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June 15, 2015

삼성물산 보고서 - 신기한 한화증권

삼성물산 합병 복기 - 아들의 아들 시대
 http://runmoneyrun.blogspot.kr/2015/05/blog-post_27.html
우선주 합병비율 - SK vs 삼성물산
 http://runmoneyrun.blogspot.kr/2015/05/sk-vs.html
엘리엇 vs 이재용 - 시나리오
 http://runmoneyrun.blogspot.kr/2015/06/vs.html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발표 이후 엘리엇의 등장으로 순탄하던 삼성의 행보는 발목을 확실히 잡혔다.
한국의 재벌시대에 균열이 발생하는 역사적인 순간이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 들떠서, 합병 반대에 동참하기 위해 의결권 종료 시점에 임박해서 급히 삼성물산을 매수했다가 깔끔하게 물려서 흥미는 더욱 커졌다.
그러던 중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증권사의 보고서를 보게 되었다.


한화증권은 사장이 바뀐 뒤로 여러가지 특별한 행보를 보였다.

자사 영업직들이 수수료 수입을 위해 과다한 거래를 유도해서 고객의 수익률에 악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보고서로 발표하고, 향후 수수료 수입이 아니라 고객의 수익률로 영업직의 실적을 평가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또 일정 비율 이상의 매도보고서를 발간해서 매수 보고서 일색인 증권사의 관행을 바꾸겠다고 했다. 또한 고위험 주식을 선정해서 고객에게 알려서 고객들이 위험등급을 판단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과정에서 증권사의 고객보다는 기업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애널리스트들의 이탈이 발생했고, 수수료관련 성과급에만 의존하던 영업사원들도 이탈했다.

한화증권의 실험은 아직 미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센터장 김철범과 애널리스트 이상원이 발간한 보고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소액주주를 위한 투자전략 제안"은 '고객 중심'의 경영이라는 그간의 화두에 정확하게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증권사의 가장 중요한 고객이 누구인지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보고서를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 표대결시 이재용측의 우호지분이 엘리엇 우호지분에 비해 부족할 수 있고, 국민연금의 입장도 분명하지 않다. 
- 해외소송시 잠재적 비용부담이 2-3조에 달하기 때문에 삼성물산 지분 10%p를 직접 매입(해서 경영권을 확보)하는 비용보다 커서 합병을 포기할 수도 있다.  
- 합병이 무산될 경우 삼성물산의 저평가, 제일모직의 고평가가 부각될 것이고, 삼성물산의 상승여력은 40%이나 제일모직은 이전 주가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다. 
- 만약 합병이 성사되면 고평가된 합병회사의 가격으로 인해 상승여력이 없으니 매도를 권한다.

자세한 분석에도 불구하고 삼성측의 반응은 까칠하다.
삼성, 합병포기설 정면 반박..."시장불안만 부추겨"
http://www.fnnews.com/news/201506151549173719 
삼성 관계자는 "막대한 소송비용으로 인한 합병 포기란 가설은 벌어지지도 않은 일을 기정사실화한 것"이라며 "어떤 논리적 근거도 없이 시장의 불안을 부추기는 언급"이라고 반박했다.
제일모직 관계자도 "엘리엇과 네덜란드 연기금 외에는 현재 해외기관 투자자 중 명시적 반대 의사를 표시한 기관이 전혀 없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전부 반대 의사를 가진 것처럼 기재한 보고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내가 읽어본 바로는 여러 가능성을 고려하고 시나리오에 따른 행동방침을 제시한 것이라서 삼성측의 반박은 트집에 불과하다.

보고서의 시나리오처럼 합병이 진행될지는 두고볼 일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그것도 삼성의 지배구조개편과 연관되어 삼성의 화학 계열사 전체를 인수한 한화그룹의 증권사에서 삼성에 정면으로 반하는 보고서를 발간한 것은 자체로 놀라운 일이다. 또한 삼성이 저렇게 급하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도 특이한 일이다.


합병을 둘러싼 엘리엇과 이재용측의 대결에서 삼성 측의 실수이거나 불리한 점으로 보이는 사실이 몇가지 존재한다.
1) 영국에 상장된 해외 DR을 미리 상장폐지하지 않은 점.
  -> 해외 투자자의 소송 가능성.
2) 우선주 주주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서 합병비율을 유리하게 만들지 않은 점.
  -> 종류 주주 총회 요구에 따른 합병 부결가능성, 총회 무산시 소송 가능성.
3) 삼성물산 정관의 근거법 폐지 (아래 기사)
  -> 정관 개정 요구 가능성.
4) KCC의 자사주 매입가격(75,000원)이 합병가액(55,767원)보다 매우 높다는 점.
  -> 두 가격은 각각 KCC와 삼성물산이 합의한 삼성물산의 가치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의한 삼성물산의 가치에 해당.

반면 엘리엇 측의 준비미흡/실수로 의심되는 점도 지적된다.
삼성물산 자사주처분과 가처분
http://blog.naver.com/ggmggdgn/220386722431

어제의 삼성물산 글에 이어
http://blog.naver.com/ggmggdgn/220388158025
위는 삼성물산의 자사주 처분 전에 엘리엇측이 가처분신청이나 경고 공문을 발송해서 막았어야 한다는 b변님의 전문가적 의견이다.

각자의 영역에서 최고수라고 할만한 회사, 로펌들이 공중전을 벌이고 있지만, 곳곳에서 헛점이 보이는 것은 그만큼 지금 사건이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도랑치고 가재잡을지, 게도 구럭도 다 잃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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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정관, 6년 전 없어진 법 근거로 삼아 '망신'…엘리엇 꼬투리 잡을수도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6/15/2015061502327.html

주진형, 한화증권 고객의 수익률 하락은 '회사 잘못'
http://www.businesspos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808

[‘역발상’주진형] ‘주진형식 혁신’ 부작용? ‘매도리포트’ 부담에 애널리스트 이직 잇따라
http://www.etoday.co.kr/news/section/newsview.php?idxno=1130955

한화투자증권, '주진형식 혁신' 빛과 그림자
http://www.moneyweek.co.kr/news/mwView.php?type=1&no=2015050723228083831&outlink=1

한화투자증권, 800여 개 주식에 투자등급 부여한다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5061109415543342&outlink=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