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27일 목요일

원인과 결과의 혼동 - 신천지, 천주교순례단, 온천교회, 명성교회 20200227


대량 감염은 19일 이전에 발생했지만, 그것이 드러난 것은 19일 이후이다.
비난받을 행동은 누구의 어떤 행동이든 진단과정과 확진 이후에 발생했다.
누군가 비난받을 행동을 했다면, 그것은 감염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이다.
감염되었기 때문에 비난받는 것이다.
피해자를 비난하는 것은 불합리할 뿐 아니라, 비겁하고, 비열한 짓이다.


신천지 신도수는 2십만명을 넘는다고 한다.
관련 건물을 전부 폐쇄하고, 신도 명단을 제출받아서 전부 추적을 하겠다는 모양이다.
실효성이 있을 가능성도 없지만, 그것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이 정부와 지자체의 권력 남용이고,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고, 평등의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것이다.

안전 불감증 명성교회...신도·지역사회 위험에 노출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3&oid=052&aid=0001406576
지난 15일 토요일을 비롯해 18일, 19일, 20일, 21일에도 예배에 참석했고 교회 식당에서 식사도 했습니다.
특히 다섯 가정을 방문해 심방 예배도 봤습니다.
영화관과 식당, 병원, 약국도 찾았습니다.

부목사가 감염된 명성교회는 신도가 10만이라고 한다.
밀접 접촉자수를 헤아리는 것이 의미가 없는 수준이다.
교회를 폐쇄하고, 신도 10만의 명단을 받아서 전수조사를 해야 하나? 가능할까?


수백명이 감염된 대구 신천지의 최초 감염자.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114명이 감염된 청도 대남병원 최초 감염자. 역시 아직이다.
31명이 감염된 안동 천주교 성지순례단. 역시 아직이다.
23명이 감염된 부산 온천교회 최초 감염자. 역시 아직이다.


그나마 덜 부끄러운 것은 300명이 넘게 감염된 이탈리아는 최초 감염자도 알아내지 못했으니, 초기환자 30명의 감염경로 대부분을 파악한 한국은 그에 비하면 양반이다.


감염된 사람들은 전부 피해자들이다.
그들이 감염된 이후 한 행동에 대해 일부 비난 받을 여지가 있는 모양이다.
일부는 법적인 책임을 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어떻게 감염되었는지도 모르는 피해자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감염원을 지금이라도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면 정부의 책임이다.

박능후 “코로나 가장 큰 원인은 중국서 들어온 한국인”
https://news.joins.com/article/23716517

복지부 장관은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이 코로나의 원인이라고 꼭 집어서 얘기했다.


장관은 대구 신천지, 청도 대남병원, 안동 천주교, 부산 온천교회의 감염원을 파악하고 하는 말일까?
내가 보기에 장관은 한국인이 한국에 들어오는 것을 현실적으로 막을 수도, 격리할 수도 없었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불가항력이기 때문에 정부가 비난받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장관이 염두에 두고 있는 그 "한국인"이 다른 한국인의 비난을 받아야 하나?


감염자가 증가한 것은 19일 이전 10여일 동안 발생한 일이다.
대통령부터 나서서 국민에게 정상적으로 활동하라고 권장했던 시기이다.
정부 방침을 국민이 따르던 시기에 감염이 확산되고 있었고, 그것을 정부가 확인하지 못했을 뿐이다.


19일 이후 확진자가 되는 과정과 확진자가 된 이후에 벌어진 어떤 일도 현재 1200명대로 증가한 대량 감염에 기여한 것이 아니다.
현재의 확진자 증가에 책임을 물어야 할 대상을 찾는다면 그것은 정부이다.
정부의 방침을 따른 국민이 전염병의 피해자가 되었다면 그것은 비난의 대상이 아니다.


피해자들은 어떤 대접을 받아야 하나?
지지와 위로와 격려이다.
보통 사람들이 자신의 가족이 피해자일 때 하는 행위이다.


누군가 고의로 중국에서 바이러스를 들여왔다는 증거를 정부가 제시한다면 그 사람, 그 집단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것이 아니라면 나머지 모든 책임은 정부에 있다.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책임지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댓글 6개:

  1. 어떤 집단이라 특정하지 않겠지만,
    이놈의 집단은 무슨 일만 터지면 핑계거리만 찾고, 발뺌하고..
    이번엔 원인을 탓하는게 아니라 결과를 손가락질 하니 답답하네요.

    그나마 한국의 진단속도가 다른 국가보다 빠르다는 것에 위안을 삼고 있지만,
    그곳에서 수고하는 의료진들이 반대로 또 걱정입니다.
    어째든 다른 국가보다 빠른 진단은 진단키트가 상대적으로 많은게 아니라면 누군가의 희생일테니 말이죠.

    자칫 이 상황이 길어져 어떤 임계점을 넘을까 걱정도 됩니다.

    오늘 확진자가 너무 많아 듀프레인님 생각을 읽고자 왔다가 이렇게 또 댓글에 푸념하고 갑니다.
    듀프레인님 그리고 가족분들 모두 무탈히 지나갈 수 있길 기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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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감사합니다.
      어제까지 발표된 질본의 내용만 보면 만약 대구와 경북의 상황이 악화되지 않고, 다른 지역의 대량확산이 미발견된 것이 아니라면 3천명 이하에서 막아내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달밑님도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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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명문입니다. 돌발적인 흐름으로 급반전된 이번 사태를 정치적 공세의 빌미로 이용하는 행태도 눈쌀 찌푸려지지만, 제대로 된 정부라면 뒤늦게라도 사과하고 책임을 인정하는게 정도일텐데 계속 남탓하면서 허둥지둥하는게 빤히 보이니 한심하네요. 중국한테도 면박당하는걸 보면 국격의 추락은 덤이고요. 빨리 마스크 공급이나 정상화시켜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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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말 마스크는 구하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우한을 제외하면 중국의 상황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안정되고 있으니, 의료물자의 공급은 조만간 회복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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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감염원을 알아야 한다는 말에 동의합니다. 신천지 및 31번 확진자가 원인처럼 취급되는 이유는 그들이 결과라고는 하나 원인 제공자이기도 하며 그 과정에서 한 행위를 비난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감염원을 알려면 역학조사를 해야하고 이를 위해선 신천지 교단에서 적극 협조해야 하나 지금까지 밝혀진 신천지 및 31번 환자의 대응방식을 보면 그렇지가 않죠. 그 점에서 비난받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모든 게 정부탓인가요? 정부 방침에 따라 적극적으로 활동해서 이 지경이 됐다는 말은 근거가 부족합니다. data상 안정기에 들어섰던 것은 님이 22일 쓰신 글에도 나와 있듯이 모델이 맞다면 유증상자가 발병을 감춰서 입니다. 그 data를 바탕으로 정부가 '지시해서' 사람들이 움직인게 아니라 '자의적 판단'으로 움직였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타당하지 않을까요? 자의적 판단에 정부가 기름을 부었다고 말씀하신다면 그 정부가 기름을 부은 이유도 결국엔 data를 믿었던 잘못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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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31번 환자의 대응방식은 그 이전 문제가 되었던 여러명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 이후에 문제가 되는 다른 종교단체와도 다르지 않습니다.
      '유증상자가 발병을 감추었다'는 것은 신천지가 폐렴을 고의로 은폐한 것처럼 얘기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그러나19일 이전에 감기증상이나 열이 있던 대부분의 환자들에 대한 검사는 지금보다 느리게 제한적으로 진행되었고 많은 경우 검사를 받기도 어려웠습니다.

      지금은 '신천지 교도'를 제외하고 똑같은 상황입니다. 신천지교도들이 감추었다는 것도 님의 편견일 뿐입니다.
      어제까지도 많은 기사에서 고열과 폐렴증상이 명확한 환자들이 병원에도 가지 못하고 1339, 보건소에도 연락이 되지 않고, 선별진료소에서도 진료를 받기 어려운 상황을 전국에서 보고하고 있습니다.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어디에도 가지 말고 집에 있으라는 안내를 대부분 받고 있습니다. 환자의 건강을 위해 그러라고 한다지만, 현실적으로 검사의 적체와 비용이 처음부터 문제가 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까지도 3일치 이상의 검사물량 적체가 해소된 적이 없습니다.
      검사를 받기 위해 며칠이 걸렸던 사례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고 신천지에 감염이 퍼진줄 모르던 사람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신천지에 감염이 널리 퍼져 있다는 것이 알려진 이후 감염원 추적을 통한 봉쇄를 하려면 비슷한 행태를 보이는 종교집단 전부에 똑같은 수준의 추적을 해야하고 그것이 불가능하면 추적과 봉쇄는 의미가 없습니다. 신천지뿐 아니라 종교단체를 똑같이 폐쇄하고 집회를 금지하지 않으면 역학적인 봉쇄는 실패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후에는 그야말로 중국에서 했던 지역봉쇄만 의미가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대구를 지역적으로 봉쇄하는 것은 공식적으로 포기했습니다.

      신천지가 정부를 속였으니 정부는 잘못이 없다는 생각은 피해망상입니다.
      대량확산이 보고되기 이전 신천지 교도들의 어떤 행동도 다른 국민, 다른 종교인들과 다르지 않게 행동했고 운이 없어서 많은 신도가 감염된 것입니다. 이후에 벌어지는 신천지 봉쇄는 코로나 봉쇄가 아니라 실효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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