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19일 수요일

서울 아파트의 가격 탄력성



일정 시점에 시장에서 수요곡선, 공급곡선을 구분해서 얻는 것이 쉽다면 누구라도 가격변동에 따른 수요, 공급의 변화를 추정할 수 있고, 반대로 수요, 공급의 변화에 따른 가격변동도 추정할 수 있다.

https://en.wikipedia.org/wiki/Price_elasticity_of_demand
https://en.wikipedia.org/wiki/Price_elasticity_of_supply

실제로는 그런 곡선을 구하는 것은 어렵거나 불가능하고, 비슷한 추정을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수요곡선, 공급곡선이 상상 속에나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원칙적으로 이런 얘기를 할 수는 있다.

수요의 가격 탄력성이 낮으면, 가격변동이 생겨도 수요의 변화가 크지 않다.
공급의 가격 탄력성이 낮으면, 가격변동이 생겨도 공급의 변화가 크지 않다.

만약 어떤 상품의 가격탄력성이 낮아서 수요, 공급의 변화가 크지 않다면 가격이 변했을 때 거래량은 어떨까?

이것도 어려우니 더 단순하고,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하자.

수요, 공급의 가격탄력성이 0인 상품의 거래량은 가격이 변할 때 어떻게 변할까?
변하지 않는다.

실제에서는 가격과 거래량의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날 것이다.

만약 가격과 거래량의 관련성이 높다면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수요 and/or 공급의 가격탄력성이 높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그런 상품을 알고 있다.
일반 상식과는 많이 다르지만, 데이타는 그러하다.

주택거래량과 가격 2 - 누적 전년동월차는 주택가격 전년동월비와 비례
http://runmoneyrun.blogspot.kr/2016/06/2.html

아래는 서울 지역의 아파트가격지수와 아파트 월거래량으로 그린 그림이다.
가격지수는 국민은행, 2006년 이후 거래량은 감정원에서 받은 것이다.



서울지역의 가격과 거래량의 관계는 주택전체로 보나, 아파트로 보나 관련성에서 큰 차이가 없다.

요약하면

월거래량은 월간 가격상승률(mom)에 비례한다.
12개월 누적 거래량(ttm)은 연간 가격상승률(yoy)에 비례한다.

더 간단히 줄이면 '거래량이 가격상승률에 비례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거래량과 가격의 관계를 보는 것과 다르고, 또한 거래량 변화율과 가격변화율의 관계를 보는 것과도 다르다. 많은 전문가들이 쓸모없는 논문과 보고서를 양산하는 이유이다.)

가장 간단한 해설은 주택보유자는 '내리면 안 판다'.

주식시장은 많은 경우 가격이 내려도 올라도, 큰 가격변화에 거래량이 증가하는 특성을 보이고, 이것은 매수자와 매도자의 균형이 시기적으로 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달리 부동산 시장은 단기적으로도 장기적으로도 매도자가 주도하는 시장이라는 것이다.



2013년 이후 상승기의 월별 거래량을 가격과 비교한 것이다.
눈으로 그은 선의 기울기는 1%의 가격변화와 12,000채의 거래가 비례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일상 언어로 표현해보면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

1%의 가격변화가 12,000채의 거래를 낳는다.
1%의 가격변화를 위해 12,000채의 거래가 필요하다.

서로 반대로 해석한 것이지만, 둘 다 가격변화를 중심에 놓은 것이다.

12,000채의 거래가 1%의 가격변화를 낳는다.
12,000채의 거래를 위해 1%의 가격변화가 필요하다.

이것은 둘 다 거래를 중심으로 본 것이다.

가격때문에 거래를 하는 사람(정부가 싫어하는 듯)도 있고, 거래를 위해 가격을 추적하는 사람도 있지만 모두 가격과 거래를 구성한다.
실수요자, 투기자의 두 그룹 집단이 존재해서 가격곡선이 변형되는 일은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


그런데 저렇게 평온한 직선 관계가 항상 같은 기울기를 유지한 것은 아니다.




2006년 이후 자료 전체를 표시한 것이다.
거래량 누적치를 써서 노이즈가 적고, 가격전년동월비라서 다른 지표들과 비교하기 좋고, 실제 얼마나 상승했는지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다.

두개의 구간으로 나눌 수 있고, 아래의 우상향 화살표가 13년 이후에 해당한다.
가격 상승이 나타난 이후의 기울기는 9,000/10%이다.
가격 하락이 지속된 시기의 기울기는 10,000/28%(=3,571/10%)이다.

2007년 이후 2013년까지 하락과 횡보를 거치면서 서울지역 아파트에서 '거래의 가격탄력성'에 변화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10%의 가격상승을 위해 필요한 거래량이 2.5배 (3,571-> 9,000)가 되었다.

주택시장이 '내리면 안 판다'는 매도자 우위의 시장이라는 관점에서 위 곡선이 공급곡선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것을 가격탄력성으로 설명한다면?

어떤 이유로 주택 재고가 증가했고, 그래서 2013년 이후 가격탄력성이 2.5배로 증가한 것이다.

아파트가격과 가계부채 7 - 주택싸이클의 개요
http://runmoneyrun.blogspot.kr/2016/08/7.html
수요가 급증해서 재고 부족이 현실화되면 그제서야 공급의 가격탄력성이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신규 공급에 2-3년이 걸린다고 해도 단계별 재고가 2-3년을 커버할 수 있다면 가격과 공급과 재고가 동시에 움직이는 것이 가능하다. 다시 말하면 공급이 초기부터 가격상승을 억제해서 가격상승이 적은 상태로 공급이 증가할 수 있고, 탄력성이 높은 것처럼 일정시간동안 진행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면 공급부족은 초기가 아니라 일정시간이 지나서 기왕에 공급이 일정정도 일어난 다음에 나타나고 가격상승은 그제서야 발생하게 된다.

2013년 이후 높아진 공급(재고주택)의 가격 탄력성이 유지된다면 '탄력적인' 가격상승이 나타나기 어렵다.
그러나 지금 공급이 한계에 왔다면 다시 과거의 곡선으로 회귀할 수 있다.


아래는 2015년 센서스에서 조사된 서울의 주택, 아파트 수이다.

2015년 서울시 주택수 279만3천호
2015년 서울시 아파트수 163만7천호
http://kosis.kr/statisticsList/statisticsList_01List.jsp?vwcd=MT_ZTITLE&parentId=A#SubCont

서울에서 해마다 2-3만의 아파트가 공급되고 있고, 전체의 1-2%에 불과하다.
전체 숫자는 10년전 고점과 비교해서 멸실을 무시하면 10-20% 정도 증가했을 것이다.
이것이 충분한가?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공급과잉인가?

주택공급부족 이제 해소 중
http://runmoneyrun.blogspot.kr/2016/06/blog-post_8.html

나는 반대라고 본다.


2008년의 서울지역 아파트가격 고점대비 2017년의 고점이 몇% 상승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거래된 아파트의 구성이 비슷하면 거래대금도 2.5배에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10%의 가격상승을 위해 필요한 거래대금이 2.5배가 되었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면?
기왕에 공급된 주택대출의 규모가 말을 하는 시기가 올 것이다.

아파트가격, 가계부채, 금리 20161013
http://runmoneyrun.blogspot.kr/2016/10/20161013.html

주택금융공사대출로 인한 가계신용/대출의 노이즈로 보정하면 예금취급기관의 대출, 총대출은 안정되고 있고 있다.
(참고로 15년말부터 16년말까지 기타대출과 주담대간의 노이즈가 추가되었다. 중간에 숫자가 바뀐듯. 그래서 단기적으로는 전체대출=주담대+기타대출 중에서 전체대출만 의미있는 숫자가 될 수 있다.)


총대출과 비교하면 가계대출 증가율이 15년말에 기록적인 수준에 도달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스템을 흔들 규모나 속도라는 주장은 아직 이르다고 본다.
2000년, 2002년의 peak는 it버블, 카드버블을 나타내지만 한국이 그것으로 망하지 않았다.
98년, 08년의 외환위기, 금융위기 때보다 총대출 증가율이 더 컸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하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 대출증가율이 만 2년째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별로 걱정 안되는 대출은 남들이 걱정하게 두고 다른 점을 확인해보자.

15년말 대출증가율 꼭지가 13%. 이 때 집값상승률은 5%.
07년말 대출증가율 꼭지는 13%. 이 때 집값상승률은 14%.

대출과 집값상승률의 비율이 13/14에서 13/5로 약 2.8배 증가되었다.
거래량과 집값상승률의 비율이 2.5배 정도 증가된 것과 잘 맞는다.
서울과 전국의 데이타라는 차이가 있음에도 그러하다.

대출은 일반적으로 아파트에 대한 수요를 나타낸다고 본다.
정부의 부동산대책이 대출을 줄여서 수요를 줄이겠다는 얘기를 반복하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합쳐보면 2013년 이후 가격상승률 대비 거래량 증가는 공급곡선의 변화로 해석하고, 가계부채증가는 상응하는 수요의 증가로 해석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수요의 증가가 발생했고, 충족시킬 공급이 존재했다.
그래서 공급의 가격탄력성은 2007년 고점 대비 2.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정부의 상상처럼 공급과잉이 아니라 공급이 부족한 것이라면 어떤 일이 생길까?



정상적인 수요곡선이 유지되는 경우 공급곡선이 현재의 S2에서 과거의 S1으로 이동하고 완만한 가격상승(P1->P2)이 나타난다.

공급곡선 이동에 추가해서 아파트 수요곡선이 급격한 가격상승이 수요를 발생시키는 투기수요 곡선으로 변화한다면, 가격급등(P1->P3)이 나타난다.
(https://www.economist.com/blogs/freeexchange/2011/10/illustrated-euro-crisis)
여러 개의 평형점이 존재할 때 불안정한 평형점 주위에서는 가격의 급등락이 나타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은 예측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해서, 통제하기 어렵다.
이 경우 거래량이 크게 증가할 필요도 없기 때문에 추격해서 따라잡을 수도 없다.

그러니 발생하지 않게 예방하는 것이 그나마 최선이다.

지금 그럴 조건이 형성되어 있나?



미분양은 한국에서 주택 재고를 표시하는 중요한 지표이다.

미분양과 주택가격 다시 보기 - 부동산의 보이지 않는 진실
http://runmoneyrun.blogspot.kr/2016/01/blog-post.html 

지방의 미분양은 증가하고 있지만, 수도권의 미분양은 감소하고 있고, 서울의 미분양은 말라붙고 있다.
(전국의 미분양은 횡보)

2013년까지 증가된 미분양이 가격탄력성을 높이는데 기여했다면, 2017년까지 낮아진 미분양은 낮추는데 기여할 것이다.
적어도 그러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을 것이다.



전세/매매 비율의 증가도 주택 수요증가/공급감소를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이다.
(아파트가격과 가계부채 4 - 전세비율  http://runmoneyrun.blogspot.kr/2016/08/4.html )
이 비율이 16년 초에 고점을 만들었다.
imf직전을 제외하면 이후에 주택가격의 상승이 나타났다.

서울에 살아야 하는 무주택자에게는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다.
최저임금 상승이 어떻게 귀결되지 알 수 없으나 물가상승압력을 높일 것이라는 것은 명확하다.
(불광불급, 최저임금 16.4% 인상 http://runmoneyrun.blogspot.kr/2017/07/164.html)
물가가 부동산을 밀지, 부동산이 물가를 밀지는 알 수 없으나 영향을 주고 받을 것이다.
문재인정권의 부동산정책에 대한 5년 후의 평가는 노무현정권에 대한 평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시골에서 남의 집에 살고 있는 처지에 남 걱정할 일이 아닌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