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은 어렵다.
그래도 자신의 시나리오를 적어두는 것은 유용하다.
완전히 틀리더라도.
작년에 짐 오닐의 '짐 오닐의 그로스 맵'과 루치르 샤르마의 '브레이크아웃 네이션'을 읽었다. 둘 다 신흥국에 대한 책이지만, 짐 오닐의 책은 매우 보람있게 우려내가면서 읽었고, 루치르 샤르마의 책은 보람없게 읽다가 결국 포기했다.
위의 책들이 투자할 신흥국을 콕 찍어주기를 바랬다면 작년 올해를 지나면서 오닐도, 샤르마도 크게 도움이 되는 얘기를 한 것은 없다. 미국의 시대, 선진국의 시대로 바뀌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국가 경제를 분석하는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면 도움을 받을 여지가 많이 있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멕시코, 인도네시아, 한국, 터키
이 나라들이 짐 오닐의 BRICs와 MIST이다.
브릭스에 대해서는 두 사람 모두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고, 미스트 중에 나머지 국가에는 긍정적이라는 점에서 비슷한데, 유독 멕시코에 대해서 두 사람의 의견이 달랐다.
짐 오닐과 달리 루치르 샤르마는 멕시코의 미래를 매우 비관적으로 보았지만, 나는 멕시코가 정치적 안정과 미국회복의 영향을 받아서 경기회복이 진행되고 있고, 산업구조도 제조업 경쟁력이 강화되는 쪽으로 바뀌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성이 높은 나라로 보고 있었다.
루치르 샤르마의 판단기준에는 짐 오닐보다 주관적인 요소가 큰 만큼 편견이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거기에 이중잣대라는 좋지 않은 난치병이 겹쳐있다는 것을 나중에 그의 책에서 확인했다.
결과적으로 짐 오닐이 이겼다고 볼 수 있다.
3년은 걸리지 않을까 했지만, 일년도 지나지 않았다.
아직 더 두고봐야 하지만, 상대적으로 인도네시아, 터키의 경제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었기 때문에 미국의 회복으로 수혜를 입고 있는 멕시코의 우위가 달라지기 어렵다.
그래 봐야 요즘에는 짐 오닐을 언론에서 찾기 어렵다.
그의 브릭스 시대가 10년 만에 막을 확실하게 내려 버린 여파일 것이다.
아래는 관련된 두 개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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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 오닐과 샤르마의 시금석
2012/09/19 21:06
골드만 삭스의 짐 오닐은 10년전 BRICs의 개념을 만들었고, 이후에 MIKT 혹은 MIST를 추가해서 성장시장의 개념을 만들었다.
올 초에 그로스 맵(Growth map)이라는 책에서 과거 브릭스의 개념을 만들고 발전시켜온 과정과 세세한 내용들을 언급했다.
오래 전에 읽었지만 매우 좋은 책이다.
이후에 가끔씩 신흥국들에 대해서 들여다보고는 했는데, 얼마전 루치르 샤르마의 브레이크아웃 네이션이라는 책이 나왔다.
안 읽은 책이니 내용을 비교해 볼 수는 없으나 두 사람의 차이는 분명하다.
방법론에 대한 것은 판단하기 어렵지만, 확실한 것은 앞으로 투자할 만한 나라를 다르게 뽑고 있다는 것이다.
짐 오닐의 8개국은 아래와 같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멕시코, 인도네시아, 한국, 터키
이중 브릭스와 멕시코에 대해 샤르마는 투자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 것 같다.
어떤 면에서 샤르마는 다섯나라에 대한 평가를 통해 오닐을 공격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좋은 전략이다.
그런데 짐 오닐도 브릭스보다는 MIST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본다.
유난히 다른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멕시코이다.
개인적으로 들여다 본 바로는 미국의 제조업이 회복되면 가장 큰 수혜를 볼 나라이고, 기본적인 거시경제지표는 매우 훌륭한 편이다.
정치사회적인 문제는 중국, 브라질같은 나라보다 심하다고 할 수 없다.
또한 부의 독점의 문제에서는 한국보다 심하다고 할 수 없다.
인도네시아, 한국, 터키는 두 사람 모두 좋게 보고 있다.
인도네시아, 한국은 별로 문제가 없는데 아무리 봐도 터키는 잘 모르겠다.
차라리 베트남이 나아 보인다.
신흥국에 대한 투자에 도움이 될만한 두 권의 책과 저자가 있다.
둘 다 세계적인 수준의 분석가라는 것은 두말이 필요없다.
가장 극명하게 견해가 갈리는 나라, 멕시코에서 결판을 낼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오닐의 승리를 점치지만,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넉넉잡아 3년 정도면 누가 승자인지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브레이크아웃 네이션 - 켄 피셔를 보는 듯하다
2012/12/23 12:22
켄 피셔는 유명한 투자자이고 저술가이다. 그런데 도저히 책을 봐 줄 수가 없었다.
자신이 비판하는 논리의 함정에 자신이 빠져있다.
이중 잣대를 가진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자신은 남들과 다르다는 오만과 편견을 드러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브레이크아웃 네이션은 저명하신 이웃분들 모두 극찬하던 책이다.
그런데 이책도 1장부터 봐 줄 수가 없다.
켄 피셔와 루치르 샤르마는 전공만 다르지 매우 비슷한 부류의 사람으로 보인다.
2장의 중국을 다 읽지도 못하고 덮으면서 왜 그런지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덕분에 오랫만에 독후감을 쓴다.
"장기 성장은 허구일 뿐이다."
이것이 1장의 제목이다. 1장은 저자의 생각을 지배하는 세계관, 경제관, 분석의 틀을 보여준다.
초장기 전망이 유행이었다고 비꼬는 것부터 시작한다.
중국과 인도가 다시 과거의 영화를 찾는 것은 지난 2세기의 변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한다.
...
그래서 5년 후의 앞일을 예측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고, 아무리 길어도 10년 이하로 잡아야 한다고 한다.
내가 아는 바로 왠만한 규모의 다국적 기업은 10년, 15년 전망을 기본으로 하고 장기 사업전략을 짠다.
5년 이내의 시각으로는 전 세계에, 그것도 정치적으로 안정되지 않은 국가까지 포함해서, 회수할 방법도 명확하지 않은 국가에 큰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치치 않고서야.
스스로 장기예측이 부질없는 미신적인 일이라고 시작부터 깔아놓고는 "앞으로 10년 동안 유망국으로 부상할 나라를 '브레이크아웃 네이션'으로 명명하고자 한다"고 선언을 한다. 자신이 가진 수정구슬의 품질이 남의 것보다 좋다는 것인가...
짐 오닐이 10년 전에 10년 동안 벌어질 일을 맞추는 동안 어디서 뭐하고 있다가 지금 나타나서 남들의 예측을 조롱하고는 자신은 가능하다고 주장을 하는 것인가.
"국가의 수명은 여러 면에서 주식의 수명만큼이나 짧다."
오래 선두를 유지하는 기업을 파악하는 법칙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같은 문단에서 얘기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50년동안 장기성장을 유지한 나라가 한국과 타이완뿐이라고 바로 위에서 얘기하는 이유도 명확하다.
그런데 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한국, 타이완, 태국, 홍콩이 40년 동안 성장율을 5%이상으로 유지했는지에 대한 답이 없다.
자신의 눈에는 전혀 안 보이고 남들이 보기에는 파악하기 쉬운 공통점이 보이는 아시아 국가들이 수십년간 성장했는데 그런 것을 연구해보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나라에서 벌어진 일이 중국에서는 왜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철썩같이 믿는지에 대한 답은 없다.
그러면서 자신을 "중국 낙관론과 비관론 진영의 중간"쯤에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에 대한 답도 없다.
그저 자신은 객관적이라고 주장하고 싶어한다는 것은 알 수 있다.
중국에 대한 비관론은 내가 기억하는 것만 천안문사태 이후부터 지속되고 있다.
비관론이 극에 달한 것은 아마도 브릭스 경제가 도약하기 직전 2000년 전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논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저자가 원래 종말론자였는지는 모르겠으나 확인할 가치는 글쎄...
저자도 언급하는 중국의 과잉투자는 심각한 문제이다. 그것을 가릴 수는 없다.
그러나 "중국의 내수시장이 아직 덜 발달했다는 허구"는 누가 증명했나?
중국같은 규모의 나라가 지난 30년간의 속도로 성장하는 것은 인류가 본 적이 없다.
미국 서부개척시대와 비교가 되는가?
중국이 성장하는 방식이 농촌인구가 그냥 도시로 유입되는 것으로 설명되는가?
그것은 초기에 국한된 것이고, 지금은 도시가 농촌으로 밀려들어가고 있다.
거꾸로 질문해보자.
중국이 한국처럼, 다른 작은 나라처럼 발전하고 있는가?
중국의 내수시장이 저런 상태에서 충분히 발달했겠나?
그게 가능하기나 한 것인가?
과거를 보지않고 미래가 보이겠나?
20세기 중반 이후 전세계의 경제성장은 인류의 역사에 존재하지 않던 일이라고 한다.
수천년간 인류의 경제성장율은 0%전후였고 기껏해야 1% 아래였다고 한다.
그것이 수십년동안 2-3%의 성장율을 유지했다.
이유가 뭔지 난 모른다.
내가 보기에는 남들도 아직 답이 없다.
중요한 것은 그 성장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유럽과 미국이 그 핵심이었다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고, 2000년대 이후에는 신흥국이 핵심이 되었다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이러한 큰 흐름에 묻혀있어도, 아시아권국가들의 장기적인 성장은 충분히 다른 스토리를 의심할 만하다.
설명할 수 있는가?
그것은 다음 문제이다.
유동성의 증가
부채의 증가
인플레이션의 약화
(나같으면 디플레이션의 약화라고 하겠다)
경기순환의 약화
골디락스 경제
수출주도형 성장모델
구조적 인플레이션
미들인컴트랩
족벌자본주의
굿하트의법칙
인구통계분석
양극화/불균형
현장경험
1장에 등장하는 저자의 중요한 개념과 분석도구이다.
이중 인구통계만 예를 들어보자.
한참 유행이지만, 인구분석통계의 효력이 떨어진 지 오래라고 한다.(38p)
중국이 경기 호황을 달성한 이유가 중국에 생산인구의 증가가 발생한 것에서 찾지만, 여기에 교육수준, 기술력, 정부의 정책이 중요하다고 한다.
이렇게 비판하는 것은 좋다.
그래놓고는 "메말라가는 젊음의 샘'에서 인구구성의 변화를 언급한다.(53p)
같은 개념을 남들은 남용한다고 미리 비판하고, 자신이 이용하는 것에는 아무런 무리가 없다는 듯이 서술한다.
저자가 매우 똑똑하고 경험이 많다는 것은 명백하다.
그런데 그저 오래되고, 흔한 얘기를 하면서 자신의 견해는 특별하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노력이 너무 심하다.
조금만 훈련된 사람이면 책에서 언급한 자료와 숫자로 완전히 반대의 결론을 낼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한다.
이책의 시각은 균형잡힌 것과는 거리가 매우 멀다.
다만 언급하는 자료들을 스스로 해석해 볼 가치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