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1일 금요일

sec 2Q2014



오너가 감옥이나 병실에 있으면 결정을 미루면서 전문경영인이라는 것이 허수아비에 불과하다는 것을 자인하는 재벌그룹의 행태도 한심하지만, 눈에 빤히 보이는 거짓말도 좋지 않다.
지분이 적은 대주주와 그 밑의 경영진이 회사의 가치를 떨어뜨릴 때, 지배권, 경영권이 교체될 수 있어야 시장이 작동하는 자본주의라고 할 수 있지만, 한국에서 단기간에 기대하기는 쉽지않다.

이틀동안 몇주 남기고 다 팔았다.
명목상 손실은 아니지만, 2년 이상 높은 비중으로 보유했던 기회비용을 고려하면 몇십퍼센트의 손실로 볼 수 있다.
덕분에 헤지를 위해 해외 투자를 시작했고, 다른 세상에 발을 들여놓았으니 투자인생으로는 손실이 아니라고 자위를 해 본다. 에헤라디여.

당장은 철수하지만, 돌려받을 빚이 있으니 그것을 삼성한테서 받을지 삼성의 경쟁자들에게서 받을지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
삼성이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던 2년 동안 LG뿐 아니라 소니같은 회사조차도 턴어라운드를 하려고 한다.
파나소닉, 캐논도 모두 최악은 지나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쓴 맛을 본다고, 삼성이 capex로 반도체, 디스플레이의 매출을 아무리 늘려도 roe도 이익율도 유지할 방법은 없다.
반도체는 하이닉스보다 못하다.
디스플레이는 LGD는 고사하고 대만, 중국의 듣보잡보다 못하다.
전화기는 애플과 다름없이 고속 성장기를 지났고, 쇠퇴를 지연시키는 것밖에 남은 것이 없다.

2010년 이후 매년 25조 가까운 투자가 대부분 디스플레이, 반도체에 집중되었다.
올해까지 대략 100조를 넘을 것이다. 투자원금의 회수가 언제 가능할지 알 수 없다.
더구나 바로 그 부문의 이익율이 경쟁업체들과 비교해서 뒤쳐진다.
갈수록 스마트폰의 성과가 실력때문인지, 운때문인지 판단하기가 어려워진다.
운칠기삼?

지금까지 capex를 통한 성장에 올인했지만, 이제는 무한루프에서 벗어나 성숙기업임을 인정하고 환원을 해야한다.
회사가 쌓아둔 70조는 경영진의 돈이 아니고, 주주의 돈이다.
성숙기에 도달하고 현금이 쌓여가는 애플, MS, 인텔은 필요한 투자를 하고도 3% 수준의 배당을 한다.
쌓여가는 현금을 배당하지 않는 구글, 페이스북 등의 인터넷/모바일 기업들은 20%이상 60%수준의 초고속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14나노 공정 등 다양한 성장전략을 갖고 있어 배당을 결정하기 힘든 상황이고,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투자자들에게 더 혜택이 있을 것이라고 삼성의 임원이 얘기한다.
저렇게 투자를 해도 매출성장을 가져올지 공급과잉으로 매출하락을 가져올지 알 수 없지만, 몇% 수준의 이익이라도 낸다고 치자.
그래도 삼성이 선택을 미루면서 주주들을 기만하고 있다는 사실을 가릴 수는 없다.
13년 ebitda가 50조를 넘는 것을 고려하면 연간 10조의 배당을 해도 25조 수준의 투자를 10년은 거뜬히 할 수 있다. 그게 얼마나 미련한 짓인지는 논외이다.
반복되지는 않겠지만, 95년 이후 한국에 망조가 든 것은 삼성의 반도체 붐이 꺼지고 나서 벌어질 일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가 삼성에 바라는 것 하나는 capex를 줄이면서 성장하고 이익을 내는 법을 연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주주에게 상식수준에서 환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더 바라는 것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냥 오너 지분이 적으니 배당하기 싫다는 것일 수도 있다.
자사주 매입은 지주회사 전환시에 대주주에게 득이 될 수 있지만 지금 그랬다가는 투자를 위해 배당을 미룬다는 것이 거짓말이 되니 앞으로도 한동안 기대하기 어렵다.
오너가 병실에 누워있다고 사람들이 알아서 접어주는 경향이 있으니 지배구조 개편 전까지 배당을 안 하는 좋은 핑계가 될 수 있다.

가능성은 적지만, 실적 부진으로 임직원을 갈아엎으려면 군기를 더 잡아야 할 수도 있다.
예전에 남용 부회장이 피처폰으로 LG전자를 띄웠지만, 과거에 집착하다 스마트폰에 뒤쳐져서 LG전자는 거의 죽다 살았고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신사장도 galaxy가 안 먹힐 때까지 반복하다 결국 제대로 엎어지는 꼴을 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들의 성과에 박수를 쳐주면서, 나의 선택에도 자부심을 갖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결국 갈 사람은 가야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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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1. 개인적으로는 운칠기삼도 과하다고 여겨지는데요.. 결과야 좋게 되었지만 운구기일...?

    옴니아를 그 가격에 시장에 내 놓고도 평판이나 수익도 유지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한국 시장과 한국 소비자들의 힘으로 봅니다.
    그리고 별셋은 두고두고 잡스와 애플에게 고맙게 생각해야할테고요...



    거인이 되어버리면 커져버린 몸에 맞게 또 다른, 겪어보지 못한 유지비용들이 있을텐데 그래도 잘 헤쳐나가길 바랄 수 밖에 없네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서, 저도 그 술 냄새만이라도 맡았으면 좋겠다는...

    찌질이들은 솎아내는게 맞는데 아쉬움은 계속 남네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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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뭔가 우롱당하는 느낌이고, 이것을 개선할 방법은 없고, 이제는 한국에서 삼전보다, 다른 투자대상을 찾는 것이 나을 것 같기도 하고, 암튼 더 들고 있다가는 울화병이 날까 싶어서 어쩔 수가 없네요. 이 회사를 빼고는 한국이 어찌될지 판단하는 것이 의미도 없으니, 앞으로도 계속 째려보고 있을텐데, 아무래도 제가 완전히 팔았으니 이제부터 오를 것 같기도 하네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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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포트폴리오의 일부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냥 미래가 궁금하다고 할까요?
    처음 삼전에 투자했을 때,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라는 생각. 결국 버렸지요.
    두번째 투자했을 때, '삼전을 살 수 없다면 다른 무엇도 사기 어렵다'라는 생각. 별 소득은 없었습니다.
    삼전과 관련된 기업에도 같이 투자하면서 '이건 삼전과 달라'라는 생각. 늘 후회하게 만들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번째 투자했을 때 놓아버렸던 후회가 계속 발목을 잡네요.

    애플! 잡스에 관한 책을 읽었을때의 혐오감!
    다른 이들이 잡스에 열광할 때 애플제품은 좋아도 '잡스의 애플'은 싫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준이 싫어서 현**공업을 버렸던 것과 같습니다.

    ㅋ, 지금도 뉴스에선 삼전얘기가 나오네요.
    핸드폰을 바꾼다면 팬텍제품으로 바꾸겠습니다. 설령 중고라 하더라도요.

    그냥 투자자로 바라보렵니다.
    그냥 포트폴리오의 일부분입니다.
    제가 가진 아주 작은 지분이 캐스팅보트라고 생각하면서요.

    아, 죄송합니다. 어지러워서 후회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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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래 보유하면 기업도 생물처럼 애증이 생기고, 그런 것이 커다란 성과를 가져오기도 하도, 반대로 커다란 실패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오랫동안 한 기업을 들여다본 경험은 그 자체로 투자자의 자산으로 쌓인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후퇴하지만, 삼성이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은 사실이고 몇 주 남긴 끈이 그럴 때 알아 볼 수 있는 신호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보통은 오래 보유했던 것을 정리하면 시원섭섭한테 이번에는 두고 보자는 결의가 생기네요. 한가지 확실한 것은 삼성이 엄살이 아니라 진짜로 어려워지면 한국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이고, 최근의 주가 변동이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때문이 아니라 그저 저처럼 기대했던 배당에 대한 실망이 주된 것이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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