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1960년대 이후의 세상에서 경기 싸이클을 판단하는 것은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미국 정부에서 발표하는 산업생산, 소득, 소비, 실업률 정도만 봐도 충분하고, pmi, 장단기금리차 정도만 추가해서 보면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많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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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임금이 크게 하락하면 침체가 오고 상승하면 경기 회복이 진행된다는 것은 70년동안 진실이었다.
만약 침체가 22년-23년에 걸쳐 지나갔다면 여전히 진실이다.
50년대 이후 경기 싸이클 후반 물가가 오르면서 침체가 오는 양상이 반복되었고, 70년대에는 고물가와 동반된 침체=스태그플레이션으로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40년대 이전에는 침체는 디플레이션과 동행했고, 경기 싸이클 후반이 아니라 중반에 물가가 높았다.
지난 2년간 전세계가 매우 높은 물가를 경험했고, 주로 가스, 석탄, 전기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기름값은 상대적으로 덜 올랐다.
23-23년 사이에 침체가 지나간 것이 아니라면 40년대 이후 3번의 경기 싸이클에서 보이는 디플레이션과 결합된 실업률 상승과 침체를 경험할 수 있다.
요약
침체가 가고 있는지, 오고 있는지, 실종된 것인지 알 길이 없다.
그래서 뭘 투자해야 할 지 알 수가 없어요. 정기예금 돌리는 중.
답글삭제이번 사이클 인플레이션의 특징은 70년대식 Lending Driven Inflation이 아니라 40년대식 Fiscal Driven Inflation에 가까워서 분석하거나 참고할 수 있는 데이터가 상대적으로 희소한 점도 있고, 40년대와 다르게 금-달러 페깅된 시기가 아니라 Fiat Based System이면서 Eurodollar 시장이 미국내 달러 시장보다도 거대해져있는 점, 중앙은행의 역할이 40년대와 대비해서 훨씬 커져있는 점에서 과거의 사례를 근거로 해서 분석하기가 어렵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답글삭제고견 감사합니다.
삭제언급하신 것처럼 40년대와 비슷한 점이 있고 다른점도 있는데, 지금 정책적인 면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다른 것은 기준금리가 빠르게 높아졌다는 것이고, 그래서 장단기 금리차가 매우 깊게 역전되어 있다는 점인데 이게 단순히 60년대 이후 침체의 선행지표역할만 한 것인지 아니면 침체를 가져오는 가장 중요한 메카니즘의 일부였는지 전문가들도 의견이 서로 다른 것 같습니다. 연준은 대개 장단기금리차를 경시하지만, 역전이라는 것이 연준이 높여놓은 단기금리를 채권시장이 따라가지 않아서 발생하는 것이라 조심해야 할 신호라는 점은 언제나 변함없는 것 같습니다.
어떤 관점에서 봐도 혼란스러운 시기로 보이지만 주식시장은 랠리모드라서 위험관리가 필요한 시기같네요.
장단기 금리 역전과 관련해서는 저는 지금과 같이 금융화되어 있는 시스템에서는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의 지속이 경기 침체를 가져오는 매커니즘이라고 보는 쪽입니다. 이번 장단기금리 역전이 기존과 가장 다른 지점은 코로나로인한 재정 부양책으로 인해서 대규모의 초과저축이 발생했다는 지점에 있다고 보는데, 이로 인해 대형은행을 기준으로 할 경우 조달금리가 매우 낮은 소매 Deposit을 대규모로 보유할 수 있게 되어서 연준의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Funding cost가 크게 오르지 않았고, 펀딩구조가 집중되어 있는 일부 지역은행들의 경우에는 문제가 있었지만 메이저 은행시스템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도 상대적으로 미미한 점이 크게 다른 것 같습니다. 중앙은행이 2008년 이후에 은행 시스템에 직접적으로 훨씬 많이 개입하면서 여러가지 환경들이 달라졌기 때문에 기존 사이클의 관점에서 볼 때 헷갈리는 요소가 많아진게 이번 사이클의 특정인거 같습니다.
삭제우리가 과거의 사이클을 분석하는 시계가 주로 70-80년대 이후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해왔고 이 시기에는 주로 실업률과 임금, 소비 사이클이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이번 사이클에서는 미국 제조업으로의 실물 투자가 엄청나게 증가하는 70년대 이후에는 겪어보지 못한 사이클이다보니 소비를 중심으로 보는 시각이 놓치는 부분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답글삭제이전의 분석도구들이 잘 안 먹히는 지금은 분석의 시계가 60년 이후에 한정되면 제한된 결론을 얻기 쉽다는 점에 동감합니다. 40년대와 70년대뿐 아니라 필요하면 대공황이전 시기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보는데 그러다 보면 장기순환의 관점을 고려하게 되고, 사이비과학처럼 보이기 쉬운 단점이 있네요. 정부와 연준이 무슨 정책을 동원해도 다가올 장기간의 인플레이션을 막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삭제말씀하신 불가피한 장기간의 인플레이션과 관련해서 저도 공감하는 바이며 최근에 들어 가장 고민하는 지점이기도 한데요, 그 중에서도 코로나시기를 거치면서 지속가능하지 않은 수준으로 커져버린 미국의 재정적자 수준으로 인해 결국 버티기 어려운 시기가 오면 정부와 연준이 어떤식으로 해결하려고 할지, 또 이러한 해결방향에 대응하는 투자자의 입장으로서의 나는 어떻게 해야할지가 제일 고민되는 지점입니다.
삭제과문한 제가 보기에는 엄청나게 낮아진 실업률 수준에도 불구하고 높은 재정적자율을 지속할 정도로 악화된 Tax Revenue 구조를 감안할 때 미국의 재정은 빚을 내서 빚을 막는 악순환 구조로 들어간 것은 명확해 보입니다. 현재의 양당 모두가 공히 가지는 포퓰리즘적인 정치정서를 감안했을 때 근시일 내 이러한 현재의 구조를 풀어낼 정치적 동력도 기대하기 어려워보입니다.
혹시 이와 관련해서 생각하고 계신 자산시장의 방향성이나 투자 대응 전략에 대한 고견을 주실 수 있을까요?
아래는 그냥 단상수준의 의견입니다.
삭제인플레이션의 원인이 증가된 통화에 있다고 해도 판데믹, 전쟁을 겪으며 두드러진 에너지 공급난은 지난 10년간의 전통에너지투자부족과 에너지 전환에 영향을 받을 것 같고 많은 국가들이 장기간에 걸쳐 투자를 집행하면서 공급을 늘리게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전통/신재생에너지 투자는 전세계 공히 진행될 것이고 북미대륙을 중심으로는 10년간 느리게 진행된 리쇼어링, 니어쇼어링이 실제로 기업들의 capex 증가로 반도체 전지차 이차전지등의 제조업에서 성과를 나타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만약 미국이 (저소득)서비스업 편중에서 벗어나서 (고소득)제조업의 회복이 진행되면 명목성장이 통화량/부채의 증가를 커버하고 남는 시기가 이차대전 이후 30년동안 처럼 나타나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본, 기술에 비해 (제조업)인력이 부족한 것이 문제지만 미국은 타 국가대비 인력 수입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나라이고, 필요하면 법과 관습을 더 포용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봅니다.
최근의 인공지능 랠리가 과도해보이지만, 만약 컴퓨터/인터넷/모바일의 도입이 가져온 생산성 증가처럼, 장기간에 걸쳐 생산성을 높이는데 기여한다면 과도한 부채와 버블의 붕괴가 아니라 50-60년대 혹은 80-90년대와 같은 장기간에 걸친 (명목)성장으로 (명목)부채를 해소하는 아름다운 시나리오도 가능하고,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2010-2020년대의 20년에 걸친 안정적인 성장기를 칭하는 호칭도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중간 중간 경기침체/둔화가 있어도 22-23년처럼 애매한 정도의 둔화(소프트랜딩?)만으로 대치되면 타격은 크지 않을 수도 있겠지요.
요약하자면 미국이 선도하는 투자 주도의 성장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고, 이것은 약달러환경에서 신흥국 성장이 나타나는 것과 동시에 진행될 수도 있다. 다만 금융위기 이후 커진 각국의 부채관련 리스크는 단기간에 해소될 가능성이 없으니 포트폴리오 차원이든 현금흐름 차원이든 대비할 필요가 있다. 정도가 되겠습니다.
고견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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