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물가를 보면서 사람들이 놀라워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놀라는 사람들을 보면서 의아한 생각을 누를 수 없다.
연준은 적어도 1년 반 이상 현재의 물가상황을 예상하지 못하고 있고, 대응에도 실패하고 있다.
예상과 대응은 서로 다른 것이라서 예상에 실패한다고 반드시 대응에 실패하는 것도 아니고, 예상에 성공한다고 반드시 대응에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연준이 지속적인 실패는 연준전문가들이 금융위기 이후의 디플레이션 망령에 사로잡혀 영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은 아닌가 의심스럽다.
연준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인플레이션에 의해 침체가 올 수 있고,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빨리 해도 이미 오고 있는 침체를 막을 방법을 없을 수도 있다.
만약 연준이 현재의 상황에 대한 진단도 처방도 갖고 있지 않다면,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려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아마도 인플레이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임금상승, 인플레이션의 악순환을 두려워하기 때문일 것이다.
https://runmoneyrun.blogspot.com/2022/04/100-years-of-cpi-ppi-average-hourly.html
70년대의 물가와 임금을 보면 물가의 상승 하락에도 불구하고 임금은 한자리수 후반에서 일정한 수준을 유지한다. 침체가 발생하고 물가가 크게 등락해도 큰 변화없이 굳건히 높은 수준에서 내려오지 않는다.
오일 쇼크의 물가 상승 압력이 수요가 아니라 공급에서 온다고 전문가들이 믿더라도 수요를 통제하는데 실패하면 공급 상황과 관계없이 물가 통제에 성공하기 어렵다는 증거로 보인다.
80년대에 물가가 잡힐 수 있던 이유에 연준의 기준급리 인상으로 인한 더블딥이 이전보다 강력한 침체를 유발했던 것을 꼽는 경우가 많다.
70년대에 전세계에 많은 유전이 개발되고, 원자력발전이 광범위하게 퍼지는 에너지 공급의 변화도 물가를 잡는데 기여했을 것이다.
또한 신자유주의로 통칭되는 미국의 레이거노믹스, 영국의 대처리즘이 등장한 것도 물가와 관련이 클 것이다.
70년대 이후 기능을 상실한 이전의 정치 경제 체제를 대신하는 새로운 질서가 등장하면서 물가가 정상적인 수준으로 복귀하고, it발전을 중심으로 생산성의 급증을 보이는 신경제가 나타나고, 생산성 증가에서 노동보다 자본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냉전시대를 벗어나 미국 중심의 세계화가 진행되고, 일본, 중국의 아시아 국가가 순차적으로 경제대국의 지위를 차지하는 등 이전 시대와 구분되는 변화가 나타났다.
30년 간의 질서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무너지고, 최근 트럼프 이후 중국을 배제한 미국중심의 새로운 질서가 나타날 조짐이 보이고 있지만, 탈탄소 친환경 지향의 자본주의는 규모의 경제도, 효율성도, 안정성도 갖추기에는 아직 충분한 시간이 지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현재의 고물가가 70년대 스타일일지, 40-50년대 스타일일지 아니면 또 다른 종류 일지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https://runmoneyrun.blogspot.com/2022/05/real-earnings-high-recession-risk.html
이미 실질 임금의 급락이 나타난 지 상당 시간이 경과하고 있고 개선될지 의심스러우니 침체 여부를 고민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악화된 심리지표들에 비해 실제로 실물경제의 위축이 크게 나타나지 않은 것을 보면 시간적으로 약간의 여유가 남아있을 가능성이 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