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3일 금요일

한국 반도체 수출물가, 물량, 금액 20200103


2019년의 한국 수출이 많은 전문가들이 연초에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10%에 가까운 증가가 아니라 10%의 감소로 끝이 났다.
자동차 정도를 제외하면 증가한 업종이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2020년의 한국 수출이 몇 % 정도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특별히 다른 의견을 본 기억이 없으니 이구동성이라고 할 만하고, 그것이 안전한 길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2020년의 한국 수출을 전망하려면 탑다운방식으로 전 세계 경기 상황에 대한 전망에서  시작할 수도 있고, 각 업종에 대한 전망이나 초대형 수출기업에 대한 전망에서 시작할 수도 있다.

그렇기는 하나, 17년 이래 한국 수출을 좌지우지 했던 것은 반도체 수출의 급등과 급감이었으니 반도체에 대한 전망을 하지 않거나 크게 틀리면,  올 한해의 한국수출과 경제와 관련한 중요한 전망은 무의미하다.

나는 한국반도체 수출이 물량으로는 증가하더라도 금액으로는 증가할지 판단할 수 없다.
반도체 수출 금액이 감소하는데도 나머지 업종 전체가 힘을 합쳐서 수출을 증가시키는 것이 가능할까?
그럴려면 미국, 중국에서 무슨 일이 생겨야 하나?


반도체와 나머지 업종 전체 중에 그나마 상상력을 발휘하기 쉬운 것은 반도체라고 할 수 있다.아래에서는 반도체 수출 가격과 물량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한국의 반도체 수출물가지수이다.
한국에서 이 정도면  장기간의 자료라고 할 수 있다.

무어의 법칙은 2년(혹은1.5년)마다 집적도가 2배로 늘어나는 것을 얘기한다.
10년이면 32배이고, 20년이면 1024배가 늘어난다.
가격으로 보면 반도체의 가격은 10년에 32분의 1, 20년에 1000분의 1로 떨어진다.

96년부터 2012년까지 한국의 반도체수출가격 하락은 딱 무어의 법칙에 해당하는 속도로 진행되었다.
가격이 수백분의 일로 떨어지는 동안 원가를 그 이상으로 낮추지 못한 미국, 유럽, 일본, 대만의 기업들은 사라졌다.

96년 이전 5년동안 가격이 횡보하던 시기에는 무슨 일이 있었나?
디램의 슈퍼싸이클이 있었다.

12년 이후 8년동안 가격이 횡보하던 시기에는 무슨 일이 있었나?
의견이 갈리지만, 16년 이후 메모리반도체 호황을 일부에서 슈퍼싸이클이라고 부른다.
실제로는 삼전, 하이닉스, 마이크론 세업체 모두 흑자를 기록하던 12년 이후의 작은 싸이클 두개 전체를 포함하는 기간이 슈퍼싸이클이었을 지도 모르나, 별로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슈퍼싸이클이 가져오는 강력한 뒤끝이다.

96년 이후 반도체 가격은 몇년 동안 10분의 1로 떨어졌고,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이 벌어들이던 수조원의 달러가 사라지면서 한국은 거의 망했었다.




그림출처 https://thememoryguy.com/dram-prices-hit-historic-low/

위에 보이는 디램가격 차트는 한국의 반도체수출가격보다 하락속도가 3배이상 빠르다.
내가 임의로 추가한 빨간 선은 무어의 법칙에 따른 가격하락 속도를 표시한 것이다.
디램의 가격하락속도는 최근 8년간의 횡보를 포함해도 장기간 무어의 법칙에 잘 맞는다고 볼 수 있다.

역시 문제는 8년에 걸친 장기간의 횡보 이후에 발생할 상황이다.
일부에서 집적화의 한계로 무어의 법칙이 적용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고, 메모리업계의 치킨게임이 끝나서 과거와 같은 공급과잉이 발생할 수 없다는 얘기들을 한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그것은 관계자들의  희망사항이다.
이번에 다르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라면 다른지 확인할 시간이 필요하다.
얼마의 시간이 필요한지는 지나봐야 알 수 있다.






물가지수만큼 길지 않지만, 금액지수, 물량지수를 확인할 수 있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12월치부터 20년 3월치까지를 적당히 전망해서 덧붙였다.

물량은 계절성이 높아서 중국의 춘절이 포함된 시기에는 급감한다.
가격은 그것과는 상관없고, 금액은 둘의 곱에 해당한다.







2000년 이후의 기간을 살펴보면  물량의 장기 추세가 가격의 추세처럼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물량과 금액의 보조 직선은 임의로 그은 것이지만, 단가에 그은 노랑선은 단가계산처럼 두 직선의 비율에서 계산한 것이다)

구간을 나눠보면 2012년에서 2016년까지 물량이 횡보하는 시기가 존재한다.

가격이 횡보하기 시작한 시기는 2012년인데, 특이한 것은 2016년 이후 물량이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을 때 가격도 함께 상승했다는 것이다.
그것이 소위 슈퍼싸이클(미니?)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왜?

미국(중국 포함) 초거대기업들의 데이터센터 수요가 증가했고, 이 수요는 선제적 투자용이라서 가격탄력성이 적었다고 한다.
가격불문하고 메모리를 사들이는 매우 큰 손이 시장에 존재했다는 것인데, 이런 것은 일반적으로 투기수요로 볼 여지가 있고, 과잉투자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시장에 수요가 있으니 공급과잉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미래의 수요를 당겨 온 것이라면 공급과잉이 나중으로 미뤄진 것뿐이다.

상당수 반도체 전문가들은 20년에 다시 수요도 증가하고 가격도 상승하는 호시절이 올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

그러나 특별한 시기가 아니면 가격은 물량과 반비례한다.
특별한 시기는 전체 기간의 일부에 불과하다.
가격과 물량의 곱에 해당하는 금액은 장기간 느리게 우상향한다.

2000년 이후 금액이 크게 하락하는 시기는 세번에 불과하다.
it버블 붕괴, 금융위기, 그리고 18년 이후 이다.
it버블 붕괴 시에는 단가가 급락하면서 물량이 유지되었고, 금융위기에는 물량이 급락하면서 단가가 유지되었다.
18년 이후에는 단가하락에도 불구하고 물량은 잘 유지되고 있다.

전년동월비로 보면 더 명확하다.


물량과 단가의 관계는 아주 명확하지는 않아도 15년 이전에 반비례한다.
그러나 16년 이후 물량은 가격과 상관없이 유지되었고, 결과적으로 14년 이후 매년 일정한 수요의 증가가 시장에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


12월 반도체 수출에 호전 조짐이 보였다.
그와 비슷하게 1분기 이후 반도체 수출단가(yoy)가 턴하고, 수출물량(yoy)이 유지되면서 수출금액도 턴할 것으로 기대하는 전문들이 많다.

그렇게 나오도록 최대한 숫자를 크게 넣어봤지만,  내 전망치는 수출증가율이 여전히 마이너스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가격이나 물량이 나의 상식을 크게 상회해야 반도체 수출이 플러스로 전환할 것이다.
지속적으로 증가했던 물량에 기대할 것이 없다면 가격이 매우 크게 상승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위에서 본 것처럼 반도체 가격은 최근 몇년간 특별한 시기를 지나왔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상황이 반복될지 아무도 장담하기 어렵지만, 만약 반복된다면 향후 몇년간 엄청난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수출보도자료에 비중이 큰 주요 수출 산업중 반도체만 해가 두개 떴다.
19년의 낮은 기저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수출금액의 전망을 얘기하는 것이라면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만약에 중국에서 난리가 날 정도로 돈을 뿌린다면 반도체뿐만 아니라 여기저기에 해가 두 개씩 떠야 할 것이다.



요약

반도체 업종에 나는 보지 못하지만, 정부와 여러 연구소의 전문가들이 보고 있는 뭔가 큰 것이 있다.
매우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