스 이후의 시기보다 가파르게 진행 중인 엔화가치 하락이 한번에 추세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과열을 해소하는 단계를 중간 중간 거치면서 150엔에 도달한다면,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 부활의 길을 걷게 될지, 다른 선진국들처럼 스태그플레이션과 천문학적인 부채에 짓눌려 소멸을 가속하게 될지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한국에서 과도한 원화 약세는 두려움과 불안감을 자아내는 위기의 상징일 뿐이다.
그러나 일본의 더 강력한 엔화 약세는 미지의 세계로 안내하는 비밀의 문처럼 보인다.
그림의 박스는 각각 3저 호황 (80년대), 3고 불황 (최근 종종 보이는 표현) 시기를 표시한 것이다.
문이 열린 것이 아니라 봇물이 터진 것이라면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한국이 이웃거지만들기의 피해를 볼지, 반대가 될지도 궁금한 일이다.
요약
엔화 약세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