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22일 목요일

japan, lost 30 years 20221222

 

일본은행의 ycc에 대한 언급 이후 환율, 금리, 주가 모두 급변동을 보였다.

일본이 30년 간의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났을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지만, 노쇠한 일본이 새로운 성장 국면에 진입할지, 태산같은 부채에 짓눌려 소멸의 길을 갈지는 지금 알기 어렵다.

관련된 몇 개 지표를 확인해 본다.



2012년 아베노믹스 이후에도 항상 0%로 회귀하던 물가가 드디어 30년만의 최고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90년은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거품 중 하나로 꼽히는 일본 부동산 버블의 고점에 해당한다.

당시의 물가 고점은 4% 전후, 기준금리는 6% 전후였다.

지금 일본의 물가는 3.7%로 당시와 비슷한 수준으로 돌아갔지만 기준금리는 여전히 -0.1%이다.

기준금리만 보면 잠깐의 외도를 제외하고는 1990년대 말부터 시작된 제로금리 기조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10년물 금리가 0.25%에서 0.5%까지 올라가면 얼마나 달라질까?




파란색 10년물 금리에 눈에 띄는 차이를 만들기 어렵다.

확대해보면 금리가 두배로 증가한 것이 보이지만, 이것으로 30년동안의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가 방향을 바뀐 것으로 보기에 아직 이르다.

2012년 이후 아베노믹스가 진행되고, 구로다의 취임 이후 엔화가 결국 장기 강세 추세에서 벗어났지만, 장기금리는 10년이 지난 지금에야 겨우 하락국면에서 벗어날 꿈을 꿀 수 있게 된다 것이기는 하다.

1.5% 정도까지 올라가면 표시가 나겠지만, 일본정부의 부채규모로는 이자를 감당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을까 의심되는 수준이라 가능할지 의문이 앞선다.


시장은 일본은행의 기준금리가 올라가고, 시장의 장기금리가 상승하면 미국과의 금리차가 축소되면서 엔캐리에 이용되었던 달러가 일본으로 회귀하고, 엔화 강세로 바뀔 것으로 기대하는 모양이다.

일본에 풀려있는 돈의 양을 고려하면 회귀할 자금이 아니어도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현실은 장기간의 디플레이션이었다. 성장도 물가상승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고여있는 썩은 돈. 적은 통화량이 아니라 낮은 통화유통속도가 문제가 되는 것은 90년대에 일본에서 시작되어 미국, 유럽으로 퍼졌나갔던 병이었다.

그런데 일본으로 돌아간 돈들은 일본에서 무엇을 사게 되나? 채권, 주식, 부동산?

만에 하나 미국, 유럽보다 살벌한 인플레이션이 아주 빠르게 일본에서 발생한다면 지금은 무엇을 사기에 늦은 것인가? 이른 것인가?


나는 장기적으로 환율은 성장, 금리 등 다른 지표보다 물가(=통화가치)를 잘 반영한다고 믿는다.

미국, 유럽, 한국 등 다른 지역보다 늦게 상승하는 일본 물가가 다른 나라의 속도를 따라잡을지 미리 알기는 어렵다.

다만 일본이 30년만에 인위적인 물가 상승 (부가세 등)이 아니라 원자재 가격 상승, 엔화약세,  경상수지 적자, 양적완화유지 등의 요소가 결합하면서 상대적으로 자연스러운 물가 상승이 나타났고, 이로 인해 10년만에 아베노믹스의 핵심 정책을 포기하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 나타난 것이라서 일본은행장이 바뀌어도 연속적인 긴축기조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시장이 기대하는 엔화 강세(에 원화 강세, 달러 약세까지)도 불가능하다고 보지 않는다.

다만 이미 인플레이션 피크아웃을 기대하는 강력한 환율 베팅이 전세계적으로 2달여간 진행된 것처럼 보일 뿐 아니라, 반대 방향의 시나리오도 유력하다는 점은 여전히 불안요소이다.


만약 23년 상반기에도 유럽이 에너지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중국이 바이러스와 독재의 망령에 사로잡혀있다면, 미국의 긴축이 인플레이션을 충분히 통제할 수 없을 수 있다.

최근 미국 물가는 피크아웃한 과거의 문제로 치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는 여전히 물가가 현재 상황을 규정하는 중요한 문제이고, 해결된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본다.


미국 물가 중에서도 핵심물가, 이 중 비중이 큰 주거비용은 우상향 추세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미국의 여전히 높은 임금상승률은 서비스 물가에 직접 영향을 주고, 다른 물가지표의 상승을 추동하고 있고, 돌아서 기대 인플레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23년 말까지 이 요소들이 안정권으로 내려 올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

안 내려오면 미국에 무슨 대책이 있나?


일본은행발 엔화의 급변동은 원화약세가 두려운 한국에게 일말의 안도감을 선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미래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에 가깝다.

안전벨트를 풀 시간이 아니라, 다시 멜 시간으로 보인다.


일본은 잠재된 위험을 조기에 드러냈다.

그래서 위험이 감소한 것이라면 다행이지만, 나는 모르겠다.

어차피 내년 상반기에 많은 사실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요약

boj의 도시락 폭탄은 수십년만에 일본의 금리 추세가 바뀌는 기대를 하게 할 만큼 강력한 인플레이션이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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