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다른 한국의 재벌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해진은 다른 한국의 재벌총수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이 재벌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이해진의 지분이 4%대로 낮다.
경영은 전문경영인(한성숙, 이전에는 김상헌)이 맡고 있고, 이사회의장은 휴맥스 회장이 맡고 있다.
일가붙이들이 네이버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일가붙이들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지배력 강화를 위해 순환출자를 하고 있지 않다.
네이버가 대부분의 자회사에 대한 압도적인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일견 그럴듯 하다.
공정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상조가 '실질적 영향력'을 언급한 이유는 무엇일까?
'실질적 영향력'을 어떻게 판단할까?
왜 이해진이 김상조를 찾아가지까지 했는지 납득이 되지 않아서 한국에서 재벌이 경영에 참여할 경우와 전문경영인이 경영하는 경우에 어떤 차이가 날까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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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문경영인은 성과가 나쁘면 쫓겨나지만, 재벌일가는 그렇지 않다.
얼마나 오래 성과가 나쁘면 쫓겨나는가?
LG전자를 예로 들어보자.
남용 2007.03 - 2010.09 대표이사 부회장
구본준 2010.10 - 2016.03 대표이사 부회장
조성진 2016.03 - 대표이사 사장
2017.01 - 대표이사 부회장
남용은 초콜렛폰의 신화를 만들었다고 하지만, 스마트폰의 도래에 대비하지 못했고, 2008년 이후 실적이 급락하면서 2년만에 사임했고 그룹을 떠났다.
구본준은 재벌일가로 부회장 재직기간 lg전자 휴대폰의 턴어라운드를 위해 고군분투했으나 5년 넘게 성과가 없었고 지금은 lg 부회장이다.
2015년 이래 lg 휴대폰을 책임지고 있는 조준호 사장은 취임후 출시된 휴대폰이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음에도 사장자리를 지키고 있어서 구본무 lg회장과의 인연이 기사화될 정도이다.
성과가 좋은 경우에는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으나, 성과가 나쁜 경우에 전문경영인은 파리목숨, 재벌은 쇠심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경우는 한국의 모든 재벌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당시에 더 확인해 보려고 하다가 그만 두었다.
왜 lg전자 주주가 되었나 자괴감이 들어서.
http://runmoneyrun.blogspot.kr/2017/09/v30-lgd-lge.html)
2
상상할 수 없는 불법행위를 저질러도 재벌은 쫓겨나지 않는다.
조폭을 동원해서 일대를 평정하고, 청부살인을 하고, 대통령을 물러나게 하는 스캔들을 만들어도
재벌은 끝까지 재벌이다.
재벌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
스스로.
3
재벌경영인은 전문경영인보다 엄청 많이 받는다.
예외가 삼성전자 정도에 불과하다.
만약 전문경영인이라고 주장하는데 보수가 10억을 넘어간다면 재벌인지 다시 봐야 한다.
같은 임원이라도 총수 일가면 연봉 ‘+7억원’
http://www.hani.co.kr/arti/economy/marketing/805398.html
재벌(대기업집단) 총수일가 임원의 평균보수는 17억1700만원으로 전문경영인의 평균보수(10억1900만원)나 대기업집단이 아닌 회사의 총수일가(8억9200만원)보다 2배 가까이 더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보수에서 퇴직금은 뺐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올해 공시된 유가증권·코스닥 상장사 1135곳의 2016년 사업보고서를 조사해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16년 임원보수 공시현황 분석’ 보고서를 냈다.
하는 일이 없고, 감옥에 가서 탱자탱자 놀면서도 수십억은 챙긴다.
그게 재벌이다.
그럼 이해진은 얼마나 받나?
재벌처럼 받을까? 전문경영인처럼 받을까?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2016년 보수 11억8000만원…김상헌 전 대표 24억원 받아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3/31/2017033102550.html
이해진은 급여 5.4억 + 상여금 5.44억+기타 0.96억으로 11.8억이다.
여기까지보면 겸손한 재벌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조금 더 있다.
신중호 CGO, 이해진 뛰어넘은 대박… 라인 핵심 4인방, 스톡옵션 살펴보니
http://www.etoday.co.kr/news/section/newsview.php?idxno=1342940
신중호 2420억, 이해진 1518억이다.
신중호가 이해진의 가족은 아니지만 기사들을 통해 확인되는 '첫눈'을 통한 영입과정을 보면 acquihire에 가깝다.
뭐든 합당한 보상을 했다고 치면 이해진의 1518억은 어떨까?
왜 일본 경영진은 19억원, 20억원의 보상만 받았을까?
이해진은 네이버의 지분을 약 4% 가지고 있고, 상장전 라인은 네이버의 100% 자회사였다.
라인의 성공과 상장으로 네이버의 가치는 최소 10조 정도 상승했다.
지분가치도 물론 증가했지만, 네이버의 해외사업성공 능력을 보여주었다는 사실은 그 이상의 평가가 가능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이다.
이해진은 여기서 약 4000억원의 네이버 가치상승을 라인의 성공으로 확보한 것이다.
여기에 따로 1518억에 해당하는 돈을 챙긴 것이다.
그런데 라인 스톡옵션 기사를 검색해보면 대부분은 신중호에게 더 많은 스톡옵션을 준 쿨 가이로 나온다.
이전의 재벌과 경영진 보상방식에 다른 점이 있다는 것은 인정.
그러나 자신에게 수천억원의 성과를 다른 방식으로 선진국의 벤처기업처럼 지불했다는 점에서는 이전의 재벌 뺨을 때리고도 남는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
재벌 3세로 태어난 이재용이 수십조, 정의선이 수조 이상을 저절로 챙긴 것에 비하면 아직도 배가 고픈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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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글은 이해진에 대한 공정위의 재벌 결정이 나기 전에 쓰다가 반드시 재벌 결론이 난다는 느낌이 와서 그만 두었었다.
이해진은 김상조가 아니라 누가 공정위원장을 해도 재벌이다.
[Zoom人] 이해진 총수 지정 후폭풍..정부에 ‘반기’든 혁신기업가 진영들
http://www.edaily.co.kr/news/NewsRead.edy?SCD=JE41&newsid=01170966616059464&DCD=A00504&OutLnkChk=Y
당장 이재웅 다음 창업자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게 “오만하다”고 직격탄을 날렸고, 보안업체 안랩 창업자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11일 “기업과 기업가를 머슴으로 보는 오만의 민낯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학계와 업계 전문가들도 김 위원장이 혁신기업가 위에 군림하는 관료 느낌이 든다며 고개를 젓고 있다.
[이정재의 시시각각] 김상조의 ‘오만’
http://news.joins.com/article/21934435
그런데 결정 전에도 이해진은 재벌이 아니라고 대가리 굵다는 자들이 떠들더니, 결정이 난 이후에도 여기저기서 이해진을 재벌로 결정한 것이 구시대의 착오나 되는 양 짖어댄다.
아마 당장은 서슬이 퍼런 문재인이 겁나서 물지는 못할 것이다.
내가 보기에 김상조는 '오만'한 것이 아니고, 전략적으로 '오바'하는 것이다. 도움 안 되는 주군때문에.
이해진 ‘총수’ 지정 꺼리는 진짜 이유
http://weekly.donga.com/3/all/11/1054823/1
공정위는 이 창업자의 동일인 지정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본인과 친족이 관련된 회사 3곳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공정위가 재벌로 지정하고 난 후에 밝혀진 회사 3개는 이해진이 네이버에 대한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한 어떻게 이용될지 알 수 없는 것이었다.
새로 재벌이 된 네이버, 넥슨, 카카오 같은 회사들, 재벌총수가 된 이해진, 김정주, 김범수.
재벌의 낙인, 재벌의 굴레가 싫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봐도 재벌이다. 특히 김정주는 더욱 그렇다.
새로 재벌총수가 된 기업가들이 억울해 하지말고 앞으로 법과 질서를 남들처럼만 지키면, 한국에 삼성의 이재용이 가져다 준 것같은 혼란이 발생할 일이 줄고, 앞으로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재벌이 과거와는 다른 의미로 쓰일 수도 있을 것이다.
올바르게 살아라. 그래서 모범이 되는 기업인이 되기를 진심으로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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