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과 달러는 9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장기간 대칭적으로 움직였다.
기름값의 상승은 달러가치의 하락을, 기름값의 하락은 달러가치의 상승을 가져왔다.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이 빠르게 성장하는 시기에 미국은 상품을 수입하고, 전세계에 달러를 공급했다. 이 달러는 미국으로 돌아와 채권과 기타 자산에 투자되었고, 미국의 금리를 낮추고 소비와 투자를 늘리는데 기여하였다. 종종 발생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긴축을 시도해도 장기 금리가 도무지 상승하지 않을 정도였다.
기름값의 상승을 유발하는 신흥국의 경기과열은 미국의 저금리, 달러약세와 매우 잘 맞춰서 움직였고, 이 관계는 매우 강력해서 금융 시장의 방향을 점치는데 쓸모가 있었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2021년 이후 기름값과 달러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고, 선후를 따지자면 기름값이 선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름과 달러의 관계가 사라졌다기보다는 역전된 것이다.
처음 둘 사이의 관계가 사라지기 시작했을 때 나는 기름을 포함하는 에너지 인플레이션, 전기요금 인플레이션이 미국보다는 유럽에서 극심하고, 그것이 기름값 상승에 의한 유로 가치의 하락을 더 크게 가져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러시아와 독일의 관계가 좋아서 싸게 러시아산 가스를 독일이 공급받던 시기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끝난 것이 관련이 높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보다 더 큰 이유가 있다고 본다.
미국이 셰일 혁명을 통해 기름의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바뀐 것이다.
원자재 수출국에서 원자재 가격의 상승시 통화강세가 나타나는 것은 설명할 필요가 없다.
미국은 페트로달러로 중동을 통제하던 국가에서 그냥 석유수출국이 된 것이다.
2019년에 석유 순수출로 전환된 이후로 순수출 규모는 줄지 않고 있다.
유가강세는 미국에 이익이 되고, 달러에도 유리하다는 것은 다른 모든 원자재 수출국과 다를 이유가 없다.
물량이 아니라 달러로 표시된 석유 순수출을 봐도 수출이 증가하는 것은 다르지 않다.
판데믹 직전 2019년에서 2020년 사이에 순수출로 전환되었고 2022년 이후에는 일시적인 순수입도 나타난 적이 없다.
기름값은 원자재 인덱스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미국이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는 산유국과 석유수출국의 지위를 유지하는 한 기름과 달러, 원자재와 달러의 관계는 과거와 같지 않을 것이다.
이번만 다른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다를 가능성도 있다.
요약
기름값과 달러의 관계가 영원히 변했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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