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이 안전자산인 것은 원금이 보존된다는 "믿음"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원금이 보존되려면 투자대상도 살아남아야 하지만 투자자도 투자자의 자금도 살아남아야 한다.
30년짜리 국채가 금리 인상으로 반토막, 반의반토막이 나도, 만기까지 보유하면 원금을 돌려받는다.
정부가 파산하거나, 인플레이션으로 원금의 가치가 감소하는 것은 지금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30년 후까지 내가 살아 있지 않다면 원금보장의 의미가 매우 감소한다는 것이다.
오래 살아남을 기업이라면 다르겠지만, 한국의 법인도 평균수명이 10여년 이상은 넘지 않을 것이다.
내 기대수명은 30년 전후가 될텐데, 30년채권이라고 해도 만기까지 살아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 점에서 나는 아직 지구상의 모든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가능하다.
만약 3년을 만기(목표?)로 하는 투자를 한다면 당연히 5년, 10년, 30년짜리 채권은 원금보장이 된다고 할 수 없다.
기업에 대한 가치평가를 할 때 다양한 방법이 존재하지만, 보통 10년 정도까지의 매출, 이익, 현금흐름에 대한 예측을 한다. 적어도 5년 정도의 미래에 대한 가공의 숫자라도 있어야 평가가 가능하다. 이런 기준으로는 5년 만기 이하의 자금으로 주식투자를 하면 실패하게 된다.
보통 주식 투자를 하려고 한다면 최소기준으로 3년을 보는데 이것은 꽁초형 가치투자자들이 가치와 가격이 수렴되기를 기다리는 한계 정도로 볼 수 있다.
또한 한국의 경기싸이클이 짧으면 2년, 길면 4-5년이기 때문에 고점에서 물려도 그 정도의 기간이 지나면 업황은 회복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개별 기업이 다음 싸이클에 살아남아 있을지는 전혀 다른 문제이다.
만약 다음 분기, 다다음 분기의 실적을 맞추어서 주가에 빨리 반영되기를 바라면 그 회사가 6개월만 망하지 않으면 된다. 모멘텀 투자에는 길어도 6개월이면 충분하다.
차트나 수급을 보면서 단기 매매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위에서 얘기한 것들이 실제적으로 상관이 없다. 단기트레이더에게는 안전자산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원금이 보장된다는 것이 대상 자산의 특성에 달린 객관적인 특성이 아니다.
안전자산이라는 것도 마찬가지로 상대적인 개념이다.
금, 미국채, 엔화.
다른 귀금속, 통화들이 가끔씩 이름을 올리긴 해도 위의 세 가지에는 비교되지 않는다.
2007년의 주식시장 고점을 기준으로 보면 2012년까지 4년 이상 안전자산의 역할을 착실하게 수행했다.
금융위기의 정점에서 미국채와 tips가 일시적으로 다른 방향을 보였지만, 이외의 기간에는 대동소이하다.
엔화는 미국채와 판박이처럼 움직였지만, 작년 하반기 이후 약세를 보이고 있다.
금은 올해 급락이 발생했지만, 고점은 이미 2011년에 기록했다.
안전자산의 모습이 조금씩 다르나, 위험자산과 비교하면 여전히 수익율에서 앞서 있다.
어려운 시기에 4년 이상 가치를 보전해 줄 수 있으니 안전자산이라고 부를만 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미국에서 장기간에 걸친 복리 수익율은 주식이 가장 높다.
(시겔 교수의 책 혹은 기타 모든 자료에서 한 번도 다른 결과를 본 적이 없다.)
안전자산이 안전자산의 역할을 하려면 수십년에 걸친 장기간에 걸쳐 투자가 가능해야 하지만, 그렇게 오랜 기간을 투자하면 주식의 수익율이 가장 높다.
일종의 딜레마라고 볼 수 있지만,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주식투자를 하면 득도 없이 고생만 하게 된다. 괜히 장기투자가 중요하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연금도 이점을 이해해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덜 어둡다.
모든 나라에서 위의 관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일본이 웅변하고 있다. 그런 일본의 통화가 안전자산이었다는 것은 다시 봐도 매우 놀라운 일이다.
안전자산을 어떻게 정의해도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그런 자산은 존재하지 않는다.
개별 특징을 지닌 다양한 자산이 존재할 뿐이다.
모든 자산에 대한 평가는 상대적인 것이다.
다른 자산과 비교해서 그런 것 뿐 아니라, 다른 환경, 다른 투자자, 다른 평가자에 따라 가치는 달라진다.
그럼에도 적어도 몇년간 안전자산의 역할을 할 것이 무엇인지는 한국의 투자자에게는 중요한 문제이다.
그런 점에서 25%정도 절하된 엔화가 안전자산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엔화환율을 jpy/usd로 표시했다.
가치와 가격의 방향을 맞춰야 보기 편하고, 축을 뒤집는 것은 좋은 방법은 아니다.
외환보유고와 엔화의 관계는 1995의 초강세 막바지까지 매우 선명하다.
이후에는 관련성이 감소한 것이 눈에 띈다.
그러나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전년동월비로 보면 엔화 외환보유고의 관계가 확인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엔화의 하락 속도이다.
80년, 95년 다음으로 빠르게 하락한 것이다.
ppp나 경상수지 등의 지표들과 비교하면 단기적으로 달러당 100엔, 일본에 장기적인 변화가 생길 것을 가정하고 보면 120엔 이상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지만,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2-3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미국, 일본, 독일 등의 국채는 이미 가장 위험한 자산이다.
만기까지 들고 갈 사람에게만 안전자산이 될 가능성이 있다.
엔화의 거품은 반 이상 사라졌고, 현재는 위험이 많이 감소했다.
일본에 투자하기 위해 환헤지를 할 필요가 없으니 일본에 투자하기가 쉬워졌다.
이제 토요타 이외의 일본 기업에 대해서도 조사할 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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