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갯마루는 고개길을 넘는 사람에게는 고점이지만, 능선을 타고 내려온 사람에게는 저점이 된다.
지금은 국가별로 산업별로 기업별로 극단적으로 다른 환경에 놓여 있는 것으로 보이고, 방향에 따라 극락으로 갈 수도 있고 나락으로 갈수도 있다고 본다.
1
22년 10월 이후 상승추세를 지속하고 있는 금은 꾸준히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본다.
단기적으로 실질금리(금리-물가)에 반비례하고, 실질성장(성장-물가)에 반비례한다. 따라서 금리상승이나 미국/세계 경제의 성장이 기대될 때 관심이 사라질 수 있지만, 물가상승이 더 높다면 반대가 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달러가치에 반비례하고, 인플레이션에 비례한다. 미국이나 다른 기축통화를 보유한 나라들의 통화량 증가가 지속되면 가치가 감소하고, 감소하면 가치가 증가한다.
물가가 높고, 형식적으로 긴축을 유지하고, 성장률이 높지 않은 상황이 유지되는 동안 가치가 유지될 수 있다.
소프트랜딩, 하드랜딩에서 노랜딩, 이미 랜딩을 거칠게 오가는 시중의 미래에 대한 전망이 단기간에 합의를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연준이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하고, 그럴 이유가 충분한 상황이니 고금리와 관련한 갑작스런 경기 위축에 대한 우려를 단기에 떨쳐내기는 어렵다.
요약하면 물가가 갑자기 내려올 수 없고, 기준금리가 높은 수준을 상당기간 유지하게 된다면 채권, 주식, 부동산의 거품 감소 국면이 지속될 수 있고, 금은 안전자산에서 탈락한 미국채, 일본엔화의 역할을 혼자서 짊어질 수도 있다.
2
골드가 강한 시기에 보통 함께 고려대상이 되었던 것으로 블랙골드, 화이트골드, 가난뱅이의 골드, 가상 골드가 있다.
유가는 최근 70불 아래로 내려왔다. 추세가 꺾였지만, 전세계가 원유공급에 투자를 줄인 것은 14년부터로 보면 10년이 되어가고 에너지 대체재나 석유화학원료로서의 대체재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
그렇다고 수요가 크게 감소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수십년동안 장기간에 걸쳐서 석유 수요가 감소한다고 해도 공급이 제한된 상태에서 주기적으로 수급의 불균형이 나타날 것이고, 단기간의 경기둔화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이 지나면 반복적으로 상승이 나타나는 것이 자연스럽다.
백금은 그냥 바닥이라고 할 수 있으니, 길게 보는 투기자에게는 관심이 될 수 있을 수도.
은은 현재와 같은 경제 상황이 반년만 지나도 금의 대체품을 찾는 단기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비트코인 등의 가상화폐 몇 가지는 장기적으로 유효할 수 있다. 메타버스도 웹3.0도 아직 유효하고, 범죄수요도 유효하고, 국경세, 보유세, 상속세, 송금수수료 등을 회피하고자 하는 수요도 유효하고, 정치 경제적 재앙이 발생하는 국가들에서 달러, 골드을 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대체품으로서도 유효하다.
그래도 당분간은 금, 어떤 시기에는 은이 그나마 달러의 대체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3
최근 달러보다 강한 유로나 파운드에는 무슨 일이?
물가, 기준금리, 실질금리의 방향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어쩌라고?
21년 이후 유럽의 물가는 역사적인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변동을 보였다. 가스, 전기의 가격을 중심으로 10배, 20배씩 상승하고 또 그만큼씩 하락하는 현실에서 물가가 높아서 화폐가치가 떨어지는 지역의 환율이 약세가 나타나고, 물가하락으로 다시 강세가 나타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이것을 전망하는 것은 해석하는 것과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나는 유럽/영국의 물가가 장기적인 고점을 확인했다고 본다. 그런데 전쟁이 지속되는 동안 겨울에 가까워지면서 에너지 수급 불안이 나타나는 것은 단기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어디에도 없다. 다시 볼 고점이 이전보다 높은지 낮은지도 짐작하기 어렵다.
작년에 향후 수십년의 가스값, 전기값 고점을 확인한 것이라고 해도 몇년 이내의 주기를 갖는 매우 큰 변동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장기적 전망이라는 것이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
유럽은 정치적으로 콩가루이고, 독일은 다시 한 번 유럽의 거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 영국은 이제 금융허브로서의 역할조차 감소하고 있다. 명품의 나라 프랑스의 활황이 얼마나 실제를 반영하는지 모태주의 나라 중국처럼 알기 어렵다.
그래서 지금은 유럽보다 그냥 미국의 변수를 보는 것이 쉽다.
다시 말하면 최대한 유럽변수를 제외한 조건에서 달러의 미래를 추정하는 것이 좋은데, 그러면 레벨보다는 방향을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4
중국의 위안화에 대한 국제적인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의 무역에서 위안화의 비중이 달러와 비등해졌다고도 한다.
중국, 러시아, 브라질 등 달러 중심의 세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국가들이 러우 전쟁과 미중 대립의 상황에서 위안화를 중심으로 연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 달러의 패권이 유지된 지 100년에 가까워지고, 미국의 전성기였던 20세기가 벌써 20여년이 지난 시기라서 여러가지 와해 시도가 나타나는 것은 이상할 것이 없다.
하다못해 가상화폐도 그런 시도 중 하나였던 것으로 보인다.
달러 이외에 기축통화는 유로, 엔, 파운드, 호주달러, 캐나다달러, 스위스프랑 정도이고 위안은 중국의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90년 전성기의 엔화 만큼의 지위에도 못 미친다.
그것은 다른 것보다 중국이 큰 경제규모에도 불구하고, 중국 바깥에서 위안이 가진 효용이 없다는 것이 크다고 본다. 이것은 중국이 세계를 이끌 철학이 없고 문화적 영향력이 없는 것과 도 관련이 있다고 본다. 중국에 대한 환상이나 선망이 없는 것은 미국, 유럽, 일본의 전성기가 한참 지나고도 유지되는 정신적 지배가 나타나기 어려운 조건이 된다.
달러는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도 많은 국가에서 화폐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과거지사가 되었지만 90년대에 엔화는 한국, 동남아에서 일부 화폐로서의 기능을 했다.
중국이 페트로달러의 위치를 대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만약 중동국가들이 기름을 팔아 번 위안으로 중국의 공산품을 사는데 쓰고 남으면 외환보유액으로 안전하게 보관할 것이라고 믿을 수 있을까?
나같으면 위안대신 기축통화 아무것으로라도 바꿀 것이다. 아니면 금과 바꿀 것이다.
작은 국가가 되어버린 영국의 파운드화나 원래 작은 국가였던 스위스의 프랑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위치에 있고 수십년 내에 주위로부터 정치적 경제적 고립으로 심각한 생존의 위협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호주, 캐나다도 그러하다.
그러나 중국은?
1980년대까지 공산권의 종주국이었던 러시아는 서방세계와의 교류없이 수십년간 자립이 가능했다.
지금 미국-유럽-일본과의 교류없이 중국-러시아-브라질의 자립이 가능한가?
식량, 에너지는 가능할 것이다.
나는 다음으로 중요한 자원이 반도체라고 본다.
삼성전자, tsmc없는 중국이 얼마만에 비슷한 대체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달러를 얘기할 때 유로보다 위안이 중요해진 것 같지만, 위안은 달러 인덱스를 구성하지 않는다. 달러 인덱스가 달러의 가치를 얼마나 잘 추종하고 있을지도 무시할 수 없는 문제이다.
5
러우 전쟁 이후 중국과 대만간의 전쟁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들이 늘었다.
어떤이들은 이를 기정사실화하고 대만전쟁과 더불어 남북한 전쟁이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우크라이나 영토에서만 벌어진다. 가끔씩 발생하는 러시아 영토에서의 테러는 대개 우크라이나가 부인한다. 우크라이나가 전쟁 이후에도 의미있게 생존하려면 러시아 영토를 침범할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인 듯하다.
중국이 대만을 침략하면 대만은 방어만 할 것인가? 아니면 무슨 수를 써서든 중국의 북경, 상해를 공격할 것인가? 대만이 전멸하지 않으려면 본토침공은 선택할 수 없다고 본다.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때, 미국은 방어를 어디까지 할 것인가? 주한미군을 동원할 것인가? 한국군도 베트남전쟁처럼 파병하게 될 것인가? 북한이 국지전으로 미군과 남한 군대의 발목을 잡을 것인가? 남한은 방어를 넘어서 북한의 수뇌부에 대한 공격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러시아, 중국, 북한은 핵을 가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만, 남한은 핵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핵이 없는 국가는 핵이 없는 국가를 어떤 상황에서도 공격할 수 없는가?
러시아, 중국의 핵무기는 선제공격으로 완전히 제거할 수 없지만, 수십기에 불과한 북한의 핵무기는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가?
수십기의 핵무기를 남한이 몸빵하면 어느 정도의 피해가 발생할 것인가? 회복할 수 있을 것인가?
패권국가를 지향하는 시진핑의 중국이 적당히 미국에게 머리를 숙일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대만과의 전쟁 위협은 고조되고 있고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동중국해에서 증가하는 중국의 영향력도 어느 시점에서 미국이나 대행 세력과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한국은 한국 영해를 벗어나면 패시브 모드이지만, 북한을 통해, 주한미군을 통해 아시아 전체의 정치적 군사적 환경 변화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그것은 한국의 생존이 수입되는 식량과 에너지에 달려있고, 이것은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로만 사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수입 통로를 중국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변화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직접적인 원조로 생존했던 50년대, 60년대를 벗어난 것은 그리 오래된 과거가 아니다.
-------------
미래에 대한 가능성 높은 단일 시나리오보다는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 있는 중요한 시기를 한국이 지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장황해져서 일딴 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