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시작되었던 양적 완화는 국채를 사들여서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다.
양적 긴축은 국채를 매도해서 유동성을 회수하는 것이다.
중간에 한 번 나타났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는 보유 채권의 총량은 유지하지만, 단기물을 팔고 장기물을 사서, 단기금리를 높이고 장기금리를 낮추는 조작을 하는 것이다.
지금 연준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기대인플레이션 조작.
1.
최근 들어 연준은 양적 긴축을 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22년 6월 이후 보유 채권의 금액은 감소하고 있다.
그런데 실제로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채권은 1-5년 만기물뿐이다.
5-10년물은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고, 10년물 이상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전체 채권을 사들이거나 파는 것이 아니라 일정 구간의 채권만 집중적으로 팔고 있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과거의 시기와 비교해보면 3번의 완화, 한 번의 긴축, 중간의 휴지기, 판데믹 이후 완화 시기보다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시기와 비슷하다.
기준금리는 낮게 유지하지만 집중적으로 1-5년만을 매도해서 단기 금리를 상승시키고 5년물 이상의 장기금리는 만기가 길수록 오히려 매수해서 금리 커브의 역전을 노리는 것처럼 보인다.
10y-2y 금리차는 최고 수준으로 역전되어도 10y-3m 금리차는 역전되지 않는 애매한 시기가 오래 유지되는 것에는 연준의 직접적인 책임 또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왜 팔아야 할 것처럼 보이는 10년물 전후의 장기물을 끌어 안고 있을까?
관련해서 의심되는 부분이 있다.
2.
기대인플레이션 = 국채 금리 - 물가채(인플레이션연동국채) 금리
bei10 = treasury10 - tips0 ---- (1)
tips가 최근 높게 상승하면서 국채와의 차이가 좁혀지고 기대인플레이션은 피크아웃하고 있다. 최소한 그렇게 보인다.
연준은 미국채의 가장 큰 손이라 집중해서 매수, 매도할 경우 일부 구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cpi = nominal rate - real rate
real rate 10 = tr10 - cpi ---- (2)
10년 실질금리를 국채금리에서 cpi를 빼서 구해보면 -5% 정도(2)인데 비해 10년 bei(1)를 보면 1% 정도로 높다.
차이가 날 수는 있는데 너무 나서, 실질 금리라고 누군가 얘기하면 잘 구분해서 들어야 한다.
한 쪽만 언급하는 애널이 있다면 의도를 가려서 듣게 된다.
혼동이 생기는 것은 결국 연준때문이다.
3.
두 개의 조각을 연결해서 상상력을 발휘해 본다.
연준이 어떤 이유로 기대 인플레이션이 내려가는 그림을 원하면 국채 10년물을 사고 물가채 10년물을 팔아서 bei를 낮출 수 있다.
보유량이 증가하는 물가채로 인해 10년물 주위 구간의 보유액은 내려가기 어려운데도, 긴축속도를 유지하려면 단기물 (1-5년물) 매도는 상대적으로 더 크게 유지해야 한다.
그러면 연준 자산 중 단기물만 유달리 감소하는 이상한 그림이 설명된다.
일드커브 조작이 아니라 기대 인플레이션 조작이 최근 몇개월간 벌어진 자산구성 변화의 목적이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10y-2y 장단기 금리차 역전은 연준의 기대인플레이션 조작에 따른 부수효과일 수도 있다.
이런 조작이 금융시장에 먹힌다면 인플레이션 베팅이 감소할 것이다.
cpi 발표 직전에 나타난 시장의 기대감도 결국은 연준의 의도(혹은 오도)에 따른 삽질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4.
과거에 연준의 완화(채권 매수)가 시장에 안정을 주면 위험 자산 선호로 금리는 오히려 상승하고 긴축(채권 매도이 시장에 불안감을 주면 안전 자산 선호로 금리는 하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금리의 방향은 연준 홀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연준과 시장의 상호작용의 결과에 따른 것이지 연준이 수급만으로 금리가 오르거나 내리지는 않았다.
그런데 최근 벌어지는 금리의 움직임이 연준의 시장 조작 방향과 대체로 일치하는 것은 과거 어느 때보다 미국 채권시장이 연준의 매수와 매도에 정직하게 반영하는 경박한 시장이 되어가기 때문일 수 있다.
달러강세는 전세계의 외환보유액이 감소와 동행하고 있고, 많은 달러가 미국으로 돌아가고 있다. 미국채의 큰 손이었던 중국, 러시아 등이 대량 매도한 것은 알려진 사실이지만 한국, 일본 등의 국가에서도 경상적자와 더불어 외환보유액, 미국채보유액 등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과거보다 더 연준의 채권시장 지배력이 커졌다는 것은 향후 긴축이 강화되면 충격도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연준의 동일 금액 채권 매도에 대한 금리 상승 속도가 훨씬 더 빠르다면?
뇌피셜 요약
1) 연준은 기대 인플레이션 조작을 감행하고 있다.
2) 시장은 연준에 놀아나고 있다.
3) 예정된 긴축이지만, 충격의 강도는 점증할 것이다.
결론
정신줄 단단히 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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