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June 5, 2015

박원순님, 마녀사냥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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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에게 처음 관심이 생긴 것은 10년전 쯤 읽은 그의 글 때문이다.

서양의 마녀재판과 한국의 국가보안법 현상http://freedom.jinbo.net/kukbo/text/t1/liberation1.html

한국에서 흔하게 벌어지는 마녀사냥과 마녀사냥 희생양 코스프레를 구분하기 어려워서 마녀사냥의 역사에 대해 조사하다보니 나온 자료였다.
이 글과 전두환의 아들이 운영한다는 시공사의 책 '사탄과 약혼한 마녀'가 찾아본 자료 중에 마녀를 탄생시킨 마녀사냥에 대해 이해하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자료였다.

폭력과 성스러움, 르네 지라르
폭력과 상스러움, 진중권

비슷한 시기에 찾아 본 저 두권의 책은 인간의 제도적, 구조적 폭력에 대해서 고발, 선전, 선동을 뛰어넘는 통찰을 보여주는 책이다.



2
그러고나서는 안철수와 서울시장선거를 앞두고 크로스를 하기 전까지 박원순은 관심 밖이었다.
특별한 사람들이고 크로스 이후에도 특별한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다른 점은 한쪽은 미련하고 무능하고, 한쪽은 똑똑하고 실천력이 있다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심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역사에 가정은 의미가 없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지만, 실현되지 않은 다양한 역사가 미래에 대한 더 중요한 시사점을 줄 수 있다.
왜? 미래는 가능성으로만 존재하니까.

만약 안철수가 양보하지 않았다면?
시장이 된 이후 박원순을 보면 상대가 안철수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더라도 충분히 양보를 받아낼 수 있는 사람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가 양보한 것이라기보다는, 박원순이 양보를 받아낸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3
어제 메르스 관련한 박원순의 발표 이후 그에 대한 국민들의 찬사와 열광은 현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일부 언론들은 박원순의 행태를 정치쇼로 보면서 대통령 출사표 정도로 보는 듯하고, 야권은 잠재 후보부터 총출동해서 박원순 서울시장처럼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메르스 사태를 해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박원순은 이전 대통령들의 장기인 돈계산, 정치계산을 월등하게 뛰어넘는 지적 능력의 소유자라서, 남의 머리를 빌리거나 수첩읽기를 할 필요가 없다. 또한 안철수와의 담판에서처럼 타고난 승부사이다. 그런데 어제의 발표를 보면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 또한 천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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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의 확산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무능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만약 서울로 확산된다면 그게 병원감염이든 지역사회감염이든 감염자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 있고, 결국 전국으로 확산되는 것도 시간문제로 봐야 한다.
삼성병원 의사의 예를 보면 비밀을 고수하고, 소극적인 정부의 대처가 확산을 조장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가 실효성있게 수천명에 달하는 사람들을 격리하고, 확산을 차단하는데 시장이 앞장서겠다고 하면 멋있다는 얘기를 듣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기 위해 그는 의사 한명을 '마녀'로 만들었다.
마녀는 마녀사냥을 당해도 싸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면 저 위의 글들을 읽어보라.
마녀는 마녀사냥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니 마녀사냥의 형식으로 진실을 드러내려고 하면 안 된다는 것이 내가 박원순의 글 등을 통해 얻은 교훈이다.



5
박원순은 어제 언론 앞에서 환자 동선에 대한 차트를 보여주었고, sns에서 자신이 방역 본부장이라고 선언했다.
접촉자 천 몇백명 이상을 격리한다고 선언했지만, 관리할 수 없으면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정부의 삽질로 증명되었다. 서울시가 최소 수천에 이를 접촉자를 전부 관리할 능력이 있나? 서울사람이 아니면 어떻게 하나? 만약 이미 알려진 환자가 서울 시내의 공공장소에서 수만명을 접촉한 것으로 확인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지역단체장의 스타되기 프로젝트가 지속적으로 가동된다면 누군가는 기회를 얻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더욱 절망적인 상황으로 빠져들 것이다. 지금은 지역사회 수준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확산 시에 벌어질 일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고 벌써 다른 지역환자를 받지 않겠다는 반인륜적인 님비현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믿음직하지 않아도, 공동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문제가 커지기 좋을 때 서울시라도 살아보겠다고 시장이 나섰다. 소용이 있어도 없어도 그로서는 손해볼 것이 없겠지만 각자도생은 개인이 취할 생존법일 수는 있으나 지자체가 취할 만한 방법은 아니다.

나는 메르스도 무섭고, 정부도 무섭지만, 박원순도 무섭다.
그래서인지 완벽한 정치가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