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1일 월요일

망할 회사를 알 수 있을까?


답을 생각해 보기 전에 질문을 바꿔보자.

망할 회사를 미리 알 필요가 있는가?
만약 한국시장 전체를 샀다면 알 필요가 없다.
물론 여기에도 함정은 있다.

한국처럼 몇 개 회사의 비중이 큰 경우에 한 개라도 망하면 지수가 비중에 비례해서 빠질 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에 대한 위험이 함께 높아지기 때문에 부정적인 효과는 가속되고, 증폭된다.
바로 그런 경우가 최근 포르투갈에서 벌어졌다.
한국에서 삼성전자, 현대차를 포함해서 시가총액이 큰 업종 대표주의 경우, 노키아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지수에 기업과 그룹의 비중 이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런데 그러한 일이 외환위기, 금융위기처럼 빠르게 진행되지 않고 소니처럼 느리게 진행되면, 그것은 정상적인 경기 순환의 일부로 봐도 충분하다.
또한 두 기업이 망하면 한국경제에는 사람들이 쉽게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괴멸적인 파급효과가 올 것으로 본다. 그러면 한국의 투자자, 사업가, 월급생활자, 연금생활자 모두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이것은 외환위기를 떠올려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결론
한국지수에 투자하면 삼성전자, 현대기아차가 망하는지 확인할 필요도 없다.
마음을 비우기만 하면 된다.



그럼 업종에 투자하는 경우에는 어떤가?
한 두기업이 업종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경우에는 기업에 대한 투자와 다를 바가 없다.
지수나, 폭넓게 분산된 포트폴리오가 아니라 소수의 종목으로 분산되었을 경우에는 어떤가?
10% 보유한 종목이 반토막이 나면, 5% 보유한 종목이 망한 것과 결과적으로 다를 바 없다.

명목상 한국 지수의 장기수익이 1990년부터 24년간 100%에 불과하다. 박스권을 돌파했던 2005년을 기준으로 하면 9년간 100%이다. 최대 연 8% 이상의 수익을 기대를 하는 것은 평균적인 투자자들에게는 불가하다. 그런데 시장의 변동성은 최근 3년간을 제외하면 단기간에 20% 전후의 변동은 흔한 일이고, 한국뿐 아니라 선진국조차도 50%이상의 변동을 보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금융위기에 준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손실은 50% 비중으로 보유한 회사가 망한 것과 비슷한 것이다. 물론 나머지 50%도 그대로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것을 긍정적으로 보면 한 종목의 비중이 50% 이하일 경우, 망해도 금융위기 정도의 충격을 받았다고 보면 된다.

결론
만약 과거에 금융위기를 잘 넘겼고, 향후에도 넘길 수 있다고 자신하면, 망하거나 말거나 쓰레기 주식, 쓰레기 채권을 50% 보유해도 된다.



그럼 원래 문제로 돌아가서 망할 회사를 알 수는 있을 것일까?
한 마디로 말해서, 확률적으로 알 수 있다.

누가 봐도 쓰레기같은 회사들은 재무제표를 보면 대충 짐작을 할 수 있다.
관련된 책들도 나와 있고, 의심스러운 기업들은 인터넷검색만 열심히 해도 상당수는 확인할 수 있다.
그 중에 현금흐름, 매출채권, 재고, 자회사, 경영진 교체 등 잘 알려진 신호들도 있다.
증자, 감자, bw, cb, 배당 같은 것들을 살펴봐도 된다.

문제는 투자자가 회사를 긍정적으로 보기 시작하면 망하기 직전까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모든 신호를 무시한다는 것이다.

웅진, stx, 동양, 동부. 안 망할 수도 있었지만, 망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이런 그룹에 문제가 크다는 것은 몇년 전부터 아무나 알 수 있었다.

태양광관련 업체들도 마찬가지이다. 떠들썩하게 망한 네오세미테크도 있으나, 당시 멀쩡해보였던 많은 기업들이 망해나갔으니 지나고 보면 큰 차이도 없다.
최근까지 넥솔론이 법정관리로 갈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태양광 업종이 전체적으로 망해가고 있는 것도 몇년 전부터 아무나 알 수 있었다.
작년부터 회복 기미가 보이지만, 그것도 다 지나가야 알 수 있다.

대한해운. 금융위기 이전부터 몇년 이상 보유해서 큰 손실을 봤지만, 감자, 증자를 반복하기 전에 정리했다. 망하고 있는 것이 어느 순간부터는 더없이 확실했다. 그냥 괴롭기 때문에 정리를 빨리 못했을 뿐이다.
해운업이 망해가고 있는 것도 몇년 전부터 아무나 알 수 있었다.
조선업도 어렵다는 것은 아무나 알 수 있었다.

몇 년 전 최고의 가치투자 종목으로 회자되던 저축은행들도 전부 다 망해서 주인이 바뀌었다.
누구나 알 수 있었다.
per가 2, 3이니 시대의 가치주라고 생각하던 투자자들만 몰랐다.
그런데 일부는 알았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망하기 좋은 기업을 광고하고, 선전하던 고수들은 여전히 여기저서 강연을 하고 다닌다.

그러니 이런 저런 싸이트에 올라오는 그럴 듯한 글들도 대부분 조심해야 한다. 개미귀신같은 자들이 대부분이다. 그럴 듯한 책을 써도, 사진빨이 그럴 듯해도, 아이디가 귀에 쏙쏙 들어와도 마찬가지이다.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스스로. 숫자 하나도 스스로.



아무나 알 수 있는 것을 어렵게 경제, 회계, 경영, 심리학, 행동과학을 공부하는 투자자들이 왜 모르나?

욕심에 눈이 멀어서 그렇다.

그러니 욕심때문에 그렇다는 것이 말이 쉬운 것이 아니고, 사실이다.

분식회계를 하고 투자자를 속이는 기업들이 업황이 좋을 때는 안 그러다가 업황이 나쁘니 어쩔 수 없어 그런 경우보다는 업황이 좋을 때는 속이는 것 표시가 잘 안나다가, 나빠지면 숨길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본다.

그래서 지금 어떤 회사들이 앞으로 문제가 될까?
의심스러운 점이 많은 기업들에는 보통 관심이 없지만, 우연히라도 자주 듣게 되는 기업들이 있다.

가치 투자를 지향한다는 사람들이 모여서 많이 얘기를 하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던 회사로는 중*원***이 아직도 상장되어 있다. 배사진을 속이고, 의심하는 주주들을 고발한다고 협박하고, 예전 블로그에 올린 조작 사진에도 협박을 하는 댓글이 달린 적이 있다. 그게 벌써 3년 전이니, 아직도 안 망하는 것이 이상하다. 이외에도 중국관련 회사들 중에는 의심스러운 것들이 있다. 또 중국 사업비중이 큰 한국 기업들. ***엔지같은 것들도 기본적으로 같은 범주에 넣어야 한다.

**리온, 멋진 회사이다. 한국에는 비교할 만한 회사가 없어서 미국의 허벌라이프와 비교하고는 했으나, 둘 다 너무 싱싱하고, 생생하다. 앞으로도 그럴지 두고 보자.



몇 년 내에 망할 회사를 예상하는 것이 몇 년 내에 대박날 회사를 예상하는 것보다 쉬운 것은 아니다.
그런데 회사가 상장폐지되는 비율은 일년에 1-2% 수준이지만, 투자자가 실패하는 경우는 더 많다.
그러니 투자가 실패하는 것이 회사가 망하는 것보다는 다른 이유일 가능성이 높다.

한 회사가 망해서 나의 투자가 실패할 수 있다면 나는 사업가에 가깝다. 그러면 사업가에 준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도 사업가들처럼 망할 수 있다.
만약 그런 사건으로 영향을 받고 싶지도 않고, 경영자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라면 그것을 인정하고 분수에 맞게 투자해야 한다.



결론
분수를 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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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거론된 기업이 거슬려도 이것은 나에게 하는 말이니, 딴지는 걸지 말자.

댓글 8개:

  1. 이상한 짓을 한다고 문제가 제기되면...(신문, 카페, 등등) 아예 안보는게 상책인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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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식은 망할거 같은 회사를 보면 안되고..
    채권은 망할거 같은 회사를 보면서 언제 망할까? 를 생각해야 하는.. ㅋㅋㅋㅋㅋㅋㅋ 기가 막힌 차이가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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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장기, 전공을 살리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채권은 아직 너무 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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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를 인정하는 것 부터가 많이 어렵습니다.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이 부족한가 봅니다.
    분수에 맞는 투자를 하자 - 책상위에 붙여 놓아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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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욕심을 내고 싶은 시절이 오는 듯해서, 저도 경계용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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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싸다. 그런데 뭔가가 없다. 그래도 싸다. 실적 한번만 내주면 쭈욱 상승할거 같다. 그게 언제인진 모른다. 3년 할인해 보자. 비슷하게 보인다. 더 사야한다. 아니다. 리스크를 생각해야 한다. 오를거라면 가진것으로 만족해야한다. 아니다. 매력이 없다. 비싸보여도 좋은 걸 사자. 아니다. 역시 비싸다. 한번에 훅갈수 있다.'

    오늘 하루종일 이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했네요. 뭔가 될것 같으니 놓치면 소외되는 기분이 들까봐 그런거 같아요. 그나마 작은 경험이 억눌러주고 있긴 합니다. 그런데 그 경험이 함정이 될수도 있겠단 생각도 드네요.

    객관적으로 욕심을 버리고 감정 없이... 투자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점점 어려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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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를 거라면 가진 것으로 만족해야한다'
      대개는 이 말이 맞다는 것을 여러번 경험했지만, 사실 고민스럽기는 합니다. 한번에 부자가 될 수 있을 것같은 유혹이 강렬하기는 하지요. 손실 회복의 어려움을 생각하면서 꾹꾹 참고 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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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좋은 글입니다.

    욕심에 눈이 멀었다는 설명이 와 닿습니다.
    대게 그런 덕분으로 상폐도 당하고, 피해자모임도 결정하고, 변호사들을 찾아오는 듯 합니다.
    이런 사건을 보면, 판사든, 검사든, 변호사든, '햐. 아니 어떻게 이런 회사를 투자했지?'라고들 하지만, 정작 그런 당사자들도 상황이 되면 그렇게 투자하는 경우가 태반이겠지요.
    조심하자고 늘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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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역시 경험을 많이 하셨군요. 결정적인 순간까지 눈도, 귀도 전부 다 막히니 평소에 스스로 경계하는 것이 최선이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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